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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받을 만했던' 설기현, 씁쓸한 은퇴에 눈살


입력 2015.03.05 14:08 수정 2015.03.05 14:2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K리그 개막 앞두고 갑작스런 은퇴 ‘이기적 행동’

성균관대 감독 취임? 지도자 자격 갖추지 못해

설기현의 갑작스런 은퇴 결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설기현의 갑작스런 은퇴 결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축구스타 설기현(36)의 갑작스러운 은퇴가 화제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던 설기현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설기현은 성균관대 축구 감독으로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설기현의 은퇴가 논란이 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다. 올 시즌 인천 소속으로 2015 시즌 K리그 선수등록까지 마친 설기현은 시즌 개막을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했다.

설기현을 올 시즌 팀 전력의 중심으로 구상했고 전지훈련까지 소화한 인천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설기현의 갑작스러운 은퇴는 성균관대 감독직 제의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설기현은 현재 지도자 자격을 충분히 갖춘 상태가 아니다.

대학팀 감독은 A급 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하다. 설기현은 B급 지도자 자격증밖에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기현은 성균관대 감독으로 취임하고도 A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때까지는 직무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하는 촌극을 빚게 됐다.

설기현은 충분히 박수 받으며 은퇴할 만한 자격이 있었다. 국가대표로서 월드컵 본선에 두 번이나 참여했고 A매치 83경기 출전해 대표팀 은퇴식을 치를 수 있는 자격도 갖췄다. 유럽무대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하며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현역 국가대표도 아닌 클럽 선수가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 수 있는 것도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떠나는 순간에 소속팀과 동고동락해온 동료들,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모습은 유종의 미를 거둬야할 은퇴 무대를 스스로 빛바래게 만들었다.

설기현이 자신의 진로 결정을 둘러싸고 물의를 일으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당시 포항 소속이던 설기현은 전지훈련까지 마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울산행을 선택하며 구단과 팬들을 황당하게 했다. 포항 팬들은 이후 울산전마다 설기현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한동안 앙금을 이어가기도 했다.

씁쓸한 것은 설기현처럼 축구로 많은 영광과 혜택을 누렸던 월드컵 스타들이 종종 '과정'의 가치를 무시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도자로서 기본 자격도 갖추지 못한 설기현이 성균관대 감독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것은 월드컵 축구스타라는 명성에 기댄 바 컸다. 설기현은 앞으로 지도자로서 유럽 진출과 대표팀 입성이 꿈이라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도자는 단지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축구와 사회를 대하는 인성을 가르쳐야 하는 역할이다. 축구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과 혜택을 누렸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이익과 관련해서는 이기적인 행보를 보이는 일부 축구스타들의 모습은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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