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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질반질 닳은 음부는 누가 팠을까 혹시 궁예가...?


입력 2014.12.20 10:12 수정 2014.12.24 16:51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남근석 기행>궁예가 결사항전한 명성산 알터바위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명산 중, 전망 좋은 바위꼭대기에는 인공적으로 파놓은 구멍들이 있다. 이들 바위구멍은 타원형으로 대부분 직경 1m 이내의 알터 바위로 부른다. 이 구멍에는 물이 담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음양의 조화 즉 남성과 여성이 함께 있다는 뜻이다.

속리산 문장대, 영암 월출산, 부산의 금정산. 대구 팔공산 등 등 특히 서울 북한산 정상 백운대, 염초봉, 족두리봉에도 알터 바위가 있다.

이 알터 바위는 옛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이었다. 생산과 생식을 상징하는 여성의 성기형태를 바위 꼭대기에 조성해 놓고, 천신에게 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생산과 풍요를 얻어 삶의 질이 높아지고, 더 나아가 종족보존과 나라의 태평세월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러한 원시신앙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여성음부를 조성해 놓은 궁예바위 알터ⓒ최진연 기자 여성음부를 조성해 놓은 궁예바위 알터ⓒ최진연 기자

알터에는 크고 작은 구멍이 여러 곳에 뚫려있는데, 이것을 학문적으로는 성혈로 부르고 있다. 성혈은 바위정상에 작은 구멍을 여려 개 판 경우가 있고, 큰 구멍 하나만 파 놓은 곳도 있다. 이 구멍에 여인들은 길쭉한 돌로 구멍을 갈며 자식을 낳게 해달라고 빌었다.

알터 바위에는 옛부터 큰 인물이 태어났다는 난생설화(卵生說話)가 자주 등장한다.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이 알에서 나왔고,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도 알에서 나왔다. 우리 선조들은 알은 탄생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알터의 등장은 대체적으로 신석기시대를 거쳐 삼국시대·고려·조선까지로 보고 있다.

이 신비스러운 알터 바위가 강원도 철원 명성산에도 있다. 명성산은 억새풀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알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알터 바위는 명성산 정상에서 서북쪽 끝부분 해발 823m의 봉우리 아래 있는데, 전설에는 궁예가 이 바위에 올라 산성을 쌓는 부하들을 독려했다고 해 궁예바위로 부르고 있다.

궁예바위 꼭대기에 알터가 있다ⓒ최진연 기자 궁예바위 꼭대기에 알터가 있다ⓒ최진연 기자

궁예바위는 산성 남문지 옆에 우뚝 솟아 있다. 높이 15m 정도의 바위정상에는 웅덩이가 둥글게 파여 있다. 직경 1m 정도에, 깊이가 약 20cm의 인공적으로 파놓은 알터다.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공간이다.

그런데 알터바위는 다산과 풍요를 위한 장소인데, 민간인 또는 여인들이 접근하기에는 험준한 지형이다. 이곳에 누가 왜 알터를 만들었는지가 미스터리다. 산성은 피신과 혈전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산성 안에 있는 이 알터는 궁예가 쇠락해가는 국운을 천신에게 빌었던 장소로도 추정이 가능하다.

이 산성은 신라 말 궁예가 철원에 태봉국을 세워 도성을 쌓고 통치하다가 왕건에 밀려 부하들과 함께 명성산에 들어와 쌓은 것으로 전한다. 하지만 원래 있던 산성을 궁예 세력이 개축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성벽은 산 정상에서 좌우능선을 따라 축성한 포곡식 산성이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퇴락한 채 돌무더기만 널브러져 있다.

갈말에서 명성산성 움푹파인 계곡에 알터바위가 보인다ⓒ최진연 기자 갈말에서 명성산성 움푹파인 계곡에 알터바위가 보인다ⓒ최진연 기자

궁예는 이곳에서 결사 항전하다가 산성이 함락되자 전의를 상실한 채 통곡하며 부하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렸다. 군사들은 태봉국의 비운을 슬퍼하며 울음을 터뜨렸으며, 그 후에도 가끔 산에서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 산 아래 마을사람들은 울음산으로 부르고 있다.

궁예바위는 고공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접근하기가 어렵다. 암벽밧줄이나 안전시설이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바위 밑에는 옛 군사들이 눈비를 피할 목적으로 뚫은 작은 동굴도 있다. 궁예바위를 지나 허술한 밧줄을 타고 올라가면 시루봉이다. 이곳에서 철원 북쪽으로 DMZ내에 위치한 태봉국 도성이 한눈에 조망된다.

명성산성은 철원 갈말방향에서 볼 때 산 지형이 여성의 음부를 빼 닮았다. 그 중간지점에 알터 바위가 솟아 있다.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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