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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아시안컵 여정 ‘언감생심→새옹지마’


입력 2015.01.26 16:46 수정 2015.01.26 16:51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조별리그 졸전으로 "우승후보 제외될 것" 발언까지

'팀 스피릿' 단단해지며 우승 가능성 가장 높은 팀으로

[한국-이라크]슈틸리케호 최종 승선 명단을 확정하고 장도에 오르던 순간부터 대회 4강에 올라 있는 현재의 상황까지 과정을 돌아보면 ‘새옹지마’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 연합뉴스 [한국-이라크]슈틸리케호 최종 승선 명단을 확정하고 장도에 오르던 순간부터 대회 4강에 올라 있는 현재의 상황까지 과정을 돌아보면 ‘새옹지마’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 연합뉴스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이라크와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각)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스타디움서 이라크와 ‘2015 아시안컵’ 4강전을 치른다. 강력한 우승후보 이란과 일본이 8강서 탈락한 가운데 이라크를 잡는다면, 55년 만에 아시안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무대에 설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호주로 들어갈 때만 해도 우승은 다소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이동국, 김신욱과 같은 주축 공격수들이 아시안컵에 동행하지 못했고, 과거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스트라이커 박주영 역시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해 우려가 컸다. 수비진 역시 여러 차례 평가전에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해 많이 불안했다.

비교적 무난한 조 편성이었지만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안방불패’의 개최국 호주(2009년 쿠웨이트와의 A매치 패배 이후 무패)와 함께 A조에 편성돼 조 1위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점도 결승까지의 대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핸디캡으로 지목됐다.

조별리그 초반 2경기는 이 같은 전망이 결코 틀리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오만과 쿠웨이트를 무실점 연파했지만 공격력은 예상대로 만족스럽지 못했고, 수비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진현,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승점 6점은 ‘언강생심’이었다.

특히, 오만전에서 측면 수비수 김창수가 부상으로 조기에 교체되고 이청용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표팀의 전력은 더욱 더 약화되어 갔다. 일찌감치 8강에 진출했다는 것에 만족할 상황이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대한 전망 또한 어두웠다.

특히, 지난 13일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0 승리,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후 슈틸리케 감독은 “우승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최상의 스쿼드를 꾸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표팀의 경기력이 너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승을 노리고 대회에 출전 중인 감독이 스스로 팀을 우승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한 발언은 분명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이 한마디는 분명 선수들을 바꿔놓은 것 같다.

A조 1위 확정이 걸린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표팀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고전했지만 앞선 2경기와는 다른 근성을 보여줬다. 호주 선수들이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더 강인한 근성을 발휘했다.

결국, 한국은 호주에 6년 만에 홈 A매치 패배를 안기며 조 1위로 8강행을 확정지었다. 비록 경기 중 호주 선수의 거친 파울에 구자철을 잃은 부분은 안타까웠지만 경기 막판 무려 7분 이상 주어진 추가시간에서 한 골을 지켜내는 집중력과 호주 선수들과의 기싸움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밀리지 않은 정신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호주전 승리로 슈틸리케호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숱한 위기의 순간을 맞지만 결코 실점하지 않는 가운데 결정적인 순간 단 1골로 경기를 가져오는 슈틸리케호 축구에 대해 ‘늪축구’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늪축구’가 됐든, ‘수렁축구’가 됐든 어쨌든 이기는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전의 한국 축구와는 분명 달랐다.

그리고 지난 22일 중앙아시아의 복병으로 그 동안 한국 축구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카시모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이 경기에서 한국은 득점을 기대했던 손흥민의 멀티골로 2-0 승리를 거두면서 55년 만의 우승 도전이 근거 없는 목표가 아님을 입증했다.

조별리그 3경기와 이날 8강전까지 대표팀은 4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최근 FIFA랭킹에서 한국(69위) 호주(100위)와 우즈베키스탄(71위)이 한국보다 뒤져있지만 난적임이 분명했다. 특히, 호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AFC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었던 팀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한국이 이들을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거두면서 4강에까지 올랐다는 결과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국보다 FIFA 랭킹에서 앞서 있던 일본(54위)과 이란(51위)은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현재 대회 4강에 올라 있는 팀들 가운데 가장 높은 FIFA 순위를 가진 팀은 한국이 됐다. 한국과 결승행을 다툴 이라크는 114위, FIFA 랭킹 100위에 올라 있는 호주와 결승행을 다툴 이라크는 80위다.

랭킹만 놓고 보면 한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셈이다. 그런데 랭킹뿐만 아니라 기세와 정신력 면에서도 한국은 대회 초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다. 앞서 힘겨운 여정을 거치면서 한국은 객관적인 기량에 더해 한 팀으로서 전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팀 스피릿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굳이 나서서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태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수들 스스로 그라운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멘탈 매니지먼트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부상으로 대회 중 제외된 이청용, 구자철을 제외하고 현재 호주에 남은 21명의 선수들 가운데 특별한 부상자도 없는 상황이다.

조별리그 1위도, 4강 이상의 성적도 기약하기 어려웠고 대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성적부담에 따른 심리적 위축으로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힘들었던 대표팀이 이제는 4강에 오른 팀들 가운데 가장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슈틸리케호가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할 최종 승선 명단을 확정하고 장도에 오르던 순간부터 대회 4강에 올라 있는 현재의 상황까지 과정을 돌아보면 ‘새옹지마’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이번 대회 개막을 전후로 대표팀을 힘들게 했던 이런저런 악재들이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서서히 극복하면서 대표팀을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새옹지마’를 연상시키는 슈틸리케호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여정이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란은 아니지만 이라크와의 4강전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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