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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기살려 경제 살리자'던 그들 어디로?


입력 2015.03.26 10:20 수정 2015.04.13 16:13        이강미·박영국 기자

[위기돌파, 오너십에서 찾는다②]"중요 법안과 결정, 여론에 갈팡질팡"

"반재벌 부각 기업활동 억제 더이상 안돼...죽은경제 회생 위해 새로운 잣대 필요"

황교안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기획] 한국 경제 위기 돌파, 오너십에서 찾는다
(상)LG와 노키아 그리고 김승연과 최태원
(중)'기업인 기살려 경제 살리자'던 그들 어디로?
(하)재벌총수라고 특사제외는 '역차별' 경제살리려면...
지난해 9월 24일. 재계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발(發) 낭보가 전해졌다. 황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헌신적 노력을 할 경우 잘못한 기업인도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 기업인이라고 가석방이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황 장관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며 “여러 가지 투자 부진 때문에 굉장히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기업인이 계속 구속 상태로 있으면 아무래도 투자 활성화를 결정하는데 지장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공감하는 것”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가석방 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과 정부의 경제 수장이 잇달아 내놓은 ‘기업인 선처’ 발언은 당시 실형이 확정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인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겨줬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잇따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벌어지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잠시 주춤했던 반재벌, 반기업 정서는 ‘여론’을 타고 다시금 활개를 쳤고, 결국 ‘기업인 선처’ 얘기도 없던 일이 돼버리고 말았다.

최근들어 여야가 모처럼 경제살리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사안들이 '여론'에 등떠밀려 뒷전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인 사면'이다. “주요 기업인이 계속 구속 상태로 있으면 투자 활성화에 지장을 받는다”는 경제부총리의 언급은 기업인에 대한 선처를 정책적으로 필요한 일로 인지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자 기업인 선처는 ‘없던 일’로 됐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말로는 경제살리기에 앞장선다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만 해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기업인 선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연말 조현아 사태 이후 쑥 들어갔다”며 “당장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대기업 몇 곳의 미래가 달린 일인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안타까워했다.

들끓는 여론에 등떠밀려 배가 산으로 간 사례는 비단 ‘땅콩회항’사건으로 인해 물거품이 된 ‘기업인 사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들의 윤리기강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됐던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당초 수많은 문제점과 논란을 내포하고 있어 많은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예기치못한 이완구 국무총리발 ‘녹취록’ 파문으로 인해 ‘여론’의 냉엄한 눈빛을 받으며 미처 손질할 틈도 없이 국회를 통과하고 말았다.

이에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한 나라의 중요한 법안과 결정이 그때그때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갈팡질팡 끌려다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민주주의도 좋지만, 요즘은 도가 지나친것 같다”고 말했다.

A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은 여론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여론이 등을 돌리니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 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의 기본 생존바탕이 ‘민심’이다 보니, ‘표심’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반재벌, 반기업 정서가 이처럼 커진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슈로 부각시켜 ‘민심’을 이용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B 대기업 관계자는 “대선과 총선을 치를때마다, 혹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사정 정국으로 유탄을 맞는다”며 “그런 단기적 이슈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는 것보다 기업활동을 촉진시켜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풍족하게 하는 게 근본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474 비전(잠재성장율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을 발표했다. 달성 목표 시점이 2017년이니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비전을 달성하려면 재계의 화답과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지금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축돼 있다. 박 대통령 출범 이후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중인 총수는 10여명으로 역대 정권에서 가장 많다.

한국 경제 성장과정에서 태동된 재벌기업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재벌’혹은 ‘오너’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뉘앙스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2년간은 과감한 투자나 사업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4분기에 증시상장 후 사상처음으로 영업이익 9400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2010년 2월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사상최대 투자와 함께 반도체 라인 증설에 나섰고, 스마프폰인 갤럭시 시리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고, 동시에 2차전지 등 미래신사업에도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역사가 짧은데다, 단기간 동안 세계 경제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고속 성장을 하다 보니 일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기업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더이상 안된다"면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죽어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새로운 잣대와 시선으로 다가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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