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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바로잡기? 15년간 안바뀐 규명위 교체부터


입력 2015.04.01 08:18 수정 2015.04.13 15:55        목용재 기자

<4.3을 다시 말해야하는 이유③>중립성 상실 편향 보고서

"군경을 학살범으로만 몰다니" 일부 위원 사퇴후 요지부동

“역사란 편한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며,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향해 한 역사학자의 지적을 그대로 전했다. 이는 대한민국 현대사인 제주 4.3사건에 대한 평가에서도 역시 비껴갈 수 없는 일침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5월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4.3위원회)의 ‘4.3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하고 특별법까지 시행하면서 해당 사건이 군·경에 의한 ‘정부책임’으로 일단락시켰다. 1998년 11월 당시 ‘한라일보’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제주 4·3은 공산폭동이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 진실을 밝혀 누명을 벗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을 사실상 ‘공산당의 폭동’임을 분명히 했음에도 그 결론은 엇갈린 셈이다.

이에 ‘데일리안’은 여전히 ‘4.3 희생자 재심의’여부가 정리되지 않아 남로당원에게 억울한 죽임을 당한 도민이 그 가해자와 함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상황, 4.3사건의 진상규명을 이끌어 온 4.3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공정성’ 의혹을 받고 있는 비판, 제주 4.3 헌정 앨범에 북한의 혁명가요인 ‘적기가’가 버젓이 올려져있는 내용 등 아직도 진행중인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 편집자 주 >


제주4.3평화공원 4.3행방불명 희생자 표석.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4.3평화공원 4.3행방불명 희생자 표석.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제주4.3평화기념관 내부 전시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제주4.3평화기념관 내부 전시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제주4.3평화기념관 내부 전시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제주4.3평화기념관 내부 전시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제주4.3평화기념관 내부 전시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제주4.3평화기념관 내부 전시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3추념일이 벌써 제67회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제주 4.3사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해당사건의 진상규명을 이끌어 온 4.3위원회 출범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채 시작돼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지난 2000년 8월 28일 출범한 4.3위원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의 당연직 정부위원 8명과 민간 위원 12명으로 구성됐다.

4.3사건은 군·경이 남로당원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희생이 발생하는 등 사실관계가 얽혀있는 사건이다. 4.3위원회는 사건 당시 군·경의 공과, 체제전복을 위해 움직인 남로당, 남로당이 움직인 민간인,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등 혼재된 사실을 규명해야 하지만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들이 위원직을 맡으면서 일방적인 정부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4.3위원회의 발족과 보고서 발간을 이끈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민간 위원 대다수는 제주 4.3사건을 군·경에 의한 일방적인 학살로 보는 경향이 크다.

중립성 상실한 채 시작한 4.3위원회

노무현 정부가 발간한 진상조사보고서는 4.3사건 당시 남한 체제의 혼란을 야기시킨 남로당 색출작업을 진행한 군·경의 공로를 배제시킨 상태로 공개됐다.

당시 보고서의 중립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보고서 채택을 반대했던 민간위원인 김점곤 전 국방부 차관보, 한광덕 예비역 소장, 이황우 동국대 명예교수는 수적 열세에 밀려 진상보고서 공개를 막지 못했고 이에 따라 4.3위원직을 자진사퇴 했다.

이황우 동국대 명예교수는 11일 ‘데일리안’에 “나를 포함해 김점곤, 한광덕 전 위원이 사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보고서 자체에 4.3사건과 관련된 정부 측 입장 및 보고서는 전혀 반영이 안돼 중립적 기술이 안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위원을 비롯한 민간위원 대다수가 노무현 정부 성향이었는데 상대적으로 그에 반대되는 우리 측 의견은 묵살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당시 4.3진상규명보고서 채택여부는 4.3위원회 정부·민간위원들의 다수결로 결정됐다. 정부위원 8명, 민간위원 9명이 보고서 채택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고 김점곤 전 국방부 차관보, 한광덕 예비역 소장, 이황우 동국대 명예교수 등 단 세 명만이 반대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세 명의 위원을 제외한 민간위원은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정기 전 서원대학교총장,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박창욱 전 제주 4.3사건 민간인희생자 유족회장,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 이돈명 변호사, 임문철 제주화북성당 주임신부 등 진보·좌파성향의 인물뿐이라는 설명이다.

