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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비상식' 전대차 계약…"세입자 피해 방조?"


입력 2015.03.04 17:21 수정 2015.03.05 10:37        박민 기자

서울시 및 법조계 "대우건설 전대차 계약은 비상식적인 것"

베네시티 전 임대업자 불구속 기소…대우건설 담당자 고발 조치 없어

대우건설이 지난 2009년부터 한 임대업자와 체결한 자사 명의의 서울 천호동 대우한강 베네시티 '임대차 계약서' 일부.ⓒ데일리안 박민 기자 대우건설이 지난 2009년부터 한 임대업자와 체결한 자사 명의의 서울 천호동 대우한강 베네시티 '임대차 계약서' 일부.ⓒ데일리안 박민 기자

대우건설 소유의 아파트 및 상가에 대한 ‘전대차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30억원이 넘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발생한 원인이 대우건설과 임대업자의 ‘비상식적인 계약’으로 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서울시 및 법조계에 따르면, ‘전대차 계약’은 집주인에게 빌린 집을 다시 임대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전대차 보증금은 통상 최초 집주인과 임차인과의 임대차 보증금 내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지난 몇 년간 자사 소유의 주택 및 오피스텔을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임대업자와 임대권 계약을 유지했고, 임대업자는 이를 다시 전대 계약을 체결하며 3배 넘게 보증금 차익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대우건설은 자사 명의의 서울 천호동 ‘대우한강 베네시티’와 인천 영종도 ‘아이비씨디오빌’, ‘스카이월드’ 등 총 303세대를 보증금 14억9680만원에 임대권 계약을 체결했고, 임대업자는 이를 다시 ‘뻥튀기’해 세입자들에게 총 49억4300만원의 전·월세 보증금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통상 전대차 계약은 임대차 보증금 내에서 하는 게 원칙이다”며 “어떤 특별한 이유에서 이 같은 ‘기형적인’ 계약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지만 3배 넘게 보증금을 올려 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역시 반응은 비슷하다. 이영수 변호사는 “이 같은 전대차 피해 사례는 처음 접해 본다”며 “상식적인 시장거래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임대업자에 대한 지나친 특혜가 작용해 이 같은 계약이 이뤄진 것 아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통상 임대업자와 세입자간의 전대차 계약은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은 임대업자가 보증금을 뻥튀기 해 전대차 계약을 체결할 당시 암묵적으로 동의했고, 이 과정에서 모종의 유착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이다.

이 변호사는 “세입자들이 집을 계약할 때 가장 먼저 집주인을 확인하는데 대우건설이 집주인으로 돼있었기 때문에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대우건설과 임대업자가 한 터무니없는 계약에 대해서만 제대로 알았더라도 애초에 전대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임대업자는 대우건설과의 임대차 보증금 규모에 대해 세입자들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전대차 계약을 유지하면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개인 용처로 사용해 반환 여력이 되지 않았을 때에도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집주인인 대우건설 역시 임대업자 대표가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을 알고 난 뒤 ‘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분쟁’에 대비해 특약을 추가로 체결했지만, 임대업자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어도 계약을 계속 유지했고, 결국 30억원이 넘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터진 것이다.

'전대차 보증금 피해'로 제 주인을 잃은 서울 천호동 대우 한강 베네시티 내 일부 상가.ⓒ데일리안 박민 기자 '전대차 보증금 피해'로 제 주인을 잃은 서울 천호동 대우 한강 베네시티 내 일부 상가.ⓒ데일리안 박민 기자

이번 대우건설의 비정상적인 전대차 계약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드문 사고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임대차 분쟁조정 및 법률지원을 2년 넘게 지원해온 서울시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에서 이와 유사한 피해 사례가 접수된 적이 없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서도 유사 판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월세 세입자들의 진정으로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월 말 대우한강 베네시티 전 임대업자 대표를 전차인들에게 전대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인데 불구하고 반환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한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을 보면 전 임대업자는 횡령한 보증금 일부를 대우건설 담당 직원의 가족여행경비 등으로 건넨 것으로 알려져 대우건설 직원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당시 대우건설은 직원에 대한 고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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