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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간' 신연식 감독 "'개훔방' 재개봉 엄청난 폭력"


입력 2015.03.02 16:49 수정 2015.03.02 17:10        부수정 기자
독립영화 '조류인간'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개를 훔치는 방법'(이하 '개훔방') 측에 독립 영화관에서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루스이소니도스 독립영화 '조류인간'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개를 훔치는 방법'(이하 '개훔방') 측에 독립 영화관에서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루스이소니도스

독립영화 '조류인간'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개를 훔치는 방법'(이하 '개훔방') 측에 독립 영화관에서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신 감독은 2일 배급사 루스이소니도스를 통해 "'조류인간'은 몇몇 극장에서 오전 10시와 오후 10시40분대에 배정받았다"며 "상업 영화인 '개훔방'이 비교적 좋은 시간대에 상영하는 걸 보고 좌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앞서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개훔방' 측은 지난 12일 아트 영화관을 중심으로 상영관 확대 재개봉을 선언했다. '개훔방'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신 감독은 "당혹스럽다"며 '개훔방' 측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 번째는 영화 확대 개봉을 독립영화관에서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신 감독은 "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의 다양성을 가치에 두고 만든 극장"이라며 "'조류인간' 같은 평범한 독립영화는 아트하우스에서 5개관을 배정받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개훔방'이 15개 이상의 극장을 배정받는 건 독립영화계에는 엄청난 폭력"이라며 "이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에게 폭행당했다고 억울해하면서 유치원 놀이터에 와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개훔방'의 시나리오 크레딧에서 김성호 감독을 빼달라는 것이다. 신 감독은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4~5년 전에 내가 썼다. 제작사와 이견이 생겨 작업에서 빠졌고, 김 감독이 찾아와 내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된 시나리오는 처음에 내가 쓴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없던 여러 설정이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얘기했다. 창작자로서 부끄러운 행위"라고 꼬집었다.

두 가지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유와 관련해 신 감독은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다"며 "한국영화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진 악습을 짚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개훔방'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개훔방'은 개봉 후 대기업 배급사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지만, 영화계 내부에 부조리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대기업 배급사의 부조리만 지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 작가, 제작사를 모두 포함해 영화계 내부의 문제를 돌아보는 자성의 목소리와 시선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감독은 또 "한국 독립영화의 현실이 척박하다"며 "독립예술영화관에서 특정 영화가 50개 이상의 극장을 점유하는 것은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약자는 타인의 폭력에 아프다는 소리도 낼 수 없는 사람"이라며 "절대 강자는 아니지만 영화계에서 아프다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약자들을 위해 귀를 기울이며 활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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