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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터지면 왜 미국은 단합하고 우린 '정권퇴진'인가


입력 2015.02.19 10:22 수정 2015.02.19 10:26        동성혜 기자

<인터뷰>‘미국 이후의 미국’ 출간한 박선규 ‘더불어 꿈’ 대표

"대통령이 중심 되어 국민들이 동참하는 운명공동체 그게 미국"

‘나자로의 집’ 원생들을 위한 ‘더불어 꿈 행복콘서트(찾아가는 음악회)’ 당시 원생들과 함께 한 박선규 대표. ⓒ'더불어 꿈' 제공. ‘나자로의 집’ 원생들을 위한 ‘더불어 꿈 행복콘서트(찾아가는 음악회)’ 당시 원생들과 함께 한 박선규 대표. ⓒ'더불어 꿈' 제공.

“9.11 테러 당시 비행기가 충돌해 아비규환인 건물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묵묵히 걸어들어가는 소방관들을 기억하나. 그들 역시 들어가면서 건물이 무너지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들어갔다. 더 놀라운 것은 그때 죽었던 소방관 대부분은 자원봉사자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10개월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얼마나 달라지고 어린 희생들 앞에서 다짐했던 수많은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냈던 박선규 ‘더불어 꿈’ 대표가 다시 ‘펜’을 든 이유는 바로 그 물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의 ‘9.11 테러’와 세월호 참사를 비교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그럼에도’ 미국은 강하다고.

그는 “세월호 참사는 모든 국민이 함께 했던 아픔과 결심의 하나의 계기였었는데 어느 순간 국민을 갈라놓고 나라를 흔들어놓는 또다른 비극의 상징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럴까 하는 자괴감이 심했다”며 “돌이켜보면 세월호뿐 아니라 어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나라가 흔들리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보고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와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미국에 눈이 갔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부터 밝혔다.

이는 2001년 미국 연방 하원의원 에드워드 로이스(현 하원 외교위원장)의 입법 보좌관으로 1년 동안 미국 정치를 관찰했고 그 생생한 경험을 ‘미국, 왜 강한가’라는 책으로 풀어냈던 그였기에 어쩌면 당연했다. 그의 표현대로 “생활의 과정이 한편으로는 직업의 길을 가는 과정이었지만 곁눈질로 미국을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9.11테러뿐만 아니라 보스턴 마라톤 대회 당시 테러,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테러 등 미국의 슬픈 테러의 역사를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그 가운데 스스로 터득한 것은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운명공동체’라는 의식, 국가와 국민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는 정파나 인종, 출신도 상관없이 똘똘 뭉치고 앞장서 나가는 사람들은 사명감으로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들은 격려로 하나가 되었음을 목격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 같았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원인을 따지고 원인이 다 나오기도 전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정권 퇴진을 요구해 나라가 흔들리고 국론이 갈라졌을 텐데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며 “아픔을 회피하거나 외면하거나 잊어버리거나 덮어버리지 않고 아픔이 올 때마다 마주서서 이겨내려고 하는 그 노력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고 국민들이 동참해 가는 모습, 그게 바로 ‘운명공동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한 예로 비극을 기억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들고,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영웅들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들었다. 이러한 사례를 생생히 그려낸 그의 책 ‘미국 이후의 미국 - 그들이 그럼에도 강한 이유’는 꼭꼭 씹어먹듯, 다시 되새김질하듯 ‘세월호 참사’를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세월호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돌아보게 한다.

그를 만난 것은 지난 13일 영등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을 흔들어 놨다. 세월호 참사는 모든 국민이 함께 했던 아픔과 결심의 하나의 계기였었는데 어느 순간에 그게 완전히 국민을 갈라놓고 나라를 흔들어놓는 또다른 비극의 상징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왜 이럴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또한 아직도 이 정도의 문제로 이렇게 나라가 흔들려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심했다. 돌이켜보면 세월호뿐 아니라 어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나라는 흔들리고 국론은 분열됐다.

물론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 비극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세월호를 봤을 때 이건 단순히 선장의 문제도 아니고 해경의 문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가 구조하는 문제도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관통하는 잘못된 문화가 만들어낸 상징적 사건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들여다 볼 필요를 느꼈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우리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미국에 눈이 갔다.

