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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은 '장고 끝의 홈런' 국정원장은 '1년마다 교체'


입력 2015.03.04 16:50 수정 2015.03.05 14:47        목용재 기자

<기자수첩>MB정부 원세훈 임기 4년 1개월, 남재준·이병기 평균 임기 1년도 못돼

서울 내곡동 소재 국정원 현관.ⓒ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서울 내곡동 소재 국정원 현관.ⓒ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또’ 교체되면서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에서 세 번째 국정원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원장인 남재준 전 원장(31대)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약 14개월간을, 이병기 전 원장(32대)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약 8개월을 국정원장직에 있었으니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장의 평균임기는 1년이 채 못 된다.

3년도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최고 정보기관 수장이 벌써 3명 째라는 것은 지난 MB정부와 비교하면 너무 잦은 교체다. MB정부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은 4년 1개월 간 장수하면서 MB정권의 정보기관을 담당했다.

어떤 조직이든 수장의 잦은 교체는 조직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남재준 전 원장 당시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언론·정치권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국정원이 이병기 전 원장이 들어서면서 수습하는 모양새였지만 다시 8개월 만에 국정원장이 교체되면서 다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남재준 전 원장의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출발부터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남 전 원장은 원세훈 전 원장 당시부터 이어진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과 관련된 야당의 공세를 감당해야 했다.

특히 2013년 6월에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여당의원들에게 공개하면서 야당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야당의 요구로 국정조사까지 열렸고 야당 측의 거센 압박에 국정원 개혁에 합의했다.

여기에 지난해 4월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수사결과가 나와 국정원의 증거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또 다시 국정원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같은 국정원의 위기 속에서 이병기 전 원장은 “정치개입 논란에 휩싸이지 않겠다”며 정치개입 근절을 국정원 첫 개혁과제로 내세우며 취임했다. 국정원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셌는지 인사청문회에서 본 이 전 원장은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국정원이 야당에 휘둘릴까 걱정도 됐다.

이 전 원장이 정치개입 근절을 강조해서였을까. 이 전 원장의 국정원은 이후 이슈의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병기 전 원장은 인사청문회, 국정원 업무보고, 국정감사 등 현안과 관련해서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특히 이 전 원장은 포용적인 성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 외부와의 마찰도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시끄러웠던’ 국정원을 그나마 조용히 안정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두고 상당수 여론은 “이병기 원장이 도대체 국정원에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정원이 이제야 제대로 일 한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이 전 원장의 국정원이 ‘있는 듯 없는 듯’ 제대로 된 정보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국정원이 정치적 이슈에서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은 대공·정부 전복·방첩·대테러 등에 대한 정보와 국외정보 수집, 국가기밀 보안 업무 등 국정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또다시 국정원장이 교체되면 정작 실무자들이 자신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해커부대가 남한의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렇게 잦은 국정원장의 교체는 현명할 선택일까.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이제 막 2년을 넘긴 국정원의 수장은 벌써 세명. 일반적으로 조직은 수장의 스타일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으로 볼때 이번 국정원장 교체로 인해 그나마 안정상태로 접어든 국정원 조직이 다시 삐걱거릴까 염려된다.

이병기 전 원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 "설마. 그렇게 사람이 없을까"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국정원 직원들도 이병기 전 원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는 상황을 상상이나 했을지 모르겠다.

비서실장 인사 발표 이후 국정원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또 바뀌어? 골치 아프네”란 반응 아니었을까.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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