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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재획정 예고된 폭탄, 알면서 방치해왔나


입력 2015.02.26 08:31 수정 2015.02.26 08:59        김지영 기자

국회의원 1명이 서울 7배 면적 4개 도시 책임져야

강원·충청 등 지역은 정책적 소외 불가피 전망

지난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재획정 결정에 따라 국회는 올해 말까지 총 62개 선거구에 대한 정리를 마무리해야 된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기위해 빠르게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이에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정치권은 물론 현 박근혜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그리고 선거구 재획정뿐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따져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진 15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부터 단양 주민들은 한 차례도 자신들의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2012년 19대 총선 기준 제천과 단양의 유권자 수는 각각 11만69명 대 2만6600명. 그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공천을 신청했던 단양 출신 예비후보는 본선에 명함도 못 내밀었다. 이 지역의 김영준 전 의원(15대), 서재관 전 민주당 의원(17대),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16·18·19대) 모두 제천 출신이다.

수도권 및 지역 거점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또 지역주의가 강한 선거구일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 뚜렷하다. 특히 대도시와 군 단위 소도시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있는 경우, 소도시는 지역주의와 인구수에 밀려 지역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이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제천·단양의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도 다르지 않다. 경북 포항남구·울릉군에서는 선거구가 통합된 13대 총선 때부터 단 한 번도 울릉 출신 국회의원이 배출되지 않았다. 또 전남 순천시·곡성군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 전까지 순천 출신 정치인들의 독무대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불어온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의한 지역구 축소 논의는 현 국회에 엄청난 파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모습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불어온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의한 지역구 축소 논의는 현 국회에 엄청난 파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모습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시·군 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한 현역 국회의원은 “지역주의가 일정 부분 있다. 나도 시 출신이지만, 군 출신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다만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유권자수 비중을 맞추겠다고 동떨어진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묶을 순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나마 충남 서산시·태안군에서는 15대 총선부터 18대 총선까지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의원(서산)과 문석호 전 열린우리당 의원(태안)이 2회씩 번갈아가며 당선됐다. 다만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과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은 모두 서산 출신이다.

국회의원 1명이 서울 7배 면적 4개 도시 책임져야…정책적 소외 불가피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30일 현행 3대 1일인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이를 내년 12월 31일까지 2대 1 이하로 조정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다음달 3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헌재의 결정이 ‘유권자 수에 따른 표의 등가성’을 떠나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행 선거구가 지역별 특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획정됐고,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이 결여돼 헌재의 결정이 아니더라도 선거구 개편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지역별 특성은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강원 태백시(303.56㎢)·영월군(1127.47㎢)·평창군(1464.16㎢)·정선군(1419.93㎢)은 합계 면적은 서울(605.25㎢)의 약 7배에 달하지만,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다. 또 태백은 에너지·탄광, 영월은 농업·관광, 정선은 관광·탄광 등 기반산업도 지역별로 상이하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의 국회의원 한 명이 다른 선거구의 국회의원들만큼 지역구를 관리하는 데에는 물리적 한계가 따르고, 이로 인한 특정 지역의 정책적 소외도 불가피하다.

물론 헌재가 제기한 표의 등가성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19대 총선을 기준으로 서울 강남갑(30만9776명), 강서갑(30만3867명)의 인구는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인 20만6702명의 약 1.5배에 달했지만, 경북 영천 선거구의 인구는 10만3003명으로 서울 강남갑의 3분의 1, 평균 인구의 절반에 불과했다.

야권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 움직임도…논의 과정 난항은 불가피

결과적으로 이 같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구 재획정뿐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지역 대표성, 지역별 특성 문제가 극복 불가능하고, 선거제도 개편만으로는 표의 등가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야권에서 특히 강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8일 당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더 심화시키는 선거제도는 개편해야 한다고 본다”며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석패율제가 관철되게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다만 조정 대상 선거구의 지역구 의원들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정당간 유불리가 갈려 향후 선거구 개편 과정에서 파열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제도 개편이 개헌에 맞먹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도 있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선거구 논의 확대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편, 내년 총선에 개편된 선거구를 적용하려면 늦어도 오는 10일까지는 관련 법안들이 처리돼야 한다. 여야는 현재까지 정개특위 및 독립적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데까지만 합의한 상황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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