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저유가 직격탄' LG화학 여수공장 가보니...


입력 2015.03.01 11:00 수정 2015.03.02 09:58        여수=데일리안 백지현 기자

<르포>세계 최고 생산성으로 연 900만t 이상 유화 제품 생산

기초소재 생산하는 LG화학의 대표 사업장 자리매김

LG화학 여수공장 전경.ⓒLG화학 LG화학 여수공장 전경.ⓒLG화학

지난달 27일 찾은 LG화학 전남여수공장에 들어서자 화학원료를 저장하는 볼탱크와 수많은 쇠파이프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허허벌판에 첫 삽을 뜬 1976년, 5000t 규모의 PVC(폴리염화비닐)공장으로 시작해 현재 연간 900만t이 넘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약 290만㎡에 달하는 공장은 지난해 연간 매출 8조원을 기록, LG화학 전체 매출의 약 35%를 거둔 핵심 사업장이다. 1976년 이후 연평균 22%씩 성장해 무려 1800여배 이상 생산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LG화학 여수 NCC(나프타분해센터)공장은 세계 115개 NCC공장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LG화학은 SAP(고흡수성 수지)사업을 2008년 코오롱의 7만t 규모 SAP 김천 공장을 인수하면서 시작했고, 2010년 여수공장을 완공해 2011년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SAP 생산량 90% 이상을 수출하는 LG화학은 세계 1·2위 위생용품 업체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현재 5000억원 수준인 연간 매출액을 5년 내에 1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것이 목표다.

LG화학 여수 NCC공장.ⓒLG화학 LG화학 여수 NCC공장.ⓒLG화학

NCC공장, 세계 최초 3000대 에너지 고효율 공정 구축

여수국가산업단지 입구에서 약 20분간 차를 달려 도착한 LG화학 용성단지. 이곳에는 LG화학이 생산하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의 시발점이 되는 NCC공장이 위치해 있다. NCC공장은 원유를 분별 증류해 나온 나프타(Naphtha)를 들여와 80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17기의 분해로가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분해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느껴졌지만, 분해로 내부가 800℃ 이상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정도였다. 열 손실을 막기 위해 얼마나 단열을 철저히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LG화학 NCC공장 기술팀 변용만 부장이 분해로 안을 관찰할 수 있는 해치를 열어 보이자 시뻘건 불길이 분해로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불구불 설치된 파이프들을 달구고 있었다.

변 부장은 “분해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납사가 파이프를 지나가며 에틸렌 등의 기초유분으로 분해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NCC공장은 고온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정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많아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사용하느냐가 NCC공장의 기술력을 판가름 한다.

1Kg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양을 에너지 원단위라고 하는데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에서 에너지 원단위가 제일 낮은 공장이다. 다시 말해 동일한 양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가장 에너지를 적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완료된 증설을 통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 최초로 3000대 에너지 원단위를 달성했다.

전세계 115개 NCC공장의 평균 에너지 원단위가 7500대인 것을 감안하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평균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동일한 양의 기초유분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LG화학 NCC공장장 김영환 상무는 “생산원가에서 원재료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는 곧 생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며 “에너지 절감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은 우리가 생산한 기초유분을 원료로 PVC, ABS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공장의 원가 부담도 낮춰주는 연쇄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 SAP.ⓒLG화학 LG화학 SAP.ⓒLG화학

SAP는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생산하는 백색 분말 형태의 합성수지 제품으로, 물과 접촉하면 SAP의 분자구조는 분말가루 형태에서 말랑말랑한 겔 형태로 바뀐다. 흡수된 물 분자는 사슬 모양의 분자구조 안에 갇혀 외부로 새어나오지 않기 때문에 유아용 기저귀나 여성용품, 성인용 기저귀에 주로 사용된다.ⓒ데일리안 백지현 SAP는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생산하는 백색 분말 형태의 합성수지 제품으로, 물과 접촉하면 SAP의 분자구조는 분말가루 형태에서 말랑말랑한 겔 형태로 바뀐다. 흡수된 물 분자는 사슬 모양의 분자구조 안에 갇혀 외부로 새어나오지 않기 때문에 유아용 기저귀나 여성용품, 성인용 기저귀에 주로 사용된다.ⓒ데일리안 백지현

SAP공장, 과감한 투자로 생산성 세계 1,2위 고객 확보

NCC공장과 같은 용성단지 안에 위치한 SAP(고흡수성 수지)공장은 반응기 등 설비들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여타 석유화학공장과 다르게 설비들이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SAP는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생산하는 백색 분말 형태의 합성수지 제품으로, 물과 접촉하면 SAP의 분자구조는 분말가루 형태에서 말랑말랑한 겔 형태로 바뀐다. 흡수된 물 분자는 사슬 모양의 분자구조 안에 갇혀 외부로 새어나오지 않기 때문에 유아용 기저귀나 여성용품, 성인용 기저귀에 주로 사용된다.

공장장을 맡고 있는 송희윤 수석부장은 “SAP은 주용도가 기저귀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으로 공정 특성상 먼지나 벌레와 같은 이물 유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와 차단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2008년 SAP 사업 진출 후 2년 주기로 SAP공장을 하나씩 늘려 현재는 7만t 규모의 김천공장을 포함, 연간 28만t의 SAP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 12%로 세계 4위 SAP 메이커로 도약했다.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8만t 규모의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은 총 36만톤의 대규모 일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사업 진출 7년 만에 5배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게 된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LG화학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여타 기업들의 SAP 생산성은 한 개 라인당 연간 4만에서 6만t 수준에 불과하지만, LG화학의 SAP생산라인에서는 연간 약 8만t의 SAP이 생산되고 있다.

송 공장장은 “SAP은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해 소수의 선진 화학기업들만이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이라며 “LG화학에서 생산하는 SAP의 90% 이상은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부가 제품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위기 '정면돌파'

저유가와 중국의 자급률 상승,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석유화학산업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LG화학 여수공장은 제품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올해 1조 7900억원의 설비투자(CAPEX)의 37%에 해당하는 6,600억원을 기초소재사업분야에 쏟을 계획이며, 이 중 신규·증설투자에만 2,9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여수공장에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SAP 8만t 및 아크릴산 16만t 증설과 함께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사업인 ABS에 대한 10만톤 규모 증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LG화학 여수공장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고부가 제품으로의 빠른 제품 구조 전환하고 있다. 실제,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PE(폴리에틸렌) 제품의 90% 이상, ABS 제품의 80% 이상을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했으며 지속적으로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여수공장 주재임원 유재준 상무는 “LG화학 여수공장은 한발 앞선 준비와 선제적 대응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왔다”며 “1976년 공장설립 이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상황도 정면돌파로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현 기자 (bevanil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백지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