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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로 빙의’ 기성용, 박지성 그립게 한다


입력 2015.03.03 10:04 수정 2015.03.03 10:1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피를로 묶었던 박지성 떠난 맨유..이젠 기성용에 당해

박지성은 현역 시절 아스날과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유독 강점을 보였다. ⓒ 데일리안 DB 박지성은 현역 시절 아스날과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유독 강점을 보였다. ⓒ 데일리안 DB

‘포병 부대’ 아스날이 가장 두려워 한 선수는 박지성(33·은퇴)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재임 시절 아스날전에서 박지성을 프리롤로 사용했다. 박지성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거너스 군단을 깡그리 밀어버렸다. 아스날전 통산 5골을 작렬하며 아르센 벵거 감독(65)의 주름살을 늘렸다.

박지성은 특히 이탈리아 출신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란체스코 토티(38·AS로마)를 괴롭혔다. 2004-05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는 당시 AC밀란 소속이던 안드레아 피를로(35·현 유벤투스)-젠나로 가투소(37·OFI 크레테 감독) 콤비를 무력화했다.

가투소는 박지성을 '모기'에 비유하며 축구 근성에 경의를 표한 바 있다. 피를로도 자서전에서 “박지성은 헌신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박지성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귀신처럼 빠르고 볼 쟁탈전에 강했다. 특히, 퍼거슨 감독의 아바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강팀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기성용이 박지성 없는 맨유의 킬러로 급부상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성용이 박지성 없는 맨유의 킬러로 급부상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피를로 빙의’ 기성용, 맨유 킬러 되다

박지성이 아스날과 이탈리아에 강했다면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은 맨유 킬러다.

스완지는 1912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맨유에 홈·원정 2연승을 거뒀다. 그 중심에 기성용이 있었다. 기성용은 부실한 맨유 허리진을 공략했다.

맨유 미드필더는 예전의 위용을 찾아볼 수 없다. 폴 스콜스와 박지성이 은퇴한 후 ‘과도기’를 겪고 있다. 전진 배치된 기성용은 볼 배급은 물론 득점까지 노렸다. 그 결과 2골의 결실로 이어졌다.

기성용은 맨유와의 개막전(2014. 8.16)에서 후안 마타를 완벽히 제압한데 이어 2차전(2015. 2.22)에서는 마루앙 펠라이니, 안데르 에레라, 달레이 블린트 등을 압도했다.

기성용은 스완지의 중원 사령관을 맡고 있다. 경기장 전체를 내다보며 볼을 간수하고 적시적지에 패스한다. 영국 현지에선 ‘아시아 피를로’에 비유한다. 패스 성공률 90%에 육박하는 기성용에겐 정당한 평가다.

기성용은 존조 셸비(23)와도 환상 호흡을 보여준다. 전투적인 존조 셸비가 상대를 억누르면 기성용은 최전방까지 무혈 입성한다. 또 정확한 패스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낸다.

‘찰떡궁합’ 기성용-존조 셸비를 보고 있노라면 피를로-가투소가 떠오른다.

피를로와 가투소도 AC밀란 시절 ‘영혼의 콤비’로 불렸다. 둘은 2004-05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맨유를 격파한 주역이다. 정확한 패스와 투쟁심으로 맨유에 2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맨유에 강했던 피를로조차 박지성 앞에선 지워졌다. 박지성은 2011년 맨유와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피를로의 그림자가 됐다. 2인3각 달리기하듯 90분 동안 피를로를 쫓아다니며 패스 줄기를 차단했다. 그야말로 피를로의 천적이었다.

공교롭게도 지금 맨유에 박지성은 없다. 그리고 맨유는 ‘극동의 피를로’ 기성용에게 2연패 당했다. 맨유 현지 팬들이 박지성을 그리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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