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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모비스 전준범, 유재학 헐크로 만들다


입력 2014.12.18 12:10 수정 2014.12.18 12:1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1점차 종료 직전 파울..추가 자유투 헌납

승리 물거품 될 위기에 유재학 분통

울산 모비스는 종료 직전 전준범의 황당한 파울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칠 뻔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울산 모비스는 종료 직전 전준범의 황당한 파울로 다 잡은 경기를 놓칠 뻔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전준범(23·울산 모비스)이 프로 농구사에 남을 황당 파울의 주인공이 됐다.

유재학 감독은 중요한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도 한동안 분노를 참지 못했다.

모비스는 17일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서울 SK전에서 89-88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종료 직전인 20초 전 89-86으로 앞섰던 모비스의 마지막 수비 상황. SK 김민수의 3점슛이 빗나간 것을 헤인즈가 리바운드 해 골밑슛으로 연결시켰다. 종료 직전이라 그냥 2점을 줬어도 모비스의 승리로 끝나는 경기였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당황한 전준범이 헤인즈에게 파울을 저지르고 말았다. 동시에 득점이 성공하면서 추가 자유투까지 주어졌다. 경기 시간은 이미 종료를 가리키던 상황. SK가 자유투를 넣으면 승부가 연장으로 가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유재학 감독은 전준범의 파울이 나오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살벌한 눈빛으로 전준범을 노려보며 육두문자가 섞인 고성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파울을 주워 담을 방법은 없었다. 모비스는 이미 함지훈이 퇴장당하고 양동근과 라틀리프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체력이 고갈된 상황. 연장전으로 가면 SK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역적으로 몰릴 뻔한 전준범을 구원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SK 애런 헤인즈였다. 천금 같은 자유투 기회에서 헤인즈의 슛은 림을 벗어났고,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사실상 경기 내내 부진했던 헤인즈 덕분에 전준범의 마지막 실수는 묻혔다. 모비스는 그야말로 지옥 끝까지 다녀왔다 기사회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극적으로 이기긴 했지만 유재학 감독의 분노는 이미 폭발한 뒤였다. 종료 버저와 동시에 전준범에게 득달같이 다가가 살벌한 눈빛을 쏘아 올리며 질타했다.

오랜만에 진심을 담아 분노한 유재학 감독의 살기에 눌려 모비스 선수들은 이기고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유재학 감독은 전준범의 플레이에 대해 "상상을 초월했다. 초등학생도 안할 플레이를 했다"며 한동안 뒤끝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실 전준범만 욕을 먹기에는 다소 억울한 면도 있다. SK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수비 로테이션이 무너지며 연달아 3점 오픈 찬스와 공격 리바운드를 내준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비록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승부가 연장으로 갔다면 양동근이나 문태영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전준범은 이제 2년차 어린 선수다. 데뷔 첫해 39경기에서 9분 47초를 소화하며 2.1득점에 그쳤지만, 올해는 16분 48초로 출전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5.3득점 1.8리바운드 3점슛 36.4%를 기록해 모비스 포워드진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이날도 승부처에서 8점 2스틸을 기록하며 소금 같은 활약을 해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에 하마터면 흑역사로 남을 뻔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런 경험도 성장의 또 다른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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