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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외교 물개박수도 문제지만 무조건 '딴지' 언론


입력 2015.03.12 08:47 수정 2015.03.12 08:52        최용민 기자

<기자수첩>귀국하자마자 "성과 뻥튀기" 보도 이쯤되면 '훼방'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시각)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른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에게 순방 성과와 의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시각)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른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에게 순방 성과와 의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는 것."

'딴지'라는 단어의 뜻 풀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아직 진행중에 있는 어떤 사건에 대해 비판하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그럴 것이라고 단정짓고 반대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딴지를 건다고 표현한다. 원래는 '딴죽'이 옳은 표현인데 최근 국립국어원이 '딴지'도 쓸 수 있게 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가끔 이런 '딴지'를 거는 식의 보도가 나올 때가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관련해 제약 업계 성과 발표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한 일부 언론의 행태도 이와 비슷하다. 한겨례 등은 지난 9~10일 정부가 구체적인 근거없이 성과를 '뻥튀기' 했다고 보도했다. 정식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성과 부풀리기를 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국내 제약업체 및 의료기관의 사우디 시장 진출을 위한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내용은 JW홀딩스가 사우디 현지 회사와 수액공장 건립 MOU를 체결했고 종근당, 보령제약 등이 의약품 수출계약 및 MOU를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이 중 1500억원은 JW홀딩스의 수액공장 건설 및 수액제조기술 이전에 대한 수익이고, 나머지 500억원은 의약품 수출 성과다.

그러자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던 4개 제약사 대표들이 간담회를 열고 복지부에서 발표한 수출액이 뻥뛰기된 것이 절대 아니고 오히려 향후 전망까지 고려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설명을 들어보면 비씨월드제약사는 구체적인 수출 품목과 금액까지 정해서 계약을 했고 종근당과 보령제약도 현재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JW홀딩스도 사우디아라비아의 SPC와 현지공장 등록에 관한 향후 일정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고, 조만간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겨레가 아직 MOU 단계인 것을 확정적으로 발표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면 당연히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이들 업체가 향후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지 못하는지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지 봐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약회사 대표들은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이 중동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통해 향후 중동 지역 전반에 걸친 수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요점은 정부가 자신들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수치를 못 박았다는 것에만 집착해 성과를 부풀렸다 아니다 평가할 수 있는 단계가 아직 아니라는 점이다. 제약회사 대표들은 향후 일이 잘 진행되면 복지부가 말한 액수보다 더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언론 보도가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딴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은 정부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협약을 주선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해외 국가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이 직접 해외에 나가서 판로를 개척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중동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카타르에서 경제사절단과 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인들에게 "상시적으로 믿을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가 이 문제를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더 큰 문제는 이번 MOU가 MOU만으로 끝나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도 한 몫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식 계약으로 가기 위해 정부의 어떤 역할이 더 필요한지. 중동 진출 확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이다. 언론의 역할이 '딴지'에서 끝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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