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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모 슈틸리케, 결승 내다본 실용축구 극대화


입력 2015.01.26 20:48 수정 2015.01.27 15:1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느린 템포 공격 전술로 폭우 속 체력 아껴

일정상으로도 호주-UAE 승자보다 유리한 고지

슈틸리케 감독은 체력을 크게 아끼면서도 효율적인 축구의 극대화를 이뤘다. ⓒ 게티이미지 슈틸리케 감독은 체력을 크게 아끼면서도 효율적인 축구의 극대화를 이뤘다. ⓒ 게티이미지

실용축구를 극대화시킨 한국 축구대표팀이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 무대를 밟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AFC 아시안컵’ 이라크와의 준결승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오는 31일 호주-UAE 승자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한국은 1960년 2회 대회 이후 55년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나무랄 데 없는 경기력이었다. 선수들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효율적인 축구를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의 주문을 100% 수행했고, 별 다른 위기 없이 이라크의 기세를 억누르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의 관건은 측면 공격이 강한 이라크의 발을 붙잡는데 있었다. 실제로 이라크는 조별리그 3경기 및 8강전 포함 4경기서 무려 101차례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는 본선 무대 오른 16개국 중 전체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였다.

이라크가 측면 공격에 자신감을 보였던 이유는 젊고 빠른 윙어와 풀백들이 다수 보유했기 때문이다. 공격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이번 준결승에서도 호시탐탐 전방 침투를 노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측면 공격 외에 별다른 전술이 없었던 이라크의 의도는 한국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특히 왼쪽 수비수 김진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진수는 이라크의 아메드 칼라프를 원천 봉쇄하며 크로스 타이밍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답답해진 칼라프는 중거리슛 위주의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었고, 이라크 입장에서는 날개 하나를 잃은 셈이었다.

결승 진출의 기쁨만큼 얻게 된 또 다른 소득은 바로 체력이다. 이날 경기의 볼 점유율은 한국이 52.8%로 이라크(47.2%)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체감은 한국의 볼 소유 시간이 훨씬 길게 느껴졌다.

대표팀의 전반 볼 점유율은 66.1%에 달할 정도로 그라운드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기성용으로부터 시작되는 공격의 흐름은 정교하면서도 상대의 빈틈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이라크의 압박이 거세질 때에는 적절한 백패스로 찬스를 만들어갔다.

이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는 감독이다. 다소 느린 템포의 공격 작업이더라도 볼 소유권을 움켜쥔 채 상대 빈틈을 파고드는 전술을 주로 구사한다.

그렇다 보니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한 이라크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볼을 빼앗기 위해 상대보다 많이 뛰어야 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장기인 스피드가 무력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점유율 축구의 최대 수확은 체력을 크게 아꼈다는 점이다. 양쪽 풀백인 차두리와 김진수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포지션을 벗어나지 않았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이렇다 할 지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체력적 우위에 있다는 점은 결승전에서 커다란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호주-UAE보다 하루 더 쉴 수 있으며 연장전도 치르지 않아 최고의 컨디션으로 결승에 나설 예정이다. 상황에 맞는 전술과 전략으로 무난한 결승행을 이끈 슈틸리케 감독의 귀모(鬼謀)라 할 수 있다.

누가 올라오더라도 우승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대표팀이다. 일본을 승부차기로 탈락시킨 UAE는 아무래도 경기 내용 면에서 뒤처지는 상대다. 개최국 호주의 공격이 매섭지만, 대표팀은 지난 조별리그서 무실점 승리를 따낸 바 있다. 55년간 이어진 우승 목마름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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