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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반쪽정책' 우려에도 흥행은 성공


입력 2015.03.30 15:36 수정 2015.03.30 16:43        이충재 기자

제2금융권‧고정금리 제외돼 형평성 논란 커질 듯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이 담당자와 상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30일부터 추가 판매를 시작하자 파열음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일부 은행 지점에서는 고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등 안심전환대출의 열기는 여전했지만, 그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안심전환대출에 제2금융권과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소외됐다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정부 주도의 ‘혈세대책’이라는 지적 등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정책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정치권도 은행창구만큼 시끄럽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이 20조원 공급 한도를 나흘만에 소진하자 부랴부랴 공급을 2배로 늘려 이날부터 5일간 20조원 한도로 추가판매를 시작했다.

안심전환대출은 현재 변동금리를 적용받거나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을 연 2.6%대의 고정금리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보다 1%p 이상 낮은 금리에 이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가판매의 경우 선착순 방식이 아닌 저소득층 우선 판매 방식이어서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이미 달아오른 ‘대출열기’에 시민들이 은행창구로 몰려들었다.

실제 이날 오후 1시 서울 을지로 일대 은행지점에는 고객들이 번호표를 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장면이 재현됐다.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국민은행 을지로입구 지점을 찾은 한 30대 남성은 번호표를 뽑은 뒤 “포기하고 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던 1차 때와 달리 이번엔 일괄 접수를 한 뒤 주택가격이 낮은 대출자부터 순차적으로 배정한다. 은행 점포 내에서도 직원이 “선착순이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대기순번’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고정금리 대출자 심리적 박탈감…'로또식 배분' 우려

뜨거워지는 열기만큼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추가판매에서 한도를 두 배 늘렸지만 당초 대상에서 제외된 제2금융권 대상자와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여전히 자격이 없다. 부실 위험이 가장 높아 도움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저소득층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금융권에선 이를 두고 ‘로또복권식 자금 배분’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특히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심리적 박탈감’은 정부의 정책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맹은 “제2금융권이 대상에서 제외돼 안심전환대출은 반서민금융정책이 됐다”면서 “제2금융권 대상자를 위해 별도로 10조원을 배정하고, 주택금융공사가 직접 접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 등을 이유로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국은 가계부채 구조를 바꾸는 문제와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문제를 별도로 풀어야 한다는 기조다.

"은행권, 안심전환대출 확대로 3000억원 이익 감소"

당장 은행들의 수익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 추가판매 한도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경우 수익이 1000억~3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중 은행이 기존 3% 중반의 주택담보대출을 2% 중반으로 대출하게 되면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지난 24일 안심전환대출 판매가 시작된 이후 은행 관련주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각에선 ‘또 다른 관치’라는 말도 나온다.

은행들의 업무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 영업점은 안심전환대출 1차 신청이 있었던 지난 24일부터 밤 12시를 넘겨가며 업무연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졸속적인 금융정책으로 금융기관과 은행노동자들만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개탄한다”며 안심전환대출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임 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면서 은행권과 충분히 협의를 했고, 손실이 없다는 것을 상호 확인했다”며 “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은행권 손실이 커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각 금융회사 CEO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차질 없는 시행”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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