왜냐하면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사건사고를 거의 일상적으로 겪는 나라다. 하지만 그렇다고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단합하고 화합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여기까지 왔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없을까 하고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고 책의 제목을 ‘미국 이후의 미국 - 그럼에도 그들이 강한 이유’라고 했다. ‘그럼에도’라고 하는 것은 테러 문제, 흑백 갈등 문제, 자연재해 문제, 마약 문제 등 수도 없이 많은 문제점 중심으로 가서 들여다보면 그럼에도 미국은 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느 한 순간 강했던 것이 아니더라.”

-사건사고 등 대형사고를 겪는 나라는 많다. 그런데 왜 미국인가.

“미국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인 호불호와 관계없이 그동안 미국을 관찰해 온 편이다. 미국에서 연수를 받았고 2004년 책을 내면서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서다. 어떻게 보면 생활의 과정이 한편으로는 직업의 길을 가는 과정이었지만 곁눈질로 미국을 살필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많은 나라들은 큰 문제가 닥치면 흔들리고 주저앉는 경우 많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는 누구나가 알듯이 이런 사건사고를 일상적으로 겪는 나라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가 당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처음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리고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지난 12년 동안 거의 매일 하루에 10명 가까운 미국 젊은이들 죽거나 다쳤다. 세상에 그런 나라가 있을까 싶다.

자기 나라에 편하게 있으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텐데 자신들의 자녀들, 나라의 미래가 죽어나가고 장애를 안고 되돌아오는데 미국 국민들은 그것을 의연하게 바라봐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테러와의 전쟁에 나가겠다고 자원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다. 이건 도대체 무엇인가 싶었다. 어떤 나라든지 강대국일 수는 있지만 주변국으로부터 강대국의 대접을 받기는 쉽지 않다. 강대국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는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 자국 젊은이들의 피를 흘릴 수 있는 각오를 할 수 있는 나라다.”

박선규 대표는 "아픈 기억을 덮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꿈' 제공. 박선규 대표는 "아픈 기억을 덮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꿈' 제공.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아파하고 힘들어 했는데 정치권은 양분되고 국민들조차 극단적인 분열로 나타나게 된 것이 답답하다. 그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사심이 있기 때문이다. 계산이 작용하기 때문에 사건 자체로 보고 극복해 낼 수 있는 하나의 동력을 찾기 보다는 그 사건의 파장과 그것을 활용해서 무엇인가 얻어 보려는 목적이 결합되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미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운명공동체론’이다. 국가와 국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큰 사건 사고들에서 부분적 정파나 개인의 이익을 얻고 잃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해도 조직이 흔들리고 망하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 같다. 그러니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우선 전체가 하나가 된다. 거기엔 정파, 인종, 출신 문제도 없이 똘똘 뭉쳐 극복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앞장서는 사람들은 사명감을 갖고 뒤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격려한다. 하나 예를 들어보면 9.11 테러 때 비행기가 충돌했던 아비규환 건물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소방관들은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그들 역시 걸어 들어가면서 무너지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갔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죽었던 소방관 대부분은 자원봉사자로 통계를 보니 전체 사망자의 11%였다.

이것은 개인의 이해나 살고 죽음은 아무 관계없다는 것이다. 테러에 대응하는 그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다. 우리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을 따지고, 원인이 다 나오기 전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나라가 흔들리고 국론은 갈라지고 국민들은 그 안에서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에서 9.11 테러 이후 누가 책임지고 물러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느냐. 없었다. 책임의 문제는 제일 늦게 나온다. 언제인가 하면 상하 양원 합동 조사위원회에서 테러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치밀하고 끈질기게 해 결과가 나온 이후다. 그 결과 ‘국토안보부’라는 부서를 새로 만들었다.

어떤 나라든 아픔은 같다. 아픔이 왔다고 해서 아픔을 회피하거나 외면하거나 그 아픔의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고 덮어버리지 않고 그 아픔이 올 때마다 마주 서서 이겨내려고 하는 그 노력들, 그 노력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고 일반 국민들, 아이들까지 동참해 간다. 여기서 이런 것을 갖고 무너지면 우리 앞길이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바로 운명공동체다.”

