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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지창욱 "박민영과 호흡, 가슴 먹먹"(인터뷰)


입력 2015.03.01 07:19 수정 2015.03.02 08:09        부수정 기자

서정후 역 맡아 열연…남성 이미지 부각

"러브콜 많이 받아, 차기작 결정 고심"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힐러'에서 서정후로 분한 배우 지창욱. ⓒ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힐러'에서 서정후로 분한 배우 지창욱. ⓒ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

'찌질한' 왕 타환이 멋진 '상남자'가 됐다. 지난달 10일 종영한 KBS2 '힐러'의 최대 수확인 배우 지창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방송 전 '힐러'는 '모래시계'(1995)의 송지나 작가가 쓰는 기자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그다음엔 배우 유지태가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작품이라 화제였다. 방송 후에는 '힐러'로 분한 지창욱으로 화제의 초점이 바뀌었다.

'지창욱의 재발견', '귀여움·모성자극·섹시함 등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한 지창욱', '지창욱이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 배우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등의 평가가 시청자 게시판을 채웠다. 평균 시청률은 10%를 웃돌았지만 체감 시청률은 훨씬 높았다.

훌륭한 선배들 믿고 따라간 드라마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지창욱은 하얀색 스웨터에 파란 남방을 받쳐 입고 단정한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자유로운 영혼 '힐러'에서 인간 지창욱으로 돌아온 그는 "마냥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다"면서 "아직도 먹먹하다"고 작품을 끝낸 소회를 밝혔다.

'힐러'는 정치나 사회 정의 같은 건 재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살던 청춘들이 부모 세대가 남겨놓은 세상과 부딪치는 통쾌하고 발칙한 액션 로맨스다. 1992년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모래시계 세대의 자녀들'이 부모가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과거의 매듭을 풀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해적방송단을 이끌던 부모의 자녀들인 정후(지창욱)와 영신(박민영)은 상처받은 영혼이었다. 고단한 세상살이에 자기 자신만 생각한 이들은 과거에서부터 이어진 부조리를 알게 되면서 세상에 눈을 돌린다. 그러다 깨닫는다. 아무리 맞서 싸워도 뿌리 뽑을 수 없는 절대 악이 있다는 걸.

지창욱은 극을 이끄는 '힐러' 서정후 역을 맡았다. 스마트 기기로 무장하고, 짐승 같은 촉과 화려한 무술 실력으로 어떤 의뢰든 완수하는 업계 최고 심부름꾼. 외로움에 길들어져 세상사엔 관심 없다. 타인과의 관계도 끊었다. 돈을 버는 이유는 하나, 무인도를 사기 위해서다. 차갑고 냉정했던 그가 채영신(박민영)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송 작가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캐릭터죠. 멋지고 예쁘게 탄생한 역할인데 제가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처음엔 부담감도 느꼈지만, 차츰 적응하다 보니 연기 자체가 재밌었습니다. 즐겁게 작업한 작품이에요."

지창욱은 함께한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주변 선배들을 믿었습니다. 경쟁작 '펀치'의 김래원·조재현 선배에 맞서 뭘 할 수 있을까 불안했어요. 그러다 '유지태·김미경·박상원 선배를 믿고 가자', '그래, 우리에겐 믿을 만한 선배가 있으니까'라고 생각했죠."

'솔약국집 아들들'(2009), '웃어라 동해야'(2010), '다섯손가락'(2012), '기황후'(2013) 등에서 연약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지창욱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간 선보이지 않았던 강한 남성미를 분출했다. 화면을 자유로이 오가며 펼치는 액션은 통쾌함을 줬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는 여심을 흔들었다.

"애써 남자처럼 보이려고 하진 않았어요. '이 여자를 지켜줘야겠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췄어요. 사실 남자다움이란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잖아요? 정후가 간절히 원하는 걸 생각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 같아요."(웃음)

'힐러'에는 달달한 애정신이 자주 등장했다. 추운 겨울 홀로 밤을 지새운 솔로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 "지금까지 한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애정신을 소화했어요. 영신이와 정후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사랑하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했죠. 키스신을 찍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민영 누나가 잘 받아줬어요."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힐러'에서 서정후로 분한 배우 지창욱. ⓒ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힐러'에서 서정후로 분한 배우 지창욱. ⓒ 글로리어스엔터테인먼트

감동·메시지 전달한 '힐러'
극 중 정후는 "남들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디지털 문명 속에 타인과의 교류도 없이 사는 그는 어쩌면 젊은 세대의 아픈 모습을 투영했다. 그랬던 그가 부도덕한 세대들과 싸움을 시작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외롭고, 힘든 투쟁이었다.

"송 작가님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정후는 어른들 없이 자란 젊은이들의 표본이었으면 한다고요. 세상사에 관심 없고,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 신경 쓰지 않는 인물이에요. 요즘 시대 사람들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죠. '도움 따위 필요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기성세대인 문호(유지태)한테도 버릇없이 대드는 청년이죠."

정후는 영신을 만나 타인을 사랑하고 어울리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문호를 이해하게 된다. 지창욱은 마지막회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마지막회에서는 문호, 영신, 정후 등의 활약으로 절대 악 '어르신(최종원)'의 몰락이 그려졌다. 미묘한 갈등이 존재했던 세대들은 소통하며 서로를 치유했다.

"어딜 가나 악은 존재한다는 걸 느꼈어요. 겨우 살아남는 사람 조차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걸 보고 화가 났죠. 발버둥 쳐도 감히 넘을 수 없다는 벽이 있다는 사실도 안타까웠고요."

절망적이었지만 그래도 한 줄기 빛은 존재했다. "악을 파헤치기 위해 누군가는 노력하고 있다는 것, 부정부패를 까발리기 위해 누군가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봤어요. 아무리 답답하고 힘들어도 서로를 치유하면서 정의를 좇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희망을 느꼈죠."

실제 드라마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까. 정후처럼 목숨을 걸고 정의를 좇을 수 있을까.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제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무조건 맞서 싸울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만약 정후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전 그들을 믿고 응원해줄 거예요.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잖아요."

'힐러'로 분한 그에게 진짜 '힐러'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힘들 때 위로해준 선배들, 친구들, 가족이 '힐러'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되고 안심이 돼요."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약한 지창욱은 '힐러'를 통해 그만의 다재다능함을 증명했다. 액션 되고 로맨스 되니. 러브콜을 물밀 듯이 받았다. "'힐러' 덕분에 많은 걸 얻어서 고마워요. 드라마 찍느라 포기한 게 많아서 눈물 날 정도예요.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야죠."(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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