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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딸과 조양호 딸이 견뎌야 할 '왕관의 무게'


입력 2015.02.26 10:35 수정 2015.02.26 11:03        박영국 기자

<기자의 눈>최민정 소위, 해군 입대로 SK 이미지 개선 일조

'땅콩회항' 조현아 전 부사장, 분노 대신 선행으로 실수만회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소위(왼쪽)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자료사진)ⓒ연합뉴스/데일리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소위(왼쪽)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자료사진)ⓒ연합뉴스/데일리안

지난 24일 한 해군 소위가 스키를 타다 부상을 당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사망 사고도 아니고 스키 타다 다치는 일쯤이야 늘상 있는 일인데 무슨 호들갑인가 싶지만, 다친 해군 소위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였기에 화제가 됐다.

여기서 ‘평범한 사람이 아닌’이라는 표현은 결코 재벌가의 특권 의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 만 천하에 다 알려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그들의 고충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최 소위의 부상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부상이 심해 군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었다. 특히 군인 신분인 최 소위가 근무지를 벗어나 스키를 타게 된 경위가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최 소위와 SK그룹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을 소지가 다분하다.

다행히 최 소위는 설 연휴때 특박을 나와 스키를 탔고, 부상도 심각하지 않아 다음 주 항해전술 숙달훈련에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고는 ‘미담’으로 마무리됐다.

최 소위의 사고가 더 크게 부각된 것은 재벌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해군에 입대했다는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툭하면 재벌가 자녀들의 병역비리 사건이 터지는 상황에서 병역의무가 없는 최 소위의 해군 입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적인 사례로까지 평가받았다.

자신이 의도했든지 안했든지, 최 소위의 입대는 국민들로 하여금 부친인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SK그룹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그만큼 재벌가 일원의 행실은 선행과 악행여부를 떠나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갖는다.

설령 이번 사고로 인한 부상이 훈련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중했더라도 최 소위는 ‘최태원 회장의 딸’로서 짊어진 책임감 때문에 ‘부상 투혼’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상상도 무리는 아니다.

데일리안 산업부 박영국 차장대우. 데일리안 산업부 박영국 차장대우.
최 소위의 부상 소식이 회자되면서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재벌가 일원과 관련된 또 다른 이슈가 있었다. 대한항공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입찰 참여 소식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재벌가의 사생활과 관련이 있을 리 없는 사안이었지만, 대중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KF-X 입찰 참여 소식을 알리는 기사마다 ‘전투기 출격했다가 땅콩 안까서 회항하는 거 아니냐’, ‘전투기에 땅콩 까는 기계 장착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일명 ‘땅콩 회항’사건을 빗댄 것이다.

땅콩 회항 사건과 KF-X 입찰은 전혀 관련이 없고,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미 회사를 떠난 상태지만, 대한항공에는 이미 ‘땅콩항공’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시도하는 사업마다 이 낙인으로 인해 발목을 잡히는 형편이 됐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각은 정부사업 입찰을 관할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사업의 규모를 떠나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해 대한항공의 숙원사업이었던 경복궁 옆 호텔신축사업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대한항공은 억울할 수도 있다. 일반인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고 그로 인해 항공기가 회항했더라면 일정 수준의 처벌을 받는 선에서 그쳤을 것이다. 조 전 부사장처럼 모든 사회적 지위를 잃고, 온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고, 부친과 사업에도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민정 소위의 군 입대가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듯,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부적절한 행동이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 나아가 한진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게 재벌가 일원의 숙명이다.

유복한 가정환경과 최상의 교육기회, 초고속 승진 등 재벌가의 일원으로서 누리는 부분이 큰 만큼 반대급부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잔인할 정도로 가혹하다는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분노하고 원한을 품기보다는 자신의 가문과 가문이 이끄는 기업에 도움이 되는 선행을 준비하는 게 현명한 대처 방법일 것이다.

‘상속자들’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진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격언이 있다. 재벌가에 소속된 모든 이들은 현실에서의 왕관의 무게가 드라마 속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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