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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두 번의 상처' 빈틈이 빚은 한바탕 해프닝


입력 2014.12.18 09:23 수정 2014.12.19 09:49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구단 측 행정적 실수로 애꿎은 정현석만 '왔다갔다'

KBO, 향후 보상선수 규정 보완에 대한 과제 안아

구단 측 행정적 실수로 공연히 애꿎은 정현석만 마음에 두 번 상처를 받게 됐다. ⓒ 한화 이글스 구단 측 행정적 실수로 공연히 애꿎은 정현석만 마음에 두 번 상처를 받게 됐다. ⓒ 한화 이글스

삼성과 한화의 FA 보상선수 논란이 결국 한바탕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자유계약선수 배영수(33·한화)의 보상선수로 삼성에 지명됐던 외야수 정현석(30)이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는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영수에 대한 보상선수로 선택했던 정현석을 현금 5억5000만 원에 한화 이글스로 재트레이드한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배영수가 삼성에서 받았던 연봉과 일치하는 금액이다.

형식상 트레이드 모양새를 빌렸지만, 결국 정현석의 지명을 절회하면서 기존 배영수에 대한 보상절차를 선수 대신 현금 지급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결정이다. 프로야구 FA 규정상 한화는 삼성에 앞으로 배영수의 지난 시즌 연봉 300%(16억5000만 원)를 지급한 셈이다.

삼성은 당초 정현석을 우타 대타 및 대수비 요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내과수술을 받아 향후 6개월 이상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게 파악한 삼성은 정현석의 지명을 취소하고 KBO에 문의해 보상선수 재지명 여부를 문의했지만, 한화 측에서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고심 끝에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난 절충안을 선택했다.

쟁점은 정현석을 처음 보상선수로 지명하는 양도 협정서를 작성하기 전 몸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한화는 사전에 미리 알렸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은 이를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고 뒤늦게 선수 본인에게 확인해 알았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한화가 고의로 정현석의 병명을 숨기려 한 혐의가 없는 이상, 영입하려는 선수의 몸상태를 철저하게 체크하지 못한 것은 삼성의 불찰이 좀 더 크다. 한화 역시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호선수 외 명단 선수들의 신상을 일일이 알려주기도 어렵다.

아쉬운 것은 구단 측 행정적 실수로 공연히 애꿎은 정현석만 마음에 두 번 상처를 받게 됐다는 점이다. 정현석은 1~2일 사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두 팀을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굳이 외부로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건강상태까지 거론되며 정현석은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했다. 가뜩이나 몸 상태를 추스르기도 벅찬 상황에서 선수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는 누가 대신 보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은 삼성과 한화 구단 모두 이 사건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 하에 비교적 신속한 후속대처로 더 이상의 잡음 없이 일을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화에 남게 된 정현석은 이제 건강을 추스르는 데만 전념하고 다음 시즌 그라운드에 복귀할 일만 남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모호한 경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O는 향후 보상선수 규정 보완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됐다.

야구규약 제92조에 따르면 '선수계약이 양도된 선수가 양도협정서 작성 이전에 중상 또는 중환으로 양수구단을 위한 경기에 출장하기가 어렵게 됐을 때 양도구단은 이 같은 사유를 양수구단에 즉시 통고해야 한다. 이때 양수구단의 요구에 따라 양도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삼성과 한화는 이 규정에 대한 해석 차이를 드러냈지만 KBO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서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해 두 팀 모두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뜻하지 않게 나란히 도의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어야했다. 규정의 허점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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