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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발령 싫어요" 변하는 수출입은행


입력 2015.03.30 17:45 수정 2015.03.30 18:21        김해원 기자

맞벌이 부부 늘면서 기러기 생활 어려움 호소

개발도상국 사업 많아 해외발령 경쟁률 저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 파견 현황.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해외 파견 현황.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은 은행권에서 흔치 않게 해외 근무를 경험할 수 있는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개발도상국 사무소가 많아지면서 행원들 사이에서 해외 파견 근무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30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오는 6월 인사를 앞두고 해외 파견 근무 지원율이 줄어들고 있다. 수은은 6월과 12월 두 번의 인사를 진행하는데, 인사 진행 2달 전 해외 파견 신청을 미리 받는다. 해외에서 2년 이상 체류해야 하는 만큼 숙고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과거엔 해외발령 지원이 몰려 경쟁이 치열했지만 최근에는 해외 발령 지원을 하면 대부분 통과된다"며 "2년 순환직이기 때문에 각 직원들이 한 번씩은 해외 경험을 해볼 수 있을만큼 기회가 많지만 지원율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해외 파견 인원은 총 72명으로 현지에서 진행하는 금융업무와 해외로 들어오는 협력사 안내 등을 담당한다.

현재 동경 2명, 북경 2명, 상해 2명, 뉴델리 2명, 타슈겐트 1명, 하노이 3명, 자카르타 2명, 두바이 2명, 모스크바 2명, 파리 2명, 뉴욕 2명, 워싱턴2명, 멕시코시티 2명, 사웅파울루 2명, 양곤 2명, 보고타 2명, 이스탄불1명, 다레살렘 2명, 마푸토 2명, 아크라 1명이 각각 분포돼 있다. 또 수은영국은행 4명, 수은인니금융 4명, 배트남리스금융 3명, 수은아주금융유한공사에도 각각 4명씩 파견돼 있다.

수출입은행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행원들은 "과거에는 해외 파견 신청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 고위관계자는 "해외파견이라고 하면 영국이나 파리의 출장소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최근 행원 수요가 많은 곳은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이라며 "이 때문에 지원율이 저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수출입은행과 교류가 많은 개발도상국에 파견을 나간 행원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 인프라 부족으로 업무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또한 각 국가별로 지정된 휴일이 달라 행원들 사이에 '호불호'가 뚜렷하다. 베트남 등 공산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는 휴일이 적어 행원들 사이에서 비인기 국가로 꼽힌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엔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데 해외 파견을 가면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게다가 타 기업과 달리 해외 파견 추가 수당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지 않는 가정도 자녀교육 등으로 해외 파견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에 파견돼 2년동안 생활을 한 가정이 있는데 성인의 경우는 상관없지만 문화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들의 경우는 귀국한 뒤 적응이 어려웠다"며 "또한 오지의 경우는 말라리아 등 질병 예방을 위해 늘 약을 먹는데 이로 인해서 간 건강이 안 좋아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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