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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nsan' 젊은 개척자 김세진, 그리고 '기적 마케팅'


입력 2015.04.02 08:52 수정 2015.04.02 14:27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거함' 삼성화재 완파하고 V리그 역대 최단기간 챔피언 등극

새로운 패러다임과 싸운 감독, 연고지 깊숙이 파고든 프런트 돋보여

OK저축은행은 경기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기적'이다. ⓒ OK저축은행 OK저축은행은 경기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기적'이다. ⓒ OK저축은행

1년 전, 안산은 기적을 바랐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4월, 안산 OK저축은행은 안산 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창단 2년된 막내구단으로 대전 삼성화재를 완파하고 당당하게 챔피언에 올랐다. 안산 시민들의 1년 전 아픔과 눈물을 모두 치유하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기적을 현실로 만드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위안이 되기에 충분했다.

OK저축은행이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NH농협 2014-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송명근(20득점)과 시몬(21득점) 등의 활약을 앞세워 레오(44득점)를 앞세운 삼성화재를 3-1(25-19 25-19 11-25 25-23)로 꺾고 창단 2년 만에 챔피언이 됐다. 역대 V리그로만 범위를 좁히면 최단기간 챔피언 등극이다.

OK저축은행의 우승 주역을 '시몬스터' 시몬이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겠지만 진정한 힘은 송명근과 송희채, 이민규에서 나온다. 이들은 모두 최강 경기대를 함께 이끌었던 삼총사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2~4순위로 OK저축은행에 입단하면서 한솥밥을 먹었던 창단 멤버.

눈빛만 봐도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삼총사'가 있어 OK저축은행 조직력에 큰 힘이 된다. 김세진 감독도 "사실상 이 세 선수가 우승을 이끌었다고 봐야 한다. 처음부터 이들을 믿었다. 의지만 있으면 해내겠구나 하는 신뢰가 있었다"며 "서로 삐걱거리고 마음이 맞지 않아 등질 때도 없진 않았지만 날 끝까지 믿어주고 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밝혔다.

패장인 삼성화재 신치용(60) 감독도 이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 감독은 "이들은 국가대표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셋은 정규리그뿐 아니라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맹활약했다. 송명근은 정규리그 35경기에 나와 442득점을 올리며 득점 부문 10위에 오르며 시몬의 공격력을 뒷받침했다.


시몬스터의 등장, 삼총사의 공격력 끌어올리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가 다른 팀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지만 올 시즌 시몬이 들어오면서 확 달라졌다. 하지만 시몬은 원래 센터 요원이어서 김세진 감독이 원하는 라이트 공격수로 전향시키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시몬은 그야말로 몬스터다운 활약을 펼쳤다. 험상궂은 첫 느낌과 달리 유순한 성격에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끄는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어 OK저축은행의 조직력에 녹아들었다.

시몬은 정규리그 공격 부문에서 상위를 점령했다. 득점(1043점) 2위, 공격종합(성공률 55.38%) 3위, 오픈(성공률 42.86%) 10위, 속공(성공률 71.90%) 1위, 퀵오픈(성공률 60.12%) 5위, 후위(성공률 56.51%) 2위에 블로킹(세트 평균 0.742개) 2위에 올랐다. 후위 공격과 함께 센터 출신답게 속공이나 블로킹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시몬이 공격에 보탬이 되면서 송명근과 공격이 양분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왔다. 상대팀으로서는 송명근과 시몬의 좌우 쌍포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삼성화재의 레오처럼 집중 견제에도 굴하지 않고 때리는 유형이 있는 반면 송명근과 시몬에게 공격이 분산되면서 상대팀의 수비를 뚫는 유형도 있다.

역시 송명근, 시몬에게 효과적으로 공격을 분산시켜주는 것은 세터 이민규의 몫이다. 이민규는 안정적인 토스를 올려주면서도 허를 찌르는 2단 공격까지 재치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주고 있다.

젊은 개척자 김세진 그리고 '기적 마케팅'

스승인 신치용 감독이 삼성화재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 나이가 41세였다. 공교롭게도 그 제자인 김세진 감독도 41세에 그 꿈을 이뤘다.

사실 김세진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는 아니다.

신치용 감독이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기 전 한국전력의 코치를 했던 것과 달리 김세진 감독은 은퇴 뒤 재야에 머물러 있었다. 2002년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2006년 삼성화재에서 현역을 마감한 이후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지도자 경력을 쌓진 못했다. 하지만 늘 '새로운 패러다임'을 써왔다. 김세진 감독 스스로 "남들이 해보지 않았던 것을 모두 해봤다"고 말할 정도다.

김세진 감독은 현역 시절 오른손 공격수에서 왼손 공격수로 스타일을 바꾸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고, 센터로 뛰다가 공격수로 전향한 것도 흔한 것이 아니다.

또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고 실업 창단팀에서 연속 우승을 맛봤다. 국가대표 4년 연속 주장을 했던 것도 김 감독이 유일하다. 은퇴한 뒤 지도자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일한 것도 김세진 감독 자신의 뜻이었다.

때문에 김 감독은 자신감을 늘 갖고 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신뢰한다. OK저축은행이 2년 만에 우승으로 갔던 비결이기도 하다.

OK저축은행 프런트 역시 안산이라는 연고지에 깊숙히 들어갔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안산 시민들과 팬들을 위한 마케팅을 도입했다. 그 결과 '위 안산(우리는 안산 We Ansan)'과 '기적 마케팅'이었다.

보통 프로팀의 유니폼에 앞에는 언제나 상호명이나 팀 이름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위 안산'을 큼지막하게 박았다. '우리는 안산'이라는 의미와 함께 앞 두 글자를 따 '위안'이라는 뜻도 있다. 세월호 참사에 슬퍼하는 안산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는 의지였다.

OK저축은행은 경기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기적'이다. 언제나 기적을 쓰는 배구를 한다고 소리친다. 기적을 계속 외친 결과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 기적을 현실로 만들면서 시름에 빠진 안산 시민들에게 진정한 위안과 용기를 줬다.

아직 OK저축은행이 갈 길은 멀다. OK저축은행 앞에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김세진 감독도 "이번에 이겼다고 해서 삼성화재를 완전히 꺾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화재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라며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하겠지만 팀은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의 진정한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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