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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솔로대첩' 장그래 안영이 '미생들' 맺어지나


입력 2014.12.19 09:43 수정 2014.12.19 09:57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일본 마치콘의 장단점 잘 고려해야

'신촌솔로대첩' 포스터. 인터넷 화면 캡처. '신촌솔로대첩' 포스터. 인터넷 화면 캡처.
신촌솔로대첩은 한 번에 여러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 돌아가며 맛집까지 탐방할 수 있다니 미식가 여성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시간과 타이밍도 요건이다. 연말은 따뜻함이 필요한 시기다. 학업에 취직 공부, 스펙쌓기에 불안한 고용구조 속에서 회사일에 매몰되어 있던 한해였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연애조차 잊고 살기 쉬운데, 남녀가 만날 수 있는 송년회는 자신의 연인을 찾기는 제한되기 일쑤이다.

솔로대첩과 같은 행사를 통해 2014년에 마지막 연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비혼화, 만혼화, 삼포세대 그리고 싱글문화가 일상화되어 있고, 싱글족들이 상당히 많은 사회 풍토에서 연말연시에 남녀를 연결해주는 자리는 더욱 필요하다. '미생'의 장그래나 안영이, 그리고 한성률와 장백기는 연애도 제대로 못해봤을 2014년이었을 것이다.

이런 집단적 행사는 한국에서 아직 독특함과 희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정 공간에서 이뤄지는 집단미팅은 쉽게 볼 수 없다. 조용한 카페 등에서 이루어지던 미팅이나 소개팅이 광장에 나온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이색적이기 때문에 호기심과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일로만 치부되었을 것인데, 이제는 이벤트와 축제에 익숙하기 때문에 참여자들도 충분히 있는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용인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도 자신의 짝이나 연인을 찾기 위해 적극적이 되었다는 점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수도 있다. 다만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여성들을 위한 배려 장치가 필요하다.

진지해야할 남녀 간의 만남이 대중적 흥행을 위해 이뤄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상업적인 목적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겠다. 비판이 가능한 이유는 즉흥적인 만남, 장난스러운 방식이라는 것인데 물론 이러한 점은 경계해야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먹고 마시는데 그치면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에서는 재미와 흥미를 통해서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서로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다.

조건이나 환경을 따지는 맞선 분위기가 아니라 우선 야외의 흥겨운 분위기에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나름 긍정적인 기여도 있다. 이런 자리에 나서지 못하는 많은 싱글들에게 대리만족이나 체험을 가능하게도 한다. 또한 각자 선호하는 방식의 남녀 만남이 있는 것이고 이런 문화적 취향이나 기호를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 강요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솔로대첩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치콘을 먼저 선보인 일본의 경우 워낙 다양한 방식이 있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 없다. 다만 한국에서는 동성 2인 1조로 신청할 수 있다. 남녀가 2대2로 자리가 배치되며 자리착석 후에는 45분이라는 제한시간이 있어 같이 앉은 이성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절대시간 45분 지켜야 한다. 일본에서는 결혼 여부, 연령 제한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에서는 20세(95년생)부터 35세까지 참가가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이상형을 만나면 제한시간(보통 3시간) 종료 때까지 함께할 수 있다. 대개 주말 점심시간에 이루어지는데, 이번 한국의 행사는 20일 오후 2시부터 시작이어서 점심시간을 넘고 있으니 점심을 늦게 들어야 하겠다. 너무 굶으면 많이 못 먹으니 브런치를 먹는 것이 나을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호텔도 협력하는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보통 때 잘 이용할 수 없던 시설들을 이용하므로 더 높은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남녀의 만남은 물론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사회적 기여를 하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 상권에서도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제에도 긍정적이고 이를 주최하는 기업에도 이익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갈수록 애초에 더 고려했던 지역경제 활성화와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결합하고, 각 개인들의 삶의 가치를 묶어내는 작업들이 앞으로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도 있다.

예컨대, 2011년과 2012년 원전사고의 후쿠시마(福島)시에서는 2회 행사를 열었는데, 이때 참여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복구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밝혔다. 남녀 자원봉사 개념도 강화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재난 지역, 소외 지역 등 어려운 지역에서도 많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즉 자원봉사를 좋아하는 남녀끼리 맺어져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일본의 사례처럼 갈수록 남녀 만남에만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가운데 문화적 다양성과 기호에 맞는 솔로대첩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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