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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모범사례’ 이대호-오승환, 실력보다 중요한 인성


입력 2015.03.01 06:40 수정 2015.03.01 07:55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서 나란히 정상

일본진출 흑역사 지우고 후배들의 롤 모델로

오승환(왼쪽)과 이대호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승환(왼쪽)과 이대호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이대호(33·소프트뱅크)와 오승환(33·한신)이 2015 시즌 영광 재현을 위해 다시 뛰고 있다.

두 동갑내기 스타는 지난 시즌 각각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소속팀인 소프트뱅크와 한신은 나란히 일본시리즈까지 올라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놓고 다투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이대호는 2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첫 우승이라는 기쁨을 맛봤고, 오승환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구원왕에 오르면서 일본 진출 첫해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류현진(28·LA 다저스) 등 메이저리그에 가려 일본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과 조명이 다소 떨어진 감이 있지만, 이대호와 오승환의 성공은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 못지않게 한국 선수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무대였다.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비교적 일찍부터 꾸준하게 한국 프로 선수들의 진출이 이뤄졌지만 성공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히려 한국 무대에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선수들이 일본 무대에서 2군으로 추락하고 슬럼프에 빠지는 등 흑역사를 남기면서 '한국 선수들의 무덤'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은근히 한국 야구를 한수 아래로 취급하는 일본 야구계의 견제와 무시도 한몫을 담당했다.

최근 일본 무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미국을 거쳐 다시 국내 무대로 유턴한 임창용(39·삼성 라이온즈)을 비롯해 이대호와 오승환같이 몇 년간 한국인 선수들의 성공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일본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FA 자격을 앞둔 국내 정상급 선수들의 경우, 일본 구단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특히 이대호와 오승환 같은 선수들이 일본 현지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야구 실력만이 아니라 태도와 품성 등에서도 해외파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될 만한 행보 때문이다.

이대호는 오릭스를 통해 처음 일본무대에 데뷔할 때부터 현지인 뺨치는 적응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일본어가 서툰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이름과 서열을 일일이 기억하며 일본의 선후배 문화에 빠르게 적응한 것은 유명하다. 엄연히 통역이 있지만 특유의 넉살과 바디랭귀지로 선수들과의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가급적 특혜를 요구하지 않고 똑같이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니 동료나 스태프들도 이대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오승환도 비슷한 경우다. 이대호처럼 넉살이 좋지는 않지만, 매사 진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는 외국인 선수의 귀감으로 불린다.

스프링캠프 때 보통 비시즌 몸 관리를 안 해서 체중이 불거나 체력이 바닥인 상태로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당장 실전 투구에 돌입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한 오승환의 모습은 현지에서도 많은 칭찬을 받았다. 팀 내에서 오승환의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을 롤 모델로 삼으려는 일본 선수들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이야기할 때 흔히 '실력보다 중요한 것이 인성'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여기서 인성이라 함은 단순히 착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구단-동료-팀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 선수들도 현지에서는 결국 외국인이고 용병이다. 국내 보다 해외에서 인정받기란 더욱 어렵다. 금전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감도 더 커진다. 한국에서 성공했지만 해외 무대에서 실패했다는 선수들이 대부분 야구를 떠나 적응 단계에서 낙오하는 경우가 많다.

이대호와 오승환은 일본에서도 진정한 프로로 인정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자신들의 가치는 물론이고 한국야구의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라면 이대호와 오승환의 모습을 귀감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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