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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증세, 당장 배고프다고 종자씨 먹는 격


입력 2015.01.23 11:37 수정 2015.01.23 11:55        박영국 기자

[기자의 눈]기업환경 악화되면 경쟁력 악화, 기업 이탈로 세수 축소 악순환

21일 오후 국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일 오후 국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연말정산 논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가 아무리 ‘증세가 아니다’고 목 터지게 외쳐도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졌는데 ‘아 그러세요’라고 수긍할 만큼 국민들은 순진하지 않다.

연말정산이 ‘우회 증세’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추가수입 없는 추가지출’이라는 모순된 목표를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축소, 예산절감 등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그게 제대로 안 돼 세수가 빵구났고, 과세 방식을 전환해 세수를 늘리는 꼼수를 부린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세율을 올리지 않았으니 ‘증세’는 아니지만, ‘13월의 보너스’를 박탈당하고 오히려 지갑을 털리게 된 서민들의 반발은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알아서 길(소득세법 개정 및 소급 적용)’ 정도로 심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야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법인세 인상’을 들고 나왔다. 부족한 세수를 서민들의 주머니 털어 채우지 말고 기업들로부터 더 걷어 해결하라는 논리다.

이는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없으니 ‘달콤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 선거판을 뒤흔들었던 대책없는 포퓰리즘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들어보자.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예상된다.” 최경환 부총리(22일 'K-서비스' 선도기업 간담회)

“법인세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갖추느냐 하는 차원에서 봐야 되는 문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22일 새만금전망대)

에둘러 표현했지만,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산업부 박영국 차장대우 산업부 박영국 차장대우
기업은 이익을 내고 그 이익으로 끊임없이 재투자를 해야 성장을 지속하고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익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뜯긴다면 투자가 위축돼 경쟁력 약화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적인 부작용이지만, 당장 기업들의 투자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라는 단기적인 부작용도 있다.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 기업 입장에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국가에 굳이 적(籍)을 둘 필요는 없다. 법인세가 높아 경영이 어렵다면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시선을 옮기게끔 돼 있다.

최 부총리가 언급한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 온 것도 세금폭탄을 피해 이사올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 때문이다.

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고 돈을 못 벌면 정부의 세수는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기업들이 나라를 떠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농부는 아무리 배가 주려도 종자씨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당장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종자씨를 먹는다면 내년, 그리고 그 후는 더욱 굶주려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추세에 역행해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농부가 종자씨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 이상 그런 이런 주장이 나와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런 불필요한 논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면돌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계속해서 ‘증세 없는 복지’ 공약 프레임에 갇혀 있어서는 해답이 없다. 물론 공약 불이행에 대한 국민 반발이 크겠지만, 이미 각종 세제정책을 통해 ‘실효성 없음’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명분’만이라도 유지하려고 버티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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