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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임 예원 논란 '역대급 반전' 디스패치에 농락당했나


입력 2015.03.29 10:28 수정 2015.03.29 10:36        하재근 문화평론가

0<하재근의 닭치고tv>선정적 정보에 휘둘리지 말아야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의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장 욕설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의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장 욕설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역대급 반전 사태가 일어났다. 얼마 전 이태임이 예원에게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현장에서 이유없이 욕설을 퍼부었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처음 이태임 측은 그렇지 않아도 촬영장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터에, 예원의 반말을 듣고 폭발하여 부적절한 말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예원 측에서 전면 부인했다. "카메라가 돌고 있었고 촬영 중이었는데 반말은 말도 안 된다". 그저 겨울날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온 이태임에게 ‘춥지 않아요?’라고 안부를 물었을 뿐인데 이태임이 갑자기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부어댔다는 이야기다.

상황은 진실공방으로 흘러갔다. 이태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쪽과, 예원이 원인제공을 했을 거라는 쪽이 대립했다. 하지만 이태임에게 유리한 증언은 나오지 않았고, 관계자의 말이라면서 은근히 예원을 불쌍하게 여기도록 하는 느낌의 ‘카더라’식 보도가 흘러나왔다.

결정적으로 이른바 ‘찌라시‘가 돌면서 상황이 이태임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일반적인 수준의 욕이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찌라시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여론은 점점 이태임을 압박했고 결국 이태임은 예원에게 ‘무조건’ 사과했다. 반말했다는 애초의 주장도 철회했다. 예원 측은 그 사과를 받고서야 "이태임 선배도 힘든 상황에서 촬영에 임하고 계셨음을 알아주시길 바라며 ...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 선배께서 용기를 내 먼저 사과를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태임 선배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라고 이태임을 생각해주는 대인배의 모습까지 보였다.

촬영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MBC 측에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MBC는 이 요구를 묵살했다. 이태임이 매장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는 것은, MBC가 예원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태임은 비겁한 변명을 한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이 사건에서 연예인 사생활을 주로 폭로하는 파파라치 매체인 디스패치가 이태임을 매장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디스패치는 자신들이 직접 취재했다며 당시 상황을 이렇게 보도했다.

예원 : 언니, 춥지 않아요?
이태임 : (굳은 표정) ** 미쳤냐? **버릴라
예원 : (당황)
이태임 : **, 너 연예판 생활 그만하고 싶냐? 개념상실했냐? ***야. ********************! (예원을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함)
예원 :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숙임)

그리고 이렇게 보도했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예원은 전혀 말을 놓지 않았다. 놀리지도 않았다. 그냥 걱정이 되어 안부를 물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태임의 분풀이는 약 2~3분간 계속됐다. 예원은 당황해 눈물을 글썽였다. 이태임은 녹화를 중단하고 자리를 떴다. 반면 예원은 조용히 탈의실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어 30여 분 이상 눈물을 쏟아냈다.’

누가 봐도 예원을 불쌍히 여기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디스패치는 최근,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 내용을 폭로하거나, 사건의 스토리를 메시지대화처럼 구성해 전폭적인 신뢰를 쌓아왔다. 이태임 사건 보도도 그런 식이었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은 당연히 이태임이 거짓말했다며 예원을 두둔했다.(나도 디스패치 보도를 믿었다)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사건이 27일에 뒤집혔다. 촬영 영상이 누군가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공개된 내용은 디스패치의 보도 내용과 전혀 달랐다. 아래가 영상의 대화 내용이다.

이태임: 안녕
예원 : 추워요?
이태임: 어, 야, 너무 추워. 너 한번 갔다와봐
예원 : 안 돼
이태임: 너는 싫어? 남이 하는 건 괜찮고? 보는 건 좋아?
예원 : 아니 아니
이태임: 지금 너 어디서 반말하니?
예원 : 아니 아니요
이태임: 내가 우습게 보이니?
예원 : 추워가지고. 아니요.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이태임: 눈깔을 왜 그렇게 떠?
예원 : 네?
이태임: 눈을 왜 그렇게 뜨냐고. 너 지금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지 그치? ... *** *** 반말해대잖아 반말. 이게 어디서 ***이 진짜…쳐맞기 싫으면 눈 똑바로 떠라 ***이. 너는 내가 연예인인 거를 평생…
예원 : 저 *** 진짜 아 씨...

이 영상에 따르면 반말은 사실이었고, 예원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글썽이지도 않았다. 애초에 이태임의 해명이 맞았던 셈이다. 욕설은 했을지라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이태임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후배에게 욕설을 쏟아낸 행위는 분명히 잘못됐다. 문제는 그 욕설 사건이 벌어진 이후의 일이다. 예원 측에선 반말을 한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했고, 찌라시는 이태임을 더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며, MBC는 사실확인을 거부함으로써 예원의 거짓말을 돕고 이태임 매장을 방조했다. 예원 측은 심지어 여론에 밀린 이태임이 무조건 사과한 이후에 마치 이태임을 위해주는 것 같은 ‘대인배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다.

이 일련의 흐름 중에서 가장 황당한 건 디스패치의 탐사보도다. 도대체 무얼 근거로 사실과 전혀 다른 ‘소설’을 썼단 말인가? 디스패치의 소설로 인해 대한민국이 농락당한 형국이다. 디스패치는 최근 독자로 하여금 이민호와 수지가 런던에서 밀월여행을 즐겼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것은 어린 여성인 수지에게 막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팬들은 런던의 호텔에 그 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민호의 가족과 수지의 매니저 등이 모두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디스패치는 또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소설을 기도한 셈이다.

최근 디스패치가 선도하는 파파라치식 폭로보도와 찌라시 등에 네티즌은 상당한 신뢰를 보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러한 폭로들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태임이 잘못한 건 맞지만, 잘못한 정도보다 더 질타를 받으며 인격적, 사회적으로 매장까지 당했다. 이것에 대해 누가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보다 책임 있는 보도 태도, 그리고 선정적인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함이 필요하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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