4.3위원회의 대표적인 인물인 강만길 교수의 경우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시작되는 한국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펼치는 학자라는 평이다. 2006년 당시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이 계간지 '시대정신'에 ‘민중을 저버린 민족사학자, 강만길 교수’라는 기고문을 통해 강 교수가 북한은 항일독립세력이 세운 나라이고, 남한은 친일파가 미국을 등에 업고 세운 나라라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 바가 있다.

특히 6.25전쟁 발발의 본질과 관련해서는 ‘김일성 책임론’보다는 “전쟁으로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모호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4.3위원회 위원인 한광덕 예비역 소장은 본보에 “4.3위원회 위원 가운데 당연직 정부위원들은 모두 대통령의 성향을 따라 가는 것이 당연했다. 당시 편향적인 보고서 서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단 세 명밖에 없었다”면서 “당시도 그렇고 현재 4.3위원회 위원들도 4.3사건을 광복이후 이뤄진 최초의 통일시도를 군·경이 막은 사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4.3위원회 창립당시 민간위촉 위원 12명 가운데 4.3사건을 ‘군·경에 의한 학살 사건’으로 평가하는 인사와 ‘남로당 세력 색출 작업 가운데 일어난 민간인의 피해’로 판단하는 위원들의 성향이 9:3으로 나뉘어있었다면 현재 그러한 위원들의 비율은 더욱 편향된 상태라는 평가다.

행정자치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에 따르면 현재 4.3위원회는 김점곤 전 국방부 차관보, 한광덕 예비역 소장, 이황우 동국대 명예교수가 자진사퇴하고 빠지면서 류재갑 대진대 대진학술원장(2003), 배찬복 명지대 명예교수(2004), 한용원 한국교원대 명예교수(2004) 등이 새로 위촉됐다. 이돈명 전 위원은 지난 2011년 별세하면서 현재 4.3위원은 11명이다.

4.3위원, 편향된 4.3보고서 바로잡기에는 '쉬쉬'하면서 15년 동안 위원직

이들 11명의 민간위원들은 4.3사건의 희생자와 가해자의 위패가 4.3평화공원에 함께 안치돼 있는 등 4.3위원회의 진상규명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 이를 바로잡으려는 작업에는 소극적이다.

김점곤 전 국방부 차관보, 한광덕 예비역 소장, 이황우 동국대 명예교수 등 전직 위원들이 4.3위원회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자진사퇴한 이후 위원회의 활동을 바로 잡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위원은 전무하다.

2000년 설립 당시부터 제주4.3위원회 위원으로 진상규명 작업에 참여했던 인사들 대다수가 현재까지 위원직을 유지하다보니 진상규명의 재심의 하는 부분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11명의 민간 위촉위원들 가운데 8명이 2000년부터 4.3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인사다.

김동일 제주4.3사건진상규명모임 사무총장은 “가해자와 희생자의 위패가 같이 모셔져 있다는 점 등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위원회에서 권한이 있는데 이렇게 바로 잡는 작업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량 희생자를 가려내는 부분이 법 조항에 명시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광덕 예비역 소장은 “현재 4.3위원회는 설립 15년이나 됐지만 제주 4.3연구소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도구로 정착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면서 “4.3위원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것인 만큼 중립적인 입장에서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데 정부 측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고 군경을 양민 학살범으로만 몰고 있다”고 말했다.

이황우 교수도 “4.3위원들을 중립적인 인사들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빨치산 대장까지 희생자라며 위패가 놓여있는데 4.3평화공원의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라면서 "법령상 위원들의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은데, 현 정부는 4.3사건 바로잡기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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