-세월호도 그렇고 방금 말씀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큰 사고가 터지면 정부는 물론이가 국가 자체를 부정하려 들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세월호처럼)그 비극적인 상황에서 목숨을 내놔야 하는 아이들에 대해 슬프지 않은 사람들이 누가 있겠느냐. 꿈에서도 다시 벌어지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제도적인 장치, 모든 문화적인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것을 하나의 계기로 누가 누구를 공격한다거나 부정한다거나 갈등이 생긴다면 특히 세월호의 경우 아이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 최상의 목적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는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사람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

예를 들자면 버지니아 공대에서 조승희라는 한국계 청년이 총기난사를 해 32명이 죽었다. 그리고 본인도 자살했다. 그래서 죽은 이가 33명이다. 그때 우리 정부도 그렇고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민들이 굉장히 걱정을 했다. 조승희가 한국계인데, 혹시 한국계가 사건을 일으켰다고 해서 한국에 대해 반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 정부가 미안하다고 했을 때 오히려 미국정부는 ‘당신들이 무엇이 미안한가. 조승희는 미국사람이다. 우리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당신들이 미안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핑계대지 않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의 책임을 떠안겠다는 자세다. 그들은 조승희 사고 이후 32명의 희생자들과 함께 조승희 추모석을 만들었다. 조승희 추모석에 버지니아 대학생들이 꽃다발을 가져다 놓고 ‘얼마나 외로웠는지 몰랐다. 알았으면 도움을 줬을 텐데’라는 편지를 썼다. 심지어 조승희가 쏜 총에 발을 다친 학생조차도 ‘니가 힘들 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것 참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썼다. 또한 버지니아 공대에서 추모식을 하면서 풍선을 33개 띄웠다. 조승희도 희생자라는 의미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학교 전체가 애도하고 슬픔에 있는 상황에서도 또 다른 학생들은 일상 생활을 전개했다. 캠퍼스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구내 회관에서는 결혼식을 한다든지 골프장에서는 골프를 쳤다. 기억을 해보면 세월호 이후 우리는 모든 것이 멈췄다. 그러면서 오히려 세월호 자체보다 더 큰 후유증을 앓아야 했고 그 다음 단계는 갈등이 생겼다. 그들처럼 분리하는 사고, 구분할 줄 아는 그 사고, 애도는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 사건이 벌어지면 국민도 정부도 언론도 심지어 아이들까지 거의 매몰된다.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도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안전 불감증은 물론이고 여전히 문제되는 면이 많다. 극복의 대안은 없는가.

“우리 사회에 관통하고 있는 잘못된 문화, 그 문화 속에서 발견한 게 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그 ‘다움’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계 각 부분마다 역할이 있고 순수한 기능들이 있는데 그 역할과 기능들은 그 기관에 맡겨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관여하는 게 용인되고 주장하는 게 용인된다. 지금 세월호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 경우도 그렇지만 9.11 테러 이후에 전문가가 풀어야 할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부가 나서야 할 영역은 정부가 나서서 시스템을 잡고 국민들이 함께 할 영역은 국민이 함께 했다. 국민이 함께 할 영역은 꽤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테러용의자를 잡기 위해 공항에서 무시무시한 검색이 벌어졌다. 최소한 서너시간 전에 공항에 나가지 않으면 비행기를 못탈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 어떤 국민도 컴플레인을 하지 않았다. 자기가 맡아야 할 역할을 묵묵하고 담담하게 자기 책임을 각각에서 해나가는데 우리는 그게 너무 혼재됐다. 정부는 정부다워야 하고 국민은 국민다워야 하고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 그 ‘다움’이라는 것은 책임까지도 같이 수반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 사회 전체에서는 굉장히 많이 실종됐다. 이는 잘못된 문화를 고치는 것으로 접근하지 않고 사건 하나를 해결하는 것으로 접근하니 그 사건이 지나면 또 다시 번복하는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강한 이유는 아픈 기억을 덮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9.11 테러가 일어났던 현장에 박물관을 만들고 그 비극을 기억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들었다. 그것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다짐이다. 하지만 우리를 되돌아보면 무너진 삼풍백화점 근처에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흔적이 있는지 성수대교 무너졌지만 기억이 안날 것이다. 최근에만 해도 씨랜드를 포함해서 엄청난 사건사고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그 근처 어디에 가도 그런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때로는 유족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걷어 무엇인가를 만들어 놓은 것도 있지만 그 기억을, 과거의 아픈 기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발전할 수 있는, 그 기억을 제도화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미국은 그 기억을 제도화 시키는 공간과 시스템이 살아있다. 어디를 가도 그렇다.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건물이 테러로 인해 무너졌을 때도 그 테러가 벌어졌던 곳에 박물관을 만들고 당시 살아남은 나무가 자랄 수 있게 해뒀다. 보스턴 테러의 경우, 우리 같았으면 다음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취소하거나 참가를 결심했던 많은 사람들은 참가를 포기하거나 관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보스턴 대회가 일어난 그 다음회 참가자는 훨씬 늘었고 갤러리들의 숫자도 엄청나게 늘었다. 더 중요한 것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그날, 그 직전부터 해서 당시에 피해자들, 다리를 절단 당한 사람들,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보스턴 스트롱’이라 하는 티셔츠를 맞춰입고 결승선을 함께 통과했다. 우리는 피해가려 하는데 저들은 드러내려고 한다.

