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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연장처럼..' 줄부상 악령이 준 의외의 선물


입력 2015.03.31 08:14 수정 2015.03.31 09:58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슈틸리케호, 주축 또는 테스트 자원 거푸 부상 이탈

절망적 상황에도 새로운 자원 두각..외려 선수층 두꺼워져

31일 한국-뉴질랜드전은 결과 보다도 차두리 은퇴식으로 더 큰 관심을 모은다. ⓒ 연합뉴스 31일 한국-뉴질랜드전은 결과 보다도 차두리 은퇴식으로 더 큰 관심을 모은다. ⓒ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줄부상의 악령’은 여전하다.

그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속출로 전력 누수는 물론 원하는 테스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도 그랬다.

구자철(26·마인츠05)의 선제 헤딩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1-1 무승부에 그친 결과도 아쉽지만, 더 아쉬운 것은 부상 이탈이다. 소집을 앞두고, 또는 경기 도중 어김없이 슈틸리케호 멤버들의 부상이 이어진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뽑고 싶은 선수를 선발하지 못했고 대회에서도 부상 공백에 마지막까지 힘을 받지 못했다.

'2015 아시안컵'에 출전할 선수들을 발탁하는 과정부터 부상 때문에 고심을 했다. 왼쪽 측면 풀백에 윤석영(25·QPR)을 부르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아시안컵을 앞두고 부상해 그러지 못했다. 설상가상 핵심 공격수가 되어야 할 김신욱(27·울산 현대)과 이동국(36·전북 현대), 오른쪽 풀백 이용(29·상주 상무)도 부상으로 뛸 수 없었다.

아시안컵 대회 도중에도 이어졌다.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과 구자철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국, 슈틸리케호는 아시안컵 8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뚝 떨어진 공격력 탓에 맛이 덜했다.

이후에도 악령은 계속되고 있다. 3월 우즈베키스탄 및 뉴질랜드와 평가전 2연전을 앞두고 김진수(23·호펜하임)가 소집 직전 리그 경기에서 뇌진탕 증세를 보여 합류하지 못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테스트해보려 했던 장현수(24·광저우 푸리)마저 발목 부상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김은선(27·수원 삼성) 역시 심한 감기 몸살로 들어오지 못했다.

우즈벡전에서는 이정협(24·상주 상무)과 정동호(25·울산)가 부상으로 전반에 빠지면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정동호의 이탈은 더욱 아픔이 컸다. 이처럼 부상 이탈은 전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자원 발굴이라는 긍정의 효과도 일으켰다.

대표적인 예가 이정협이다.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이정협이 아시안컵에 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원톱이자 K리그 챌린지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정협은 아직까지 없었을지도 모른다.

윤석영 합류 불발로 왼쪽 풀백에 김진수가 붙박이로 들어가면서 아시안컵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스타가 된 것 역시 부상이 일으킨 의외의 효과다. 오른쪽 풀백의 이용이 지난해 10월 코뼈 골절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차두리의 대표팀 연장이라는 또 다른 효과를 불러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전을 앞두고 장현수를 실험하려고 했지만 역시 부상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정동호라는 새로운 자원을 염두에 두고 그를 선발했다. 정동호 역시 고관절 염좌상으로 전반 41분 만에 교체 아웃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부상 아웃 전까지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며 합격점을 줬다.

이청용이 아직까지 아시안컵 당시 부상으로 소속팀에서도 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성(23·전북)이라는 새로운 스타도 탄생했다. 이재성은 우즈벡전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돼 그라운드의 곳곳을 누볐다.

소속팀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광범위하게 움직였던 이재성의 A매치 데뷔전은 더욱 눈에 띄었다. 현역시절 '두 개의 심장'으로 불렸던 박지성(34)을 많이 닮았다는 평가까지 이끌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부상으로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전에는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정협이 부상하지 않았더라면 지동원의 테스트 여부도 더 지켜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부상 악령은 유쾌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대표팀 선수층이 두꺼워지는데 기여하는 뜻밖의 선물이 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려움 속에도 긍정의 효과를 일으키는 슈틸리케호의 매력 중 하나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IFA랭킹 134위의 뉴질랜드를 상대로 3월의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FIFA랭킹 56위인 한국에 비해 약체인 데다 역대전적에서도 한국이 6전5승1무로 앞서 있다. 결과 보다도 이날은 차두리가 14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은퇴경기로 더 관심을 모은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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