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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새정치 "운동장 안기울어졌다" 보수언론 탓


입력 2015.03.02 16:34 수정 2015.03.02 16:40        김지영 기자

민주정책연 '새로운 대중 출현과 진보 대응' 보고서

"연령 따른 보수화보다 불공정한 보수매체가 문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이념적 보수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지지층의 분포가 아닌 정당 지도자의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이 2일 발표한 보고서 ‘새로운 대중의 출현과 진보의 대응-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리,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안철수 현상’을 근거로 “이러한 현상은 진보의 지지기반이 꾸준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훈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먼저 우리나라의 진보 정치세력이 1980년대 이후 세계화·민주화·정보화·신자유주의화 등 급격한 사회변동을 무시하거나 다양한 사회변동 중 일부분만 부각함으로써 대중들의 역동적인 변화를 담아내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진보 정치세력의 패착은 크게 환원론과 양비론, 대안 없는 비판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 ‘진보나 보수나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양비론은 정치불신을 강화하고 현실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진보세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양비론은 대안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데 진보세력이 그동안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진영논리에 매몰됐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진보세력은 다양한 ‘사회론’을 비판의 도구로만 활용해왔다. 일례로 지난해 이슈가 됐던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들 수 있다. 김 교수는 “현실이 변화될 수 있다면 그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을 발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담론들은 일상화된 절망만을 보여주는 한계를 갖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김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허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야권의 거듭된 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인구의 보수화를 지목해왔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념적으로 보수화하는 점,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점이 진보세력의 집권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2002년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30세대의 지지를 통해 당선됐고, 10년 후 2012년 선거에서도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 엄청난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며 “(이는) 대중들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진보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김 교수는 “문제는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며 “정권의 지지율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잘 보이듯 진보 위기의 핵심은 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 하는 리더십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눈내린 어느 고등학교 운동장을 한 학생이 걷고 있다.ⓒ연합뉴스 눈내린 어느 고등학교 운동장을 한 학생이 걷고 있다.ⓒ연합뉴스

대안은 '네트워크화'와 지도자의 '혁명적 리더십'

김 교수는 야권이 나아가야 할 길로 다원화한 유권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정당을, 새로운 지도자의 역할로 혁신적 리더십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표의 당대표 공약이기도 한 네트워크형 정당은 다른 표현으로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시민참여형 정당을 의미한다.

먼저 김 교수는 정보화와 네트워킹화에 대해 “다양성을 확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개인간 연대를 촉진시킨다”면서 “우리나라의 촛불시위나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에서 알 수 있듯 인터넷은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조직 없는 조직화’를 가능하게 하고, 이것은 새로운 사회변화의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정보화를 가능하게 하고, 정보화에 의해 활성화되는 다양한 정체성의 발전은 무엇보다 ‘다양성의 존중’과 ‘자기표현적 가치’를 핵심으로 한다”며 이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의 권위주의적 조직보다 풀뿌리 조직, 혹은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지지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들 수 있다. ‘붉은악마’는 참여하는 대중과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대중, ‘촛불시위’는 정보화시대의 전형적인 사회운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형 운동’, 혹은 ‘조직 없는 조직화’ 운동의 탄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세대갈등의 배경으로 매체의 차이에 주목했다. 젊은 층이 활용하는 인터넷매체와 노인층이 활용하는 신문, TV 등 전통매체의 차이가 세대갈등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연령에 따른 보수화보다는 공정하지 못한 언론, 보수화한 전통매체가 노인층의 보수화를 이끈다는 설명이다.

역으로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허구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일 지금의 젊은 층이 50대 이상이 돼서도 인터넷매체를 계속해서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세대의식 또한 나이를 먹는다고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노령화에 따른 보수화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진보세력과 지도자의 모델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혁신적 리더십을 제언했다.

언론을 통한 보수화의 대안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대중의 자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과 세대, 계층별 ‘네트워크화’이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에게는 토론을 통해 대중의 요구를 대안으로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혁명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한국의 정책 및 선거전략에 관한 연구들은 마이크로 타게팅을 가능하게 하는 보다 세밀하고 미시적인 연구를 생산하지 못했다”면서 “특히 진보정치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듯 추상적인 개념이 현실을 압도함으로써 급변하는 대중들의 이해과 정체성을 대변하지 못 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공감의 정치와 혁신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직업·소득·세대·지역·성·취향 등을 복합적으로 관통하는 새로운 경험적 연구와 이에 기반을 둔 정책 형성만이 진보의 집권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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