보스턴 피해자 중의 한명은 “I'm not a victim. I'm a survivor. (나는 희생자가 아닙니다. 나는 생존자입니다)”라고 했다. 내가 피해자라고 여기는 순간 내가 테러 속에서 내 인생 전부를 짓밟힐 수밖에 없지만 난 거기서 살아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감동적이다. 세월호로 다시 돌아가보면 내 책에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그런 상황들을 근본적으로 넘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미국의 경우를 갖고 올려놓은 글들이다. 그래서 부제로는 ‘세월호 어떻게 넘을까’하는 말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이런 사건과 상황들이 앞으로 일어날 수 없도록 하고, 또는 일어나서도 국론 분열의 아픈 상처가 되지 않고 극복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담은 내용이다.”

'미국 이후의 미국' 박선규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미국 이후의 미국' 박선규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천안함 당시 청와대 대변인일 때 ‘작은 영웅들을 기억하자. 아픔도 기억하자’는 브리핑을 했다.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데 영웅을 가진 나라와 영웅을 갖지 못한 나라로 구분할 수도 있다. 미국은 영웅을 가진 나라, 그리고 영웅을 만들어 내는 나라다. 그리고 그 영웅을 통해 국민들의 통합을 이루어 내는 나라다. 잘못된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잘못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잘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통해 배워가려고 하고 인정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클린턴 대통령 같은 경우다. 섹스 스캔들, 말할 수 없는 추문으로 미국 대통령의 위치를 망신스런 위치로 전락시켜 놨지만 지금도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클린턴을 8년 경제 호황을 이끌었던 경제에서 능력있던 지도자로 기억한다. 우리 같았으면 임기 한 텀을 하다가 두 번째 텀 전에 터진 스캔들이라 두 번째는 절대 당선될 수 없다. 그런데 미국 국민들은 두 번째 대통령으로도 클린턴을 선택했다. 아까 분리 사고라고 했는데 구분해서 생각한 것이다. 클린턴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해서 장점을 중심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인정하고, 단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물었다. 그러다 보니 영웅이 굉장히 많은 나라가 됐다.

영웅은 본인을 위해 영웅화하지 않는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인데 무엇이 의미가 있겠느냐. 다만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후손들에게 의미가 있다. 혈연적인 후손이 아니라 뒷세대를 살아가는 후대들에게 그 영웅을 보면서 닮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뛰어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영웅이 갖고 있는 희생정신과 영웅적인 행위에 대해 나도 한번 기회가 된다면 그런 일을 하겠다는 책임 의식을 갖는다.

미국은 이런 문화를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대중문화를 활용해 많이 접하게 한다. 특히 영화다. 미국의 영화는 젊은이들에게,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적 인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정의가 반드시 불의를 누른다고 하는 권선징악의 의미를 분명하게 교육시키고 애국심을 고취시킨다. 물론 지나친 내셔널리즘이라고 해서 비판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미국 국민들이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자기들끼리 결속을 다지고 자기들끼리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교재가 어디 있겠느냐.

