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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운 차두리 “아버지 넘지 못해 아쉬움·자책 남았다”


입력 2015.03.31 22:59 수정 2015.04.02 21:51        데일리안 스포츠 = 이한철 기자

31일 뉴질랜드전 끝으로 은퇴 ‘고맙다 차두리’

“히딩크 감독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차두리가 31일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차두리가 31일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존경했지만, 한편으론 미웠다.”

국가대표 은퇴경기를 마친 차두리(35·FC 서울)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A매치 평가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축구를 하면서 늘 아버지 명성에 도전을 했던 거 같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날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식에는 차범근 전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차두리는 아버지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차두리는 “아버지께서 운동장에 나오셨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던 거 같다”며 “아버지를 봤을 때 한편으로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했고, 큰 아성에 도전했는데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이 많이 남았다. 너무 잘 하는 아버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처에 가질 못하니까 속삭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차두리는 “어느 순간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됐다. 그때부턴 (아버지 아성을 넘어서기보다는) 내가 축구를 즐겁게 하고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은퇴식은 차두리가 축구인생의 목표로 세웠던 ‘행복한 축구선수’에 이미 근접했음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됐다.

차두리는 “운동장에서 서서 많은 함성 영상에서 나온 팬들의 고맙다는 메시지를 봤을 때 한 것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너무 감사하고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그래서 나는 참 너무나 행복한 축구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차두리는 14년간의 대표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꼽았다.

차두리는 “유소년 대표선수 경력이 없는 저를 대표팀에 발탁해서 월드컵까지 데려가줬다.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고 박수 받으며 축구를 그만둘 수 있었던 시발점이었던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선수로선 아버지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지도자로서의 제2의 축구인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차두리는 “은퇴하면 일단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라며 “몇 년이 걸리는 과정인데 축구 안팎으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하다 보면 제 방향이 정해질 것 같다”고 지도자 생활에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40분 이재성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뉴질랜드를 1-0으로 꺾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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