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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의리' 차두리 형만 보고 뛴다


입력 2015.03.31 18:12 수정 2015.03.31 16:47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차두리 A매치 은퇴경기 뉴질랜드 평가전

4강 신화보고 꿈 키운 대표팀 후배들 승리 결의

[한국-뉴질랜드]대표팀 선수들은 차두리의 은퇴식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뉴질랜드]대표팀 선수들은 차두리의 은퇴식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차)두리형에게 뉴질랜드전 승리를 선사하겠다."

구자철(26·마인츠05)이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가진 한국 축구대표팀 팬 공개훈련을 앞두고 밝힌 다짐이다.

구자철 외에도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FIFA랭킹 134위)와 평가전에서 은퇴경기를 갖는 차두리(35·FC서울)를 위해 대표팀 선수 모두가 승리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와 맞대결을 통해 14년 동안 달았던 태극마크를 공식 반납한다. 현역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속팀 서울에서도 올 시즌이 끝나면 은퇴할 예정이다.

차두리는 선수 황혼기에 매우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A매치 은퇴경기는 좀처럼 받기 힘든 호사다. 이운재 올림픽 축구대표팀 골키퍼 코치가 2010년 8월 11일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대표팀 은퇴경기를 가진 것이 최근의 일이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황선홍 포항 감독도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2002년 11월 브라질전에서 함께 은퇴경기를 장식하기도 했다.

4강 신화보고 꿈 키운 대표팀 선수들의 결의

차두리는 대표팀 은퇴경기를 치를 수 있는 마지막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이다. 대표팀 은퇴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A매치 은퇴식을 치를 수 있는 70경기 이상 출전 경력이 있어야 하고 현역으로 뛰면서 대표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기량을 보유해야 한다.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경기는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을 위한 헌정이기도 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역들은 대부분 20대다. 곽태휘(34·알 힐랄)처럼 차두리와 나이차가 거의 없는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월드컵 4강 신화를 보고 꿈을 키운 선수들이다.

현재 대표팀 캡틴인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은 한일 월드컵 당시 겨우 13세였다. 기성용은 2001년부터 2005년 9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호주 유학생활을 했다. 한일 월드컵을 보면서 호주에서 태극마크를 꿈꾸던 중학생이었던 기성용은 이제 대표팀의 기둥이 됐다.

특히, 기성용은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차두리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에서 우정을 쌓으며 '기차 듀오'로 활약했다. 당시 기성용은 셀틱에서 외롭게 지내다가 차두리가 한 팀에서 뛰게 됐다는 소식에 "식사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정도다. 남아공월드컵에서도 함께 뛴 기성용은 대표팀 선수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인연을 맺으며 '브로맨스'를 쌓았다.

또 몇몇 선수들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차두리가 2012년 7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에서 활약했던 기간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아우크스부르크 임대)에서 뛰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짧지만 차두리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도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뒤 차두리가 다시 대표팀에 돌아오면서 이동국(36·전북 현대)에 이어 '넘버 투'가 돼 후배 선수들을 알뜰살뜰 챙기고 아꼈다.

후배들이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일에 대해 조언해주는 따뜻한 '엄마' 역할을 자처했다. 이동국이 부상으로 낙마해 큰 형님이 됐을 때는 후배들을 다독이고 솔선수범했다.

차두리의 마지막 A매치가 될 수 있었던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아쉽게 1-2로 지면서 대표팀 선수들은 내심 큰 형님의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장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제안으로 A매치가 한 경기 더 늘어나게 됐고 대표팀 선수들은 다시 한 번 ‘형님’에게 A매치 승리를 선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힘들지만 의리 하나만으로 뭉쳤다

이번 A매치는 아시안컵이 끝난 이후 2개월여 만에 치러진 경기다. 때문에 유럽,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대표팀 소집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뇌진탕 증세 때문에 끝내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지만 김진수(23·호펜하임)의 경우 감독이 직접 나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손흥민 차출에 대해서도 소속팀 레버쿠젠은 난색을 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정규리그를 비롯해 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몸이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에 장시간 비행과 시차까지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대표팀 차출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공식석상에서는 형이라고 부르지만 둘이 있을 때는 차두리를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사이가 각별하다. 우즈베키스탄과 아시안컵 8강전 당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차두리의 축하를 받았던 장면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차두리는 '조카' 손흥민을 아끼고 손흥민 역시 대표팀에서 차두리를 잘 따른다. 손흥민은 차두리의 은퇴경기는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구단을 설득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의리를 보여줬다.

손흥민은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한 자리에서 "계속된 일정 때문에 피곤한 것은 있지만 두리형 은퇴식이라 반드시 가야한다고 구단을 설득했다"며 "두리형 은퇴식은 좋은 자리다. 웃으면서 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자철도 "한국 축구의 역사를 이룬 대선배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영광스럽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잘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두리형과 아시안컵 뿐 아니라 여러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차두리의 은퇴식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선물을 할지 특별한 이벤트를 할지는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차두리에 대한 최고의 선물은 승리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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