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분위기’ 한국축구, 무르익는 아시안컵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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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는 분위기’ 한국축구, 무르익는 아시안컵 샴페인
    파괴력 기대 못 미쳐도 무실점으로 막고 한 방으로 승승장구
    이청용-구자철 부상 이탈도 액땜..원팀으로 아시안컵 결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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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5-01-31 00:21
    이준목 객원기자
    ▲ [한국-호주]무려 55년 동안 우승을 맛보지 못한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부해온 한국축구에 오랫동안 한을 남겼던 대회다. ⓒ 연합뉴스

    “참고 참는다. 모두의 바람대로 31일 결승 후 샴페인을 한 잔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아시안컵 열망이 묻어나는 한마디다.

    한국축구가 55년 만에 아시아 맹주 자리를 되찾기까지는 이제 딱 한 번의 승리만 남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후 6시(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킥오프하는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홈팀 호주(FIFA랭킹 100위)와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를 치르게 됐다.

    호주는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5경기 12골’의 화끈한 공격축구를 뽐냈다. 3골 넣은 간판스타 팀 케이힐을 중심으로 무려 10명의 선수가 골맛을 보는 폭넓은 공격루트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런 호주가 이번 아시안컵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지 못한 경기가 한국전이다.

    한국은 호주와 역대전적에서 7승10무8패를 기록 중이다. 가장 최근의 대결은 역시 조별리그다. 한국이 1-0 신승하며 A조 1위에 올라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당시 호주는 주축 선수들 일부가 빠진 상황이었지만 한국 역시 손흥민과 차두리가 선발에서 제외되는 등 최상의 라인업은 아니었다.

    호주는 팀 케이힐 등 베스트멤버가 모두 투입된 후반에도 한국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호주의 경기운영과 플레이스타일은 어차피 동일하다. 호주의 상승세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오른 한국의 상황은 대회 개막 직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처음 도전하는 메이저대회인 아시안컵에 출사표를 던질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물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지만 ‘우승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슈틸리케호는 정식 출범한 지 불과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아시안컵 개막 전까지 고작 5차례 평가전을 치렀을 뿐이다. 주축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최적의 선수 구성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대회 개막 이후에도 조별리그에서의 기복 심한 경기력과 주축 선수들의 감기 대란으로 인한 선수단 관리, 이청용-구자철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 아웃 같은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2주 사이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조별리그 호주전의 승리가 반전의 기폭제가 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홈팀인 호주를 잡으면서 자신감을 되찾았고 이후 토너먼트에서 우즈벡-이라크를 연파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조별리그의 시행착오가 오히려 액땜이 된 듯, 토너먼트 이후로는 한국 축구에 '되는 운'이 밀려오는 분위기다. 외신들 사이에서 한국보다 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과 이란이 모두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진 것은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또 한국은 현재 기록 면에서도 상당히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유일한 무패-무실점 팀이 됐다. 슈틸리케호는 조별리그부터 5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가고 있고, 아시안컵 개막 직전이던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2-0)까지 포함하면 A매치 6연속(570분) 무실점 승리다.

    역대 아시안컵에서 무실점-무패 우승은 1976년 대회의 이란(4경기)이 유일하다. 하지만 당시는 참가국이 고작 6개국이었고 경기수도 적어서 지금보다 가치는 훨씬 떨어진다.

    골 결정력이나 경기 운영에 대한 아쉬움은 조금 남아있지만 선제골을 내주지 않고 위기를 잘 극복하며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대표팀이 닮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집중력 있는 수비, 주전과 비주전의 고른 활약, 벤치의 뚝심 있는 용병술 등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벌써부터 제2의 히딩크로 칭송받고 있다.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첫 지휘봉을 잡은 메이저대회인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경우,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로드맵에 한층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또 호주와의 결승전은 대표팀 맏형이자 2002세대의 마지막 생존자인 차두리의 은퇴 경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저런 의미에서 한국축구에 뜻 깊은 경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승의 기회란 매번 오는 것이 아니다. 준비되어 있는 자만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무려 55년 동안 우승을 맛보지 못한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부해온 한국축구에 오랫동안 한을 남겼던 대회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는 우승 외 다른 시나리오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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