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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투혼 빛난 한국, 호주에 왜 졌나


입력 2015.01.31 21:49 수정 2015.02.01 14:59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파격적 진형과 투혼 불사르며 연장 대접전 '명경기'

호주 전진 압박과 육탄방어..연장 들어 피지컬 차이 실감

[한국-호주]호주의 전진 압박으로 인해 한국은 패스가 아닌 볼을 걷어내는 데 급급했다. ⓒ 연합뉴스 [한국-호주]호주의 전진 압박으로 인해 한국은 패스가 아닌 볼을 걷어내는 데 급급했다. ⓒ 연합뉴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투혼을 불살랐지만 끝내 호주의 피지컬과 체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은 31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결승전서 호주와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 혈투 끝에 1-2로 패했다.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 한국은 다시 한 번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들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다소 변형된 전술을 꺼내들었다. 대회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박주호를 2선의 왼쪽으로 전진 배치하고, 그의 빈자리는 장현수로 채웠다. 호주의 오른쪽 풀백 이반 프라니치와 오른쪽 윙어 로비 크루즈의 강력한 공격 라인을 효과적으로 봉쇄, 2선부터 강한 압박으로 호주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전반 종료 직전 선제골을 내주기까지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물론 강력한 피지컬로 무장한 호주는 만만치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은 최전방부터 골키퍼와 포백 수비를 압박했고, 공중볼 경쟁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 나선 한국의 모든 선수들이 호주에 거센 몸싸움으로 괴롭히는 등 패스의 길목을 잘 차단했다. 이번 대회 4강전까지 12골을 터뜨린 호주의 공격력은 한국의 견고한 수비에 고전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한국 역시 호주의 저항에 막혀 이렇다 할 활로를 열지 못했다. 좋은 공격 장면을 만들어낸 것은 전반 36분과 37분. 두 차례 모두 손흥민의 슈팅까지 연결되는 과정은 돋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내줬다.

무엇보다 호주의 강력한 전진 압박으로 한국은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기성용은 평소보다 중앙에서 존재감을 뿜어낸 것은 아니었다. 포백 수비 위에서 패스를 받을 공간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볼 터치 횟수도 적었다. 중앙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자 측면에서 볼을 키핑하려고 했다. 후반에는 왼쪽 윙어로 자리를 바꾸기까지 했다.

또 호주의 전진 압박으로 인해 한국은 패스가 아닌 볼을 걷어내는 데 급급했다. 이는 자연히 제공권 싸움으로 이어졌고, 호주 피지컬에 열세를 보이면서 볼 소유권은 호주로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전반 추가 시간 마시모 루옹고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들어 더욱 의욕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엮어내지 못하며 시간을 소진했다.

지체할 틈이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 대신 수비수 김주영을 투입하고, 곽태휘를 최전방으로 올리는 파격적인 전술을 시도했다. 이 도박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후반 추가 시간 곽태휘가 상대 수비수와 공중볼 경합을 한 것이 시발점이 됐고, 한국영의 인터셉트와 기성용의 원터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득점이 이어지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연장전 역시 체력전으로 전개됐다. 이미 한국은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선수 교체 카드는 전부 소진했으며, 장현수는 다리에 쥐가 나 제대로 뛰지 못했다. 더 이상 공격진에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

연장 전반 15분 제임스 트로이시의 골로 한국은 다시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연장 후반에는 최대한 상대 진영으로 선수들을 올리고 롱볼 전술을 시도했다. 그러나 무용지물이었다. 호주의 육탄 방어와 제공권에서 역부족이었다. 몸싸움에서 밀리니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볼 키핑도 불안했다.

이날 호주는 시종일관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무력화시켰다. 심지어 경고도 무려 5장이나 나왔다. 혹여나 퇴장이라도 당하길 기대했지만 영리하게 적정선을 지켜냈다.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은 100% 이상을 쏟아 부었고, 1988년 이후 27년 만의 아시안컵 결승전에 올랐다. 비록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월드컵 부진의 아픔을 딛고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2015 호주 아시안컵이었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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