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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개혁안..." 발등 불붙었는데 네 안 내 안 가릴때냐


입력 2015.03.19 14:05 수정 2015.03.19 14:24        조성완 기자

<기자수첩>공무원연금개혁 서로 "안 내놔라" 공방만

내 개혁안 먼저 공개하면 무슨 대역죄인이라도 되나

지난 2월 26일 오후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및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주최한 2009년 공무원 연금개혁 평가에 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2월 26일 오후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및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주최한 2009년 공무원 연금개혁 평가에 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을 두고 의견차를 보인 것은 물론 하루 뒤인 18일부터 또다시 소모적인 논쟁만 이어가고 있다.

여야가 가장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각자의 ‘안’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빨리 개혁안을 공개해 논의석상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개혁안부터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새누리당 = 정부안'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전날 3자 회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의원 입법으로 (개정 법안을) 만들어놓고 어렵게 대타협기구를 만들어서 23차례 회의를 했다. 공무원 단체에서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며 “여야 합의대로 4월까지 (처리를) 해야 한다. 야당도 안을 내놓으면 협의해서 처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오히려 공을 정부에 넘겼다. 그는 “정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재정 절감, 노후 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다”라고 정부가 먼저 안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정부안을 바탕으로 보완해서 나온 것이 새누리당안이다. 토론해서 잘 해달라”며 다시 새누리당에게 공을 넘겼고, 김 대표는 “정부안은 내일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던진 공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돌고 돌아 결국 그의 품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박 대통령은 재차 “정치권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여야가 조속히 합의할 것을 촉구했고, 문 대표는 “정부가 합리적 안을 내놓고 잘 안되면 결단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대타협기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결단의 시기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부의 개혁안 공개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각자의 안을 둘러싼 논쟁은 날을 바꿔서도 이어졌다. 전날의 논쟁에서 한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 똑같은 주장만 반복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각 이해관계자들은 회담에서 약속한 대로 모두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 안을 내놓고, 대타협기구와 특위에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정부와 새정치연합이 조속히 개혁안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정부안이 공식화 되면 새정치연합 역시 약속한 대로 야당의 안을 제시하고 공무원 단체도 자신의 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간 새누리당은 자체 개혁안조차 내놓지 않은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모습에서 진정성에 의심을 갖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 대표가 정부안을 공식 요구했는데 인사혁신처는 공식화하기 힘들다고 거부했다”며 “오늘 모습만 보면 정부가 연금개혁의 청사진과 의지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강 정책위의장은 “정부안이 성립되려면 국무회의를 통해 입법화된 것”이라며 “이미 정부가 안을 내놓았다. 정부안을 사실상 새누리당이 입법화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야당의 개혁안에 대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공개할 생각”이라면서 “여당과 합의한 정부안이 나오면 공개한다는 게 지금 하나의 조건이고 다른 조건은 후에 말하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그간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떠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수차례의 시도를 했다. 하지만 번번이 반대에 가로막히며, 개혁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개혁을 하지 못하면 지난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은 2020년 6조6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천문학적인 연금 적자를 방치한다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시한폭탄을 떠넘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야와 정부는 개혁안을 두고 소모적인 핑퐁게임만을 이어가고 있다. 마치 자신들의 개혁안을 먼저 공개하면 큰 죄라도 짓는 것 같은 분위기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서로가 승패를 따질 부분이 아니다. 개혁안도 승패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패가 아니라 서로 공개하고 합의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때마침 3자 회동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합의 처리의 전기가 마련됐다.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마감하고 한시바삐 공무원연금 개혁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게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정부도 그저 뒷짐 지고 불구경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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