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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해피 바이러스’ 슈틸리케호 하나로 묶었다


입력 2014.12.21 10:20 수정 2014.12.21 22:40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무한경쟁 속 긴장 풀어주는 분위기 메이커

차두리는 플레잉 코치? 훈련 끝나면 노하우 전수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차두리(왼쪽)의 역할은 플레잉 코치에 가깝다. ⓒ 연합뉴스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차두리(왼쪽)의 역할은 플레잉 코치에 가깝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차두리(34·FC 서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최고참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은 K리그와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소집해 지난 18일까지 나흘 동안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깜짝 발탁이 있을 수 있다"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전지훈련 결과를 통해 호주 아시안컵에 데려갈 수도 있다는 말에 선수들은 더욱 의욕을 갖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와 눈보라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훈련에 임한다.

이들 가운데 가장 뜨거운 선수는 바로 차두리다.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대표팀 선수로 뛰는 마지막 A매치다.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눈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차두리는 어린 후배들을 다독이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담당한다.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훈련에 임하고 후배들을 대할 때도 얼굴 한번 찌푸리는 일이 없다. 웃음 주름을 늘 얼굴에 달고 사는 차두리는 무서운 '호랑이 선배'가 아닌 따뜻한 맏형이다.

묵묵하게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후배들이 저절로 따라오게 하는 카리스마를 선배의 최대 덕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차두리는 후배들에게 엄격한 카리스마 대신 따뜻한 웃음으로 대한다.

차두리는 지난 15일 대표팀 첫 훈련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잘했기 때문에 대표팀에 와 있는 것이니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대표팀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대표팀에 들어왔으니 긴장하라고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장을 풀어주며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것을 보여주라는 뜻이다.

이는 훈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엄격한 얼굴이 아닌 늘 미소를 띤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농담도 건네며 훈련에 임한다. 훈련 분위기는 저절로 화기애애해진다. 자칫 과열로 갈 수 있는 무한경쟁 상황이지만 분위기만큼은 부드럽다.

차두리보다 14살이나 어린 권창훈(20·수원 삼성)은 "어린 후배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대해주기 때문에 훈련이 늘 즐겁다"며 "두리 형이 대표팀에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고 밝혔다.

차두리도 자신의 마지막이 될 대표팀 훈련이 즐겁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마지막 A매치가 될 아시안컵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그는 "대표팀 소집은 항상 즐겁다. 하루하루 축구하는 것이 즐겁다"며 "대표팀에서 뛰는 마지막 무대인만큼 아시안컵 우승컵을 꼭 들어 올릴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이어 "어리고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나이든 형님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후배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내게는 큰 선물이자 즐거움"이라고 밝혔다.

차두리는 맏형인만큼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17일 훈련이 끝난 뒤 김성준(26·세레소 오사카)을 따로 불러 개별적으로 지도를 하기도 했다. 손과 발을 써가며 후배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했다.

어린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대표팀 경험이 없는 후배들이 하루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을 조금이라도 가르쳐주려는 차두리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에 대한 통역도 맡았다. 평소에는 스페인 출신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를 위해 스페인어를 쓰지만 때때로 독일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나고 자랐던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독일어를 통역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를 그대로 통역하고 신태용 코치에게도 슈틸리케 감독의 얘기를 전달한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그만큼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게 돌아간다.

지금 현재 상황은 '차두리로 대동단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팀 내 구심점이 되고 있는 차두리를 중심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이 55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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