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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고위급 하차, 낙하산 수순?…노조 "용납 못해"


입력 2015.03.30 15:05 수정 2015.03.30 15:17        박영국 기자

외부인사 영입 전 경쟁자 제거 의혹…고재호 사장 체제 장기화 가능성도

노조 "인적쇄신이라면 OK, 낙하산 수순이라면 용납 못해"

현시환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가운데)이 9일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로비에서 사장선임을 촉구하고 낙하산 인선을 반대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현시환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가운데)이 9일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로비에서 사장선임을 촉구하고 낙하산 인선을 반대하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후임 CEO 물망에 올랐던 부사장들이 최근 일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혹은 그 윗선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가 하면, 현 고재호 사장이 연임되거나 유임 체제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움직임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 조직을 대(大)팀 단위로 재조직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오는 31일 주주총회 전까지 대팀단위 개편에 이은 조직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며, 임원 승진인사 역사 주총을 전후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박동혁 장보고-Ⅲ사업단장, 고영렬 영업담당, 이철상 인사지원실장 등 부사장급 절반에 해당하는 3명의 보직이 사라졌다.

박동혁·고영렬 하차, 낙하산 앞두고 걸림돌 제거 차원?

이들 중 이철상 부사장의 하차는 큰 의미가 없다. 54년생인 이 부사장은 올해 만 60세를 넘긴데다, 고재호 사장의 입사 동기이면서 나이는 한 살 더 많아 CEO에 오르지 못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날 상황이었다.

조선업계의 특성상 주로 홍보와 인사 계통을 거쳐 온 이 부사장이 CEO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했다. 최근 신임 사장 후보군 하마평에도 이 부사장은 언급되지 않았었다. 그는 자회사인 단체급식·호텔업체 웰리브 대표이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나머지 두 명이다. 박 부사장과 고 부사장은 고재호 사장을 제외한 내부 인사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CEO 후보군이었다. 나이도 고 사장보다 한두 살씩 어리다. 이들이 정리됐다는 것은 향후 외부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기 위한 ‘걸림돌 제거’ 차원으로 받아들여질 개연성이 크다.

고 사장이 ‘유임’이라는 애매한 신분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나 그 윗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핵심 부사장들을 쳐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은 ‘낙하산 인사 사전포석’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부사장과 고 부사장이 사라짐으로써 향후 외부 인사를 CEO로 선임했다가 논란이 일 경우 ‘내부에 대안이 없다’고 해명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재호 사장 연임, 혹은 유임체제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고 사장의 기업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시 CEO’라는 꼬리표를 달고 차기 CEO로 거론되는 이들을 수하에 거느리고 회사를 이끌어가긴 힘든 상황이었으나 고 사장의 의지였건, 산업은행의 의지였건 이번 인사를 통해 말끔히 정리됐다는 것이다.

이는 고 사장이 연임되거나 유임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31일 주총 직후 서둘러 임시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고 신임 CEO를 선임할 것이라면 굳이 두어 달짜리 시한부 사장을 위해 그런 일을 벌일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재호 사장 입장에서 연임 가능성이 없다면 굳이 몇 달 더 버티기 위해 ‘시한부’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며 “연임되거나, 현재의 유임 체제로 가더라도 1년가량은 더 CEO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1일 주총 이후에도 신임 CEO 선임을 위한 산업은행 등 주주들의 움직임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고재호 사장에게 올 1년을 맡겨두고 내년 정기주총에서 새로운 CEO를 선임하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어차피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올해 외부인사 영입은 부담이 되니 고 사장의 임기를 실질적으로 1년 연장해 주고 내년에 3년 임기의 새로운 CEO를 선임하는, 일종의 ‘타협안’이 도출됐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노조 "인적쇄신이라면 OK, 낙하산 수순이라면 용납 못해"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외부 CEO 영입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이번 부사장들의 하차 배경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노조 차원에서 고위 임원들의 정리를 요구해왔던 만큼 이번 인사 자체를 놓고 반발할 명분은 없지만,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임원이 너무 많은데다 (임원들이) 책임지는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며, “그런 의미에서의 인사혁신이라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차기 CEO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사람들이 나갔기 때문에 다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만일 내부인사를 정리하고 바깥인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순이라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산업은행을 방문,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조합원 1만8000명의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며, 31일에는 주총이 열리는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서 집행위원 20여명이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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