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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노키아, 김승연과 최태원…공통점은?


입력 2015.03.25 11:30 수정 2015.04.13 16:43        박영국 기자

<위기돌파 해법, 오너십에서 찾는다①>

오너 복귀로 급가속 한화, 오너 수감으로 급제동 SK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 살리려면 '한국형 오너십' 절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엔화 약세와 후발국들의 추격 등 한국경제와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기업들의 위기돌파는 기존 보유 업종에서의 경쟁력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M&A, 신성장동력 확보 등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새 판 짜기에 나서야 한다. 막대한 투자와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사업구조 재편이 가능하려면 강력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을 일으킨 창업 1세대가 보여준 강력한 오너십이 반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다시 주목되는 이유다. 반재벌, 반기업 정서로 위기에 봉착한 기업과 오너들의 기를 살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글로벌 경제전쟁의 최전선에 나서도록 하는 게 경제살리기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형 오너십’의 현주소와 위기, 그리고 극복방안 등을 살펴보고 한국경제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경제 전문가들은 반재벌, 반기업 정서로 위기에 봉착한 오너들의 기를 살리고 그들로 하여금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나서도록 하는 게 경제살리기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12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방문, 대기업 회장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데일리안 경제 전문가들은 반재벌, 반기업 정서로 위기에 봉착한 오너들의 기를 살리고 그들로 하여금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나서도록 하는 게 경제살리기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12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을 방문, 대기업 회장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데일리안


[기획] 한국 경제 위기 돌파, 오너십에서 찾는다
(상)LG와 노키아 그리고 김승연과 최태원
(중)'기업인 기살려 경제 살리자'던 그들 어디로?
(하)재벌총수라고 특사제외는 '역차별' 경제살리려면...
“노키아가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핀란드인 경영진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스티븐 엘롭을 사장으로 영입한 반면, LG전자는 결국 창업주 일가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을 선택했다.” - 2010년 9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언제까지 악덕재벌, 악덕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갇혀있을 것인가? 우리 국민들도 북유럽의 노키아처럼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기업을 갖고 싶다.” - 2012년 6월 민주통합당 부대변인 논평.

과거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던 핀란드 노키아에 대한 국내외 평가들이다. 하지만 3~5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왜 하필 그때 노키아를 예로 들었을까’라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코노미스트로부터 칭송을 받았던 ‘CEO’ 스티븐 엘롭 사장은 과감한 정책 결정의 부재로 노키아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특히 한국의 진보 진영에서 그토록 부러워하던 노키아는 주력인 휴대전화 사업부문이 지난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며 더 이상 핀란드 국민기업으로 불릴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반면 스마트폰 부진으로 혹평을 받았던 LG전자는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수장'을 맡은 이후 LTE스마트폰 올인 전략으로 위기에 빠진 LG전자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스마트폰시장의 포화로 인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는 위기에 봉착했으나 병환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삼성전자와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와 여기에 탑재하는 삼성페이로 다시한번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툭하면 노키아와 비교당하며 악덕기업으로 몰리던 삼성과 LG 등 우리나라의 오너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너십이 발휘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히면서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최근 한국경제가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지자 '한국형 오너십' '기업가 정신'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계 수장들은 연초 일제히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해달라"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기업과 기업총수들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부쳤던 정치권에서조차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왜 다시 기업가정신, 한국형 오너십을 강조할까. 그것은 그만큼 한국경제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끝에 내몰렸다는 반증일 것이다.

재계는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추진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경제 창업1세대들이 보여주었던 '오너십'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기업 승계 과정에서의 무리수나 오너 일가의 권력 남용 등 부작용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오너십의 존재 여부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기업의 움직임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재계 한 관계자는 “CEO는 경영에 실패해도 일자리를 잃는 선에서 끝나지만 오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을 탕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오너와 CEO가 갖는 책임감의 강도가 같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불황과 내수 침체, 주력 산업의 노후화 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서는 M&A나 구조조정과 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려줄 오너의 존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기업인수나 신사업 진출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 대해 실패에 대한 리스크까지 책임지며 의사결정을 내리긴 힘들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수적인 투자나 사업 전략의 전환이라 하더라도 당장 손익계산서에 마이너스로 기록된다면 CEO가 쉽게 결정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2011년 10월 6일 전경련 50주년 창립 기념 리셉션에 김승연 한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11년 10월 6일 전경련 50주년 창립 기념 리셉션에 김승연 한화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두 곳의 국내 대기업에서 발생한 희비 교차도 오너십이 기업의 행보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화와 SK의 얘기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한화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7월 한화L&C와 드림파마의 분리·매각을 시작으로 10월 한화케미칼이 KPX화인케미칼 지분을 420억원에 인수하며 케미칼 사업 부문 강화에 속도를 냈다.

김 회장의 사업구조 재편은 지난해 11월 사실상의 경영복귀와 함께 이뤄진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삼성토탈 등 삼성 4개사 인수로 정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한화의 석유화학사업부문 매출규모는 기존 11조7068억원(이하 2013년 기준)에서 18조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LG화학(17조5452억원)과 롯데케미칼(16조4389억원)을 제치고 단숨에 국내 1위로 올라서게 됐다.

이처럼 덩치를 키우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화그룹 전체로는 삼성과의 빅딜로 자산규모가 37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어나며 재계순위도 한 계단 위인 9위로 올라서게 됐다.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해 재계 10위권에 재진입한 지 12년 만이다.

이같은 한화그룹의 승승장구는 한때 비슷한 처지였던 SK그룹의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SK그룹은 지난해 주력 사업인 정보통신(SK텔레콤)과 에너지·화학(SK이노베이션 등) 사업은 각각 단통법 시행과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런 가운데 실질적으로 SK그룹을 먹여살린 회사는 최태원 회장이 경영현장에 있었을 당시 2012년 초 인수한 SK하이닉스다. 당시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정보통신 및 에너지·화학 불황 시기의 SK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한 버팀목이 됐다는 게 회사 안팎의 판단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지난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 지난 2년여 간 그룹 차원의 경영활동이 올스톱 되다시피 한 상태다.

그 사이 SK는 합작사 선정이나 인수합병이 모두 오너 부재로 타이밍을 잃어 무산돼버렸다. 최근 SK네트웍스가 KT렌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게 대표적이다. 당시 SK측은 “오너가 공백이라 전략적 판단보다는 재무적인 판단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SK하이닉스도 언제까지 SK그룹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도체 기업은 장치산업 특성상 적절한 타이밍에 행해지는 대규모 투자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미세공정 전환이나 증설 등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의사 결정을 내려줄 오너의 부재가 위기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더욱이 산업계 전반에 걸친 실적부진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콘트롤 타워의 부재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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