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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간과' 일본축구, 나카타 향수만 맡나


입력 2015.01.29 10:42 수정 2015.01.29 10:4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점유율 집착 속 패스 축구만 고집

대세인 힘의 축구 흐름 간과하며 추락

일본축구는 오히려 피지컬을 등한시하고 기술에만 목매고 있다. ⓒ 게티이미지 일본축구는 오히려 피지컬을 등한시하고 기술에만 목매고 있다. ⓒ 게티이미지

승부차기 실축이 문제가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대표팀의 몰락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두 선수의 부진으로 매듭짓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가가와 신지(25·도르트문트)와 혼다 케이스케(28·AC밀란)는 오히려 희생자다.

승부차기는 러시안룰렛과 같다. 로베르토 바지오(47·이탈리아)도 1994 월드컵 결승전에서 실축했다. 그렇다고 바지오 실력에 의심을 품는 자는 없다. 혼다와 가가와 또한 일본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이다. 승부차기 실축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일본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점유율 축구’ 고집에서 찾을 수 있다. 축구는 역습에서 득점 확률이 높다. 수비가 정돈되기 전 빠르게 공격해 골을 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정상적인 수비를 구축한 상태에선 골을 넣기가 정말 힘들다. 밀집수비를 뚫을 공격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일본의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끊임없는 패스로 틈을 노린다. 그러나 상대팀이 자기 진영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일본의 득점은 현저히 떨어진다. 상대가 웅크리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역습 기회조차 만들기 어렵다.

일본은 5년 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오카다 다케시 전 감독은 ‘2010 남아공월드컵’서 일본을 16강에 진출시켰다. 당시 일본은 점유율 축구를 버리고 극단적인 수비와 역습으로 카메룬, 덴마크를 연파했다. 마르쿠스 툴리오-나카자와 유지의 파이팅 넘치는 수비가 돋보였다.

23년 전도 기억해야 한다. J리그 출범 전 열린 1992 아시안컵서 첫 정상에 등극했다. ‘작은 탱크’ 기타자와 츠요시, 역동적인 공격수 미우라 가즈요시가 맹활약했다. 당시 일본은 빠른 역습과 저돌적인 측면 공격이 장기였다.

일본축구는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90년대 초반 “힘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한국축구를 배우자”며 피지컬을 강화하고 일본 특유의 섬세한 기술을 덧칠해 아시아 강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15년 지금, 일본축구는 오히려 피지컬을 등한시하고 기술에만 목매고 있다.

일본이 점유율 패스를 도입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다. 천재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38)가 등장하고부터다. 그러나 나카타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계를 절감하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본은 나카타가 떠난 뒤에도 패스축구를 버리지 못했다. 나카무라 순스케, 엔도 야스히토, 혼다 케이스케 등 패싱력을 갖춘 미드필더가 계속 등장 '나카타 향수'에 젖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일본대표팀이다.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말했듯 피지컬은 축구의 뼈대다. 일본축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제는 다시 힘의 축구가 대세로 떠올랐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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