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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18년 연기 내공…슬럼프는 없었다"(인터뷰)


입력 2015.03.02 09:31 수정 2015.03.05 08:47        부수정 기자

3년 공백 깨고 박정환 검사 역 맡아 열연 '호평'

"'옥탑방 고양이' 같은 풀어진 캐릭터 맡고파"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래원. ⓒ SBS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래원. ⓒ SBS

"20년 가까이 연기하면서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다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젠 좀 편해졌습니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로 분해 강력한 '한 방'을 던진 배우 김래원.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신들린 연기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몇 년 간 주춤했던 그에게 이번 드라마는 남다를 터. 지난달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감정의 요동 없이 덤덤했다.

"박정환 검사에게 연민 느껴"
'펀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김래원)의 생애 마지막 6개월의 기록을 그렸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에 이은 박경수 작가의 권력 3부작 완결편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의 민낯을 까발려 큰 호응을 얻었다.

'펀치'가 그린 인물들은 선과 악이 모호하다. '덜 나쁜 놈'과 '더 나쁜 놈'만 있을 뿐. 완전히 깨끗한 사람은 없다. 박정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나보다 못한 놈들이 서울 명문대 갔는데 난 지방대 갔다"고 토로한 정환은 이들을 앞설 수 있는 직업으로 검사를 택했다. 그리고 훨씬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각종 비리도 마다치 않는다.

그렇게 명예와 부를 좇던 찰나, 병마가 그를 덮친다. 가족 앞에 선 정환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자, 자상한 오빠, 위대한 아빠다. 그런 정환이 무너지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특히 회가 거듭할수록 실제 병자 같아지는 얼굴을 보면 더욱 그랬다.

"죽음을 앞두고 고통스러워하는 정환을 보고 연민을 느꼈어요. 아픈 심경을 진정성 있게 연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정환이가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나쁜 짓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신하경 검사(김아중) 앞에서 "살고 싶다"며 오열한 장면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김래원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1년만 아니 3개월만. 나 예린이 입학식 너무 가고 싶어. 내 인생은 뭐지? 하경아 무슨 인생이 이러냐? 그놈들 벌주고 나도 벌 받는다." 단순히 슬프다는 감정을 넘어 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삶. 정환은 치료를 거부한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려놓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움직인다. '나쁜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똑똑한 머리와 뭔가 걸렸다 하면 파고드는 '집요함'이 필수다.

"나보다 박정환이 훨씬 멋있다"고 웃은 김래원은 "연기할 때는 멋있게 보이려고 안 했다"며 "정환은 '멋있는 사람'인 걸 드러내지 않는 남자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래원. ⓒ HB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래원. ⓒ HB엔터테인먼트

'애증의 관계' 이태준 총장
정환이 죽기 전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탐욕스런 인간들'을 잡는 것. 딸 예린(김지영)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다. 김래원도 이 부분에 공감했다. "'펀치'가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고 하는데 사실 특별히 느낀 건 없어요. 다만 마지막에 '잘살아라. 하경아, 나의 심장으로 너의 신념으로. 예린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라는 대사는 와 닿았죠."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부성애 연기도 화제였다. 김래원은 김지영을 '똑똑한 아이'라고 치켜세웠다. "지금도 아빠와 딸 사이예요. 지영 양이 이해력이 정말 빨라요. 서로 거짓 없이 연기한 배우랍니다."

이태준 총장을 연기한 조재현과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충성을 다한 막역한 사이였다가 뒤통수를 때리고, 그러다 필요할 때 다시 손을 잡고. '밀당'도 이런 '밀당'이 없다. 연인 사이에서나 흐를 법한 묘한 긴장감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이태준이 정환의 집에 찾아와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등을 돌린 두 사람이 서로 힘들다고 털어놓는 게 묘했어요. 마지막에 정환이가 영상편지를 보내는 것도 미워서가 아니라 끈끈한 정 때문이죠.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입니다."

조재현과는 MBC '눈사람'(2003) 이후 12년 만의 재회다. "말 한 마디면 통하는 사이라 편해요. 재현 선배는 대사를 미리 외우는 편이 아니에요. 제 생각엔 일부러 그러시는 듯합니다. 하하.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서죠."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래원. ⓒ SBS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에서 박정환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래원. ⓒ SBS

슬럼프 없었던 연기 생활
MBC '청소년 드라마-나'(1996)로 데뷔한 김래원은 벌써 데뷔 20년을 앞두고 있다. 그를 스타 반열에 올린 작품은 '옥탑방 고양이'(2003). 고인이 된 정다빈과의 알콩달콩 로맨틱 코미디는 지금도 회자된다. 능청스럽고 유쾌한 캐릭터는 '훈남 미소'를 지닌 그와 어울렸다.

이후 'ing'(2003),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 '어린 신부'(2004) 등 로맨스물에서 활약했다. 김래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밝고 맑은 남자'였다. 그러다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 '해바라기'(2006), '마이 리틀 히어로'(2012) 등에 출연하며 진지하고 선 굵은 연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반응은 예전만 못했다.

당시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는 대답을 툭 던졌다. "이미지 변화를 위해 작품을 선택했던 건 아니에요. 하고 싶은 작품을 했을 뿐이에요. 늘 하던 대로 하는 편이고 연기하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도 없어요."

잠시 부진했던 그는 영화 '강남 1970'과 '펀치'를 통해 다시 날아올랐다. "기분 좋아요. 특히 작년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작품마다 조금씩 아쉽긴 한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다 행복한 순간들이었죠. 언제부턴 인지 모르겠는데 저한테 변화가 생겼어요. 예전엔 욕심이 앞섰는데 이젠 천천히 생각하고 행동하게 됐어요."

여유는 연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사는 외우지만 표정, 말투는 사전에 연습하지 않는다고. 고수임이 틀림없다. "제 연기 방식이 100% 맞다고 할 순 없어요.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과 비교하면 장·단점이 있죠. 약간 가벼운 역할을 만났을 때 신선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차기작에 대해선 '옥탑방 고양이'에서 맡았던 풀어진 캐릭터도 하고 싶단다. 여성팬들이 들으면 반가운 소식이다. 어느덧 서른 중반을 맞은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다. "때가 되면 하겠죠? 저와 맞는 여자가 있을 거예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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