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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된 청와대 인사 발표 '아무리 급했어도...'


입력 2015.01.23 14:40 수정 2015.02.09 10:43        최용민 기자

<기자수첩>춘추관은 우왕좌왕 기자들은 분노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23일 춘추관에서 개각 및 청와대 인적쇄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23일 춘추관에서 개각 및 청와대 인적쇄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진행된 국무총리 교체 및 청와대 인적쇄신 발표를 보면서 느낀 점은 '다급함' 그 자체였다. 인적쇄신 내용 뿐 아니라 인적쇄신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보여준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렇다. 급작스러웠고 기자들과 소통해야 하는 춘추관은 우왕좌왕했고 기자들은 분노했다.

먼저 이날 9시 20분쯤 청와대의 인사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속보가 나왔다. 출처는 청와대가 아닌 새누리당 관계자였다. 춘추관에 있던 기자들은 먼저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했고 여기저기 분주하게 사실확인에 들어갔다. 춘추관에서는 아직 사실확인이 안된다며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5분여가 흐른 후에야 20여분을 남겨 놓고 인사 관련 발표가 있다고 말을 전했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생방송이 가능하느냐', '자료는 언제 줄꺼냐"고 물었고, 춘추관 관계자는 처음에 9시 45분에 녹화를 하고 10시에 바로 방송하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기자들이 15분 남겨놓고 녹화하고 방송이 불가능하다고 항의했고, 이내 춘추관 관계자는 말을 번복하면서 10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시 45분에는 자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내 9시 45분이 되자 민경욱 대변인이 종이 한장 들고 춘추관에 들어와 마이크를 대고 발표를 하려는 순간, 기자들은 '마이크가 안 들린다. 방송이 안 들린다'고 항의했다. 기자들은 방송하지 말고 바로 자료를 달라고 말했고 민 대변인은 자료는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인사발표는 중간에 마이크가 나오지 않은 생태에서 시간에 쫒기듯 기자들에게 전해졌다.

마이크가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내용은 중간부터 들리기 시작했고 앞부분은 들리지 않았다. 기자실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뭐야, 뭐라는 거야'라는 소리가 들렸고 일부 기자들은 여기저기 이름을 확인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기자는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실과 회견장을 분주히 왔다갔다하며 체계없고 준비없는 발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소란 중에 한 언론사는 10시 엠바고였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내정 사실을 10시 이전에 인터넷에 출고하는 등 말 그대로 '난장판'을 방불케했다. 회사 사무실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이 속보로 나왔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과정들을 볼 때 청와대가 이번 인사발표에 대해 절대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사실과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가 보였다. 그러나 정작 비밀은 국회에서 새나갔고 청와대는 속보가 나오면서 부랴부랴 따라서 발표하는 꼴이 됐다. 처음부터 10시에 발표를 준비했다면 춘추관 기자들은 물론 춘추관 직원들에게 9시 30분이 되도록 사실을 확인시켜 주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안가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있지만 인사가 '급사(急事)'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인사발표를 그렇게 급작스럽게 해야했을까라는 의문은 두번째로 미뤄둔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모르게 준비를 했으면 들키지나 말든지, 준비를 철저히 하든지 했어야 한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발표를 통해 2가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오전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30%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부정율은 60%에 달했다. 청와대가 다급했을 것이라는 점은 이번 인사발표가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실히 들어난다. 자리가 비어있는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도 없었고, 특보단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정무특보를 정하지도 못했다. 이가 숭숭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발표는 이도 저도 아닌 발표가 됐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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