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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청사진, 슈틸리케호가 찍은 ‘쉼표’ 의미


입력 2015.02.01 10:38 수정 2015.02.01 10:44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호주와의 결승전서 다양한 작전-전술 제시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국 축구 더 들여다 볼 것

슈틸리케호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청사진을 제시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호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청사진을 제시했다. ⓒ 연합뉴스

확 달라진 슈틸리케호가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지만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지만 1-2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대표팀은 전반 막판 루옹고의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막판 기성용의 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이 왼발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 갔다. 하지만 대표팀은 연장 전반, 트로이시에게 골을 내주며 55년만의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그러나 대표팀은 지난해 브라질월드컵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결승전만을 보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은 여러 개의 수를 준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을 소화하는 박주호를 시작부터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최전방 공격수와 그 뒤를 받치는 2선 공격수인 남태희가 수비시에는 일자로 늘어서 상대 수비진을 효율적으로 압박했다.

또한 최후방 수비수 출신인 장현수는 중앙 미드필더로 올라가 뛰다 경기 막판에는 교체돼 나간 이정협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했다. 대표팀이 후반 막판에도 1골 차로 뒤지자 기성용이 우즈베키스탄전(8강)에 이어 다시 한 번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간 손흥민의 후반 막판 동점골을 도왔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연장에 대비해 후반 막판 김주영을 투입했다. 이는 연장까지 힘을 비축한 수비진을 운영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우승컵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팬들의 갈증은 해소됐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팬들이 대표팀에 분노한 원인은 경기 결과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팀인 러시아(1차전)와 알제리(2차전)를 상대로 같은 전술을 펼친 것에 울분을 토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벨기에전에서 골키퍼 김승규를 내보내고 공격수 박주영을 빼는 등 변화를 꾀했으나 이미 분위기는 기울어진 후였다. 전지훈련과 평가전에서 이러저러한 실험을 하는 듯했으나 끝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그 멤버가 그대로 나서 팬들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런 맥락 속에서 축구 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밑그림을 알아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물음에 남녀 656명 중 54%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대답은 5%에 머물렀다. 자신을 '축구 관심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66%는 슈틸리케 감독의 대표팀 지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대표팀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 골키퍼와 이정협을 발굴했으며 선수 1명이 최소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경기 도중에도 다양한 전술을 펼쳤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은 경기 분위기가 아무리 처져도 무언가를 해낼 것이란 믿음을 팬들에게 심어줬다. 경기 결과를 떠나 새로운 수를 시도하는 모습과 발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그대로 묻어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4개월 만에 아시안컵에 나갔다.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그는 더 많은 시간을 한국 축구를 들여다보는 것에 투자할 전망이다. 앞으로의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대표팀은 27년 만에 진출한 아시안컵 결승에서 완전한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하지만 더욱 큰 그림을 위한 '쉼표'는 써냈다.

스팟뷰스 기자 (spotvi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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