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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없는 쿠바' 김광현·양현종 더 어려워지나


입력 2014.12.19 00:37 수정 2014.12.19 09:59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53년 만에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미국행 위한 목숨 건 탈출 사라져

MLB 진출 위한 절차 간단..포스팅 거치는 한국-일본 선수들 매력 떨어져

쿠바 선수들이 대규모로 MLB에 몰려온다면 아시아권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 SK / KIA 쿠바 선수들이 대규모로 MLB에 몰려온다면 아시아권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 SK / KIA

1961년 이후 단절됐던 미국과 쿠바의 국교가 무려 53년 만에 정상화, 미국 스포츠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한국시각) “쿠바와 외교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 쿠바 수도 아바나에 대사관을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국교 정상화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 조치가 불러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쿠바 출신 스포츠 선수, 이 가운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미 수많은 쿠바 출신 선수들이 MLB에 들어와 있지만, 앞으로는 굳이 탈출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겪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MLB 스카우트들과 계약을 맺는 시대가 도래한다.

그동안 쿠바 선수들의 MLB 진출은 보편화됐다. 아마야구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평가받고 있는 쿠바 선수들은 자국 야구협회의 엄격한 통제로 실력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아왔다.

때문에 카리브해만 건너면 닿을 수 있는 미국은 그들에게 꿈이나 다름없었다. 야구만 잘하면 수백만 달러의 수입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미국으로 나가려면 쿠바를 탈출해야만 했다. 심지어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는 멕시코 범죄조직의 도움을 받아 쿠바를 빠져 나왔다.

하지만 더 이상 목숨을 건 탈출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도미니카공화국이나 푸에르토리코 등 주변국 선수들처럼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MLB로 나갈 수 있다.

미국과 쿠바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은 MLB 구단들이 쿠바의 풍부한 야구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도미니카 공화국이나 멕시코, 푸에르토리코의 사례처럼 MLB 구단들이 쿠바에 야구 아카데미를 설립할 수 있다. 풍부한 자원과 MLB 구단들의 노하우가 결합될 경우 만만치 않은 시너지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한국과 일본 등은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쿠바는 지난해 9월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허용했지만 미국은 경제제재와 거래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탈출을 통한 망명 없이는 진출이 불가능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망명하지 않고도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과 일본 야구는 MLB보다 연봉이 적긴 하지만 생명을 건 탈출을 하지 않고도 만만치 않은 금액을 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쿠바 선수들이 미국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한국과 일본은 이제 매력을 잃었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거처럼 MLB에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기량이 통하는 선수들 위주로 한국과 일본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쿠바의 특급 선수들은 꿈을 좇아 MLB로 향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한국과 일본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과 일본 구단 입장에서도 쿠바 출신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할 이유도 없어진다.

쿠바 선수들이 대규모로 MLB에 몰려온다면 아시아권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쿠바 선수들은 모두 아마추어 선수들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포스팅 금액도 없다. 향후 MLB 사무국과 쿠바야구협회의 협상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계약금의 일부 정도가 쿠바협회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MLB 구단들이 쿠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별도로 드는 금액은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던 선수들의 MLB 진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진출은 사실상 막힌다고 봐야 한다. 한 시즌에 1~2명, 많아도 3명 정도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MLB 진출에 도전하는데 이 정도는 쿠바 선수들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

여기에 MLB 구단들이 쿠바 현지에 마이너리그 팀을 구성하고 쿠바 선수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더더욱 아시아권 선수들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쿠바 선수들과 맞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아시아 선수가 아니라면 그만큼 MLB 진출은 어려워지게 된다.

올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하려고 했던 김광현(SK)이나 양현종(KIA) 역시 향후 미국 도전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16일 포스팅을 신청한 강정호(넥센) 역시 포스팅에 변수가 생긴다면 미국 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게 됐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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