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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조용한 외교 의미 없어 독도 방문 결정"


입력 2015.01.29 16:56 수정 2015.01.29 17:13        최용민 기자

다음달 2일 회고록 출간...북한의 정상회담 요구 등 비화 담겨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표지.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표지.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직접 방문해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 “독도에 관한 조용한 외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발간 예정인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여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행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독도 방문과 관련한 회의에서 대통령의 방문으로 독도가 한·일간 분쟁 지역으로 부각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조용한 외교’라는 기치 아래 일본에 독도를 분쟁 지역화 하는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우리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동안 일본이 지속적으로 독도에 대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해왔고, 이제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면 더 이상 ‘조용한 외교’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하면서 대통령이 외국도 아니고 우리 영토를 방문하는데 외교나 국방부 관계자와 동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환경부 장관과 이문열 작가 등과 동행한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며 이로 인해 한·미·일 공조체제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해 2012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이를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클린턴 장관이 “우리가 일본에 어떤 메시지나 신호를 주어 그러한 세력을 통제하고 억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민주당이 3년여 집권하고 자민당이 다시 집권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여론정치에 이용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 앞에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에 편승한 일본의 우경화는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이익 위해 대북 정책 펴지 않아”...정상회담 추진 과정 밝혀

이 전 대통령은 또 회고록에서 “나는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자 대북 정책을 펴지 않았다”며 “임기 동안 남북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해 이벤트로 활용하려는 유혹을 경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북한이 우리 측에 중국 등의 간접경로를 통해서도 다섯 번이 넘는 정상회담 제의했다며 MB정부 당시 남북 정상회담의 추진 과정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들을 풀어냈다.

북한은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조문단으로 보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MB정부 출범 후 북한이 제안한 최초의 정상회담 제의다.

특히 김기남 비서는 자신들의 요청으로 이 전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수뇌 간 만남’을 언급하며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앞선 두 차례의 정부 때와 다르게 북한이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해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고자 했던 이 전 대통령의 의사와 달리 북한이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자 이 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기남 비서의 방남 직후 열흘여만인 2009년 8월28일에도 김양건 통전부장 명의로 다시 우리 측에 “남북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북핵 문제와 경제지원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로 결렬된다.

두 차례 제의가 무산된지 한 달여만인 2009년 10월10일 북한은 중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009년 10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도중 열린 오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났는데,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 같은 입장이 전해진 뒤 북한은 그해 9월 6일 발생했던 황강댐 방류로 인한 임진강 야영객 사망 사고에 유감 및 조의를 표하는 등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하는 내용’의 친필 서한을 북측에 보내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소개했고 이에 “어이가 없었다”며 단번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몇 차례 더 있었지만 정상회담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구걸하는 형식의 정상회담은 안 된다. 무력 도발에 화해를 구실로 물적 지원을 해서도 안 된다”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4대강과 자원외교 논란에 대해서는 단호...“선동성 주장은 무책임”

이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에 실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비판에 대해 “현존하는 자연재해와 다가오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 없이 선동성 주장을 일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며 “선진국이 하천을 통한 경제발전과 국민 복지를 위해 수백년 동안 해왔던 일들을 우리가 최신 기술로 최단시간에 완수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위장 사업이라는 비난에 대해 “내 임기가 5년 단임이고 여야 유력한 대권 후보들이 대운하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4대강 사업을 벌였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녹조 발생에 관해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시행한 남한강은 녹조가 없었던 반면 공사를 안 한 북한강과 서울 한강 본류에 극심한 녹조가 나타났다”며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4대강 공사로 인해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지난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찬에서 “식사 도중에 오바마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이 즉각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정 투자에 나설 수 있었는지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우리는 다행히 사업 계획의 4대강 정비 내용이 이미 선거 공약에 들어 있었고, 한국은 미국에 비해 국토가 작아 그만큼 빨리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또 “모로코, 파라과이, 페루, 알제리 등 많은 국가들이 4대강 현장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고 우리 정부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내가 독일의 RMD 운하를 부러워했던 것처럼 우리의 4대강이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시절 해외자원개발을 두고 야당이 공세를 펴는 데 대해 “자원 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야당의 비판이 사실과 대부분 다르다는 점에 큰 문제가 있다”며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 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랫동안 유전 개발을 해온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검토 끝에 시추해서 기름이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하다”며 “실패한 사업만을 꼬집어 단기적인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와 자원 확보는 미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 외교나 해외 자원 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 시절 공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한 26조원 중 4조원은 이미 회수됐으며, 2014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미래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 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며 “총회수 전망액은 30조 원으로 투자 대비 총회수율은 114.8%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아울러 한승수 국무총리를 당시 임명한 이유에 대해 “한 총리는 외교 분야에 경륜이 많고 특히 자원 외교 부문에 관심이 많았다. 국내외의 복잡한 현안에 대해선 내가 담당하고, 해외 자원 외교 부문을 한 총리가 힘을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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