우리 대한민국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잘한 것 긍정적인 것 선이 이기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게 국론분열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든다면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화들, 폭력을 정당화하고 건달 깡패들을 멋있게 그려낸 영화들을 아이들이 보면 어떻겠느냐. 우리가 불과 50년 현대화의 역사 속에서 이만큼 성취해놓은 것을 자랑스럽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있었던 잘못된 부정적인 것만 강조함으로 우리의 오늘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

역사로 따지면 미국의 영웅이 100명이라면 우리는 만명이 되도 부족한 나라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영웅을 이야기 하라고 하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김구 선생님 정도다. 거기에 신념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어떤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거기에 정주영, 김우중 이들을 이야기 하고 박정희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을 이야기 하면 거기서 또 논쟁이 생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아마도 대한민국의 기준으로 영웅을 이야기 한다면 미국은 단 한 사람도 남아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랬으면 미국이란 나라가 지금처럼 여전히 강한 나라 아닐 것이다. 뒤집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책 중에서 요 부분만큼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곳은 어디인가.

“책은 4개의 부로 나뉘었다. 1부는 국가와 국민, 우리는 운명공동체, 2부는 원칙 있는 사회, ‘균형감각’ 갖춘 국민, 3부는 인정 애정, 미국식 인본주의, 4부는 역사적 책임에 늘 깨어 있는 정치다. 여기에서 1부는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 이 부분에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다 들어가 있다.

미국이란 나라는 강할 조건보다 강하지 못할 조건이 훨씬 많다. 강할 조건에는 몇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무엇인가하면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같이 한 역사가 길면 길수록 좋다. 왜냐면 길면 잔가지를 떨쳐내고 코어를 붙잡고 갈 수 있는 공동체 일체감이 있다. 세 번째 서로간에 치고받은 역사가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네 번째 영토가 지나치게 넓으면 오히려 분열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놓고 보면 미국은 2백년 조금 넘은 짧은 역사에 초기 기독교적인 사상이 토대를 이뤘다고 하지만 3억명 정도되는 국민들 가운데 그러한 출신이 얼마나 되느냐.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종의 전시장 같은 이른바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크게 찾아보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집단이다. 거기에 흑백간 갈등은 우리 지역갈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총기와 마약, 거기에 땅덩어리는 지나치게 넓어서 연방정부의 지원과 관심에 관계없이 자기들끼리 독자적으로 살 수 있게 자치가 진행되는 나라다. 이렇게 보면 이 나라는 강할 수 있는 조건보다 강하지 못할 수 있는 조건이 많은 나라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훨씬 강해야 한다. 반만년 역사에 백의 민족, 단일민족이다. 거기다 얼마나 잘 뭉치냐. 무슨 전우회, 무슨 향우회 등 거기에 땅덩어리도 얼마나 아담하고 좋은가. 그런 것들이 뭉칠 때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2002 월드컵 때도 그랬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됐을 때 젊은이들까지 신혼여행을 바닷가로 가면서 그 겨울에 찬바람을 맞으면서 도왔다. 얼마나 멋진 역사들을 연출해 냈느냐. 하지만 우리는 너무 극과 극으로 가는 모습이다. 정말 세계를 감탄시키는 모습도 있고 중간에는 저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었나 하고 이해 안되는 상황도 있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느냐면 이른바 계산하는 사람들의 조정이 있다.

적어도 제가 보는 미국은 그런 강하지 못할 요소를 강하게 하는 중심에 지도자들이 있다.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 있고 지도자들이 국민을 정말로 가족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6.25 전쟁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 2차 대전 때 실종된 사람들의 뼈를 찾아서 지금도 국립묘지에 안치한다. 우리도 이제는 그런 쪽으로 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미약하다. 우리가 제일 답답한 것은 그것 아닌가.

대한민국 모두가 알고 있는 납북 피해자들이 북한 주민의 자격으로 이산가족 찾기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렇게 북한에 퍼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렇게 북한을 변화시키겠다고 햇볕 정책을 펼치는 와중에도 그런 사람들을 돌려보내라는 요구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국군 포로들은 지금도 중국으로 탈출해서 어려움 겪다가 이 땅에 돌아오지 못하고 끌려가거나 죽는 사람 나오고 있다. 정부를 이끌고 있고 국가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의 정신과 철학이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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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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