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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동네북? 선수협 예의 없나


입력 2014.12.17 09:44 수정 2014.12.17 09:48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비활동 기간 합동훈련’ 넥센에 경고 메시지

사태 원인은 김성근? 박충식 발언에 갈등 증폭

한화 김성근 감독을 향한 선수협회 박충식 사무총장의 비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 한화 이글스 한화 김성근 감독을 향한 선수협회 박충식 사무총장의 비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 한화 이글스

'야신' 김성근 감독(72·한화 이글스)은 야구계 최고의 이슈메이커다.

야구 감독으로서 남긴 업적도 뛰어나지만, 야구계 현안에 대해 종종 쓴 소리나 소신발언도 마다하지 않는 탓에 원치 않게 화제의 중심에 서는 일도 잦다.

김성근 감독 본인이 굳이 주목받는 걸 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그의 반응을 부추길 만큼 그의 생각이 야구계 여론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화제성은 막대하다.

하지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이나 말을 가지고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라면, 천하의 김성근 감독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평생을 야구에 바쳐온 원로 야구인으로서 바로 까마득한 후배 야구인들에 의해 도마에 오르는 상황이라면, 노감독의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김성근 감독은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선수협은 지난 15일 비활동 기간에 합동훈련을 진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박충식 선수협회 사무총장이 사태의 원인이 "김성근 감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선수협은 이미 이달 초 정기총회를 통해 비활동 기간 훈련 금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넥센이 만일 규정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맞게 처리하고 타 구단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선수협은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았다. 박충식 사무총장은 "김성근 감독이 야구계에 복귀하면서 이전까지 잘 지켜지던 규정(비활동 기간 훈련 금지)이 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점에서 "넥센도 피해자"라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물론 김성근 감독은 대표적인 훈련 신봉자로서 비활동 기간에도 단체 훈련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협의 반대로 결국 비활동 기간 훈련을 포기했고 원래대로 규정을 준수했다. 여기까지가 엄연한 사실이다.

적어도 이번 사태에서 한화가 비활동 기간 훈련으로 적발된 것이 아니고, 김성근 감독이 타 구단에까지 단체훈련을 하라고 부추긴 것도 아니다.

선수협은 정작 규정위반 의혹을 제기한 넥센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도 하기 전에 "분노" "경고" 같은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다 이제는 어처구니없게도 "피해자"라고 규정하며 크게 관련 없는 김성근 감독을 끌어들여 책임을 전가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장에 대한 어떤 근거도 없고, 비판의 핵심도 모호한 횡설수설이 아닐 수 없다.

비활동 기간 훈련금지에 대한 견해는 선수들을 비롯한 야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김성근 감독이 현장 야구인으로서 그 정도 견해를 낼 수 있는 권리는 충분하다. 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김성근 감독의 주장도 궁극적으로는 보다 많은 야구선수들의 성장과 권리, 혜택을 위한 의견이었다.

선수협의 공식 입장이나 이익에 반한다고 해서 개인의 견해를 냈다는 것마저 억압한다면 선수협은 민주적인 조직이 아닌, 소수의 권리만을 위한 이익단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김성근 감독도 성역은 아니다. 사실에 맞지 않거나 잘못된 주장을 한다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 김성근 감독은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협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자식 같은 후배 야구인들로부터 억울한 모함을 당하는 것은 참기 어려운 모욕이 아니었을까.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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