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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드레스덴서 뿌린 씨 모스크바서 거둔다면


입력 2015.01.26 09:40 수정 2015.01.26 09:52        최용민 기자

<기자수첩>러시아 방문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속에서 주도권 잡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2014년 3월 28일 오전(현지시각)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지난 2014년 3월 28일 오전(현지시각)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만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북한은 행사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러시아가 밝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 박 대통령의 참석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5월 일정은 확정된 것이 없고 여러 가지 일정들이 경합을 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검토할 내용이다.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재 동북아 국제정세는 과거 개화기 시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열강들이 벌였던 각축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에 북한이라는 새로운 정권이 세워져 있다는 점 정도다. 이 때문에 현 국제정세는 북한과의 관계까지 생각해야 되는 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먼저 세계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러시아는 신냉전이라고 불릴만큼 세계적 이슈마다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서방국가는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러시아 제재에 앞장서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미국은 현재 북한의 '소니 픽처스사'에 대한 해킹을 이유로 대북 제재 공세를 펼치고 있고 한국과는 한미동맹의 견고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현재 중국과 G2그룹을 형성하면서 경제적으로 중국의 추월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우산 아래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함께하려는 중립외교 노선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은 현재 과거사 문제를 놓고 전혀 관계 개선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없이 한국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박근혜 정권 이후 과거사 문제를 이유로 일본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절대적 동반자인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 혈맹 관계인 중국과 북한의 관계도 현재는 조금씩 그 틈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직접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진 않았지만 한반도 내에서의 핵무기 개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고 최근 북한과의 교류에도 열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도 최근 중국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더 치중하는 모습이다. 러시아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은이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국제외교를 시작했다는 전통을 깨고 중국보다 먼저 러시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국제 정세속에서 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우리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제동을 걸 명분은 아무것도 없다.

다행히 최근 박 대통령이 여러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러시아 방문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러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기해 나갈 것’과 ‘유라시아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 정권이 줄곧 한미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만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제 외교관계에서 큰 변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통일기반 구축에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며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려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아울러 그동안 남북한과 아시아, 유럽을 연결해 유라시아 대륙을 단일경제권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해 왔다. 특히 지난해 APEC 정상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구상을 제안하고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하나의 대륙을 형성하고, 산업·기술·문화를 융합한 창조경제의 패러다임 구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행사에 김 위원장이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의 이목은 현재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했고, 박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전제로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지난해 초 ‘통일 대박’을 시작으로 ‘드레스덴 구상’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임기 내 성취해야 할 2대 목표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통일준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준비를 잘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북한이 빠져서는 절대 성사될 수 없는 일임은 명백하다. 여기에 급변하는 국제 정세속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려는 행보를 우리가 먼저 나서서 중재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해 김 위원장과 만나 러시아와의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아 국제 정세를 우리쪽에 좀 더 유리하게 선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청와대는 현재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국정운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비교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집권 3년차를 맞아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남북정상회담이 현 위기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도 점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비선실세’ 파동으로 인한 국정 난맥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파동’, 여기에 음종환 전 행정관 문제까지 벌어지면서 청와대는 현재 국정 동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국내 문제를 국제 문제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을 때 외부에서 힘을 얻어 그 동력으로 국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러시아 승전 70주년 행사가 모티브가 될 수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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