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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파격 속 기본'으로 편견 깼다


입력 2015.01.31 21:16 수정 2015.01.31 22:52        김태훈 기자

이름값 연연하지 않고 소신 바탕으로 과감하고 투명한 결단

엔트리 전원 가동한다는 믿음 주며 부상 이탈에 효과적 대처

슈틸리케 감독은 비록 아시안컵은 놓쳤지만 불과 4개월의 시간 동안 한국축구에 박혔던 편견을 깨고 투명하고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띄웠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은 비록 아시안컵은 놓쳤지만 불과 4개월의 시간 동안 한국축구에 박혔던 편견을 깨고 투명하고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띄웠다. ⓒ 연합뉴스

비록 55년 만의 아시안컵 탈환은 이루지 못했지만 결코 실패라 할 수 없는 ‘2015 아시안컵’이다.

한국은 31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개최국 호주와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경기 전 차두리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만졌던 아시안컵은 투혼을 불사른 끝내 한국축구를 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은 GK 김진현의 선방쇼와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기성용, 좌측 라인의 손흥민-김진수, 깜짝 발탁에 부응한 이정협 등 많은 수확이 있었다.

가장 큰 발견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심지다.

호주와의 결승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파격 퍼레이드로 한국축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박주호의 측면 전진배치, 곽태휘의 최전방 배치 등 파격의 연속이었다. 선발 라인업부터 파격이 시작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내내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지켰던 박주호를 좌측 측면으로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성용의 파트너로는 장현수를 세웠다.

측면 크로스에 이은 중앙 공격의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지만, 이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 번 붙었던 팀과의 리턴매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든 혼란을 주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 전술이다.

비록 아시안컵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5경기 연속 무실점-연승 행진으로 결승까지 왔던 과정은 분명 2014 브라질월드컵 때 축구팬들이 느꼈던 답답함을 많이 덜어냈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강팀의 자질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조별리그 상대였던 오만-쿠웨이트-호주를 상대로 경기마다 각기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이날 역시 상대팀에 따른 유연성을 고려하며 파격적인 베스트11을 들고 나왔다. 경기 중 무한 시프트로 위기상황에서 플랜B도 보여줬다.

대회 개막 전후로 계속된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트레이드마크였던 점유율과 패싱게임을 포기하고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실리축구를 추구하기도 했다. 내용상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시안컵 멤버 구성부터 베스트 11만이 아니라 23인의 선수가 모두 제 역할을 하는 팀을 강조했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적었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들 덕분에 슈틸리케호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승승장구 했다.

과거 이름값에만 연연하지 않고 소신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결단도 돋보였다.

이정협은 A매치 데뷔전이었던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교체 출전해 자신의 대표팀 첫 골을 신고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시안컵에서도 6경기 출전해 2골을 터뜨렸다.

한 달 전만 해도 축구팬들조차 잘 모르던 무명 선수가 2015년 들어 치른 7번의 A매치에서 3골을 터뜨리는 깜짝 활약으로 일약 '신데렐라'가 됐다. 이정협은 슈틸리케호의 아시안컵 최대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정협의 활약을 보기 어려웠다.

아시안컵은 놓쳤지만 불과 4개월 동안 한국축구에 박혔던 편견을 깨고 투명하고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띄웠다. 파격으로 보였지만 사실 승리를 향한 기본에 충실했다. 우승의 샴페인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한국축구로서는 충분히 자축할 만한 아시안컵이었다. 성공을 향한 중간단계까지는 확실히 도달했기 때문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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