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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역주행, 역대 최악의 챔프전 자초


입력 2015.04.01 10:22 수정 2015.04.02 14:1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개시 시간 변경 '통보'

팬들과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행정 도 넘어

우려대로 지난달 31일 챔피언결정 2차전은 관중동원에 철저히 실패했다. ⓒ 연합뉴스 우려대로 지난달 31일 챔피언결정 2차전은 관중동원에 철저히 실패했다. ⓒ 연합뉴스

팬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 KBL 행정이 도를 넘었다.

지난달 31일 ‘2014-1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이 열린 울산동천실내체육관은 경기 개시시간이 당초 예정된 오후 7시에서 5시로 앞당겨졌다. 챔피언전의 지상파 중계 편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오후 5시면 대부분의 평범한 대중들은 생업에 종사해야할 시간.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하고 싶었던 팬들에게는 사실상 경기장에 오지 말라는 의미와 다를 게 없었다.

가뜩이나 성난 팬들의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팬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마저 실종된 KBL의 무책임한 행태다. KBL은 챔피언전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일정 변경을 통보했다. 챔프전 시간을 7시로 알고 예매한 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KBL 경기 시간 변경이 알려지고 나서 챔프전 티켓을 환불하고 항의하는 팬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정규리그 1위팀 울산 모비스 역시 중요한 챔프전에서 홈어드밴티지라고 할 수 있는 관중동원에 직격탄을 맞으며 애꿎은 피해자가 됐다.

사태가 악화될 조짐은 1차전부터 예고됐다. 경기 도중 일부 홈팬들이 KBL의 소통 없는 행정과 김영기 총재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KBL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철거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행태를 보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KBL는 어떤 입장 표명이나 최소한의 사과도 아직까지 없다. 수익원을 쥔 스폰서십이나 중계 편성을 놓고 방송사에 보인 자세와는 딴판이다. 정작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고객'인 팬들의 입장은 하위였다.

우려대로 2차전은 관중동원에 철저히 실패했다. 경기시작 전까지 관중석은 빈 자리가 훨씬 더 많았다. 그나마 경기 시작 후에 늦게라도 입장하는 관중들이 있었지만 2층 관중석을 다 채우기도 모자란 숫자였다.

1차전에서 무려 6629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동천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것과 달리 2차전에서 공식 집계된 관중 숫자는 총 3028명. 울산의 올 시즌 홈 최소관중이기도 했다. 명색이 프로농구 최대의 축제인 챔피언전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낯 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모처럼 6강-4강 플레이오프의 명승부로 달아올랐던 농구열기를 이어가기는커녕 오히려 KBL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최악의 챔프전'을 만들고 있는 꼴이다.

김영기 총재와 KBL은 이번 사태에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함께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한다. 농구인 출신이라는 김영기 총재의 재등장 이후 개혁과 변화를 기대했던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KBL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못한 행정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제 변경 등 현장과 팬들도 원하지 않는 정책을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가하면, 공언했던 방송중계 확대, 경기력 향상, 반복되는 심판의 오심 논란 등 KBL의 인기회복을 위한 개혁은 무엇 하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소통마저 저버린 시대착오적인 행태다. 민심을 무시하는 지도자치고 미래가 밝았던 경우는 없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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