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불법체류자에 체류권 부여? '한국판 이민법' 논란


입력 2014.12.20 10:11 수정 2014.12.20 10:15        김지영 기자

'최장 9년 불법체류자 체류 허용' 임수경 주도

외국인 근로자 혐오에 '개도국 범죄율 높다' 오해도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이른바 ‘한국판 이민법’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사진은 제주공항 입국 심사대.(기사내 특정사실과 무관)ⓒ연합뉴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이른바 ‘한국판 이민법’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사진은 제주공항 입국 심사대.(기사내 특정사실과 무관)ⓒ연합뉴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이른바 ‘한국판 이민법’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로 다른 법안들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법안이 떠돌아다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법안의 주도자로 오인되고 있다.

특히 법안의 내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 미성년 자녀를 둔 불법체류자는 자녀의 의무교육 기간 동안 체류권을 얻는다. 이를 두고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아동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쪽과 불법체류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쪽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최장 9년 불법체류자 체류 허용하는 사실상 '이민법'

현재 온라인에 떠도는 이민법은 임 의원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뒤섞인 법이다.

먼저 임 의원의 법안은 외국인 부모가 강제퇴거 대상이더라도 그 자녀의 의무교육 기간 중 최소한 부모 1인의 강제퇴거를 유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 취지에 대해 임 의원은 “부모를 따라 이주한 선량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 의원의 법안은 이주 아동들에게 의료급여법상 수급권을 인정해주고, 의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의원은 제안 이유로 “이주 아동의 건강권, 교육권, 보호조치를 받을 권리 등을 규정함으로써 이주 아동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이다. 두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미취학 자녀를 데리고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초·중등교육 기간인 9년 동안 국내에 체류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이 같은 정책이 국내 체류 목적의 자녀 동반 입국으로 악용된다면, 국내 불법체류자는 관리 불가능한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2008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1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 10월 20만명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등록 외국인은 9만4976명, 단기체류 외국인은 10만3414명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 9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특히 불법체류자 수는 정부의 출입국정책에 따라 큰 폭으로 변화했다. 실제 2003년 15만4342명이던 불법체류자는 외국인 지문날인제도가 폐지된 2004년 20만9841명으로 1년 만에 35.96% 급증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출입국 규제가 완화할 경우, 불법체류자 수는 수년 내에 3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두 개정안이 시행돼 불법체류자가 늘고 불법체류 아동이 늘어나면, 이들의 교육과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민법’ 제정 반대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결국에는 이 때문이다.

반면 두 개정안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아동의 기본권만큼은 국적을 불문하고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거나 어린 나이에 입국한 이주 아동들을 부모의 국적과 신분을 이유로 교육과 복지, 의료 등 공공서비스 수혜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보편적 측면에서 지나친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혐오에 '개도국 범죄율 높다' 오해도

이민법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불법체류 외국인의 범죄율이다. 일부 국수주의 시민단체들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동남아시아 이주민들의 유입이 늘어날 경우, 강력범죄율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오원춘 사건, 올해 서울시의원 청부살인 사건 등으로 조선족 이주자들에 대한 경계가 높다.

하지만 범죄자 통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총 177만9985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56%를 차지하지만, 범죄자 통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4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범죄가 내국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입건된 범죄자는 모두 174만1302명, 외국인 범죄자는 2만4984명이다. 범죄 유형을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로 한정해도 외국인의 비율은 전체의 2.77%로, 외국인 인구 비중보다 낮다. 특히 유사강간, 집단강간 등 특수성범죄에 있어서는 내국인 범죄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외국인 범죄자 비율은 출신 국가와 범죄 유형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상당수의 범죄는 조선족, 동남아 체류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체류자 수 대비 범죄자 비율은 미국이 중국,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보다 높다. 실제 전체 등록 외국인 중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45%이지만, 외국인 범죄자 중 미국인의 비율은 7.20%이다.

범죄 유형별로도 미국계 체류자들은 강력범죄와 교통범죄 비중이 높았으나, 동남아계 체류자들은 절도 등 생계형 범죄 비중이 높았다. 또 국내 체류자 중 조선족이 67.08%에 달하는 중국계 체류자들은 도박 등 풍속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사기와 특정경제범죄 비중이 다른 범죄 국가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체류자들의 범죄 확률이 높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 같은 오해는 미디어를 통해 특정 외국인 범죄가 부각되면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상당수의 외국인 범죄는 출신 국가의 수준보다는 주로 국가간 문화·제도적 차이에 따라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동남아나 아랍권의 일부 국가에서는 자구수단으로 흉기 소지가 허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선 소지 자체가 불법”이라며 “도박이나 마약 등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넘어올 때에 문화, 제도적 차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발생하는 범죄도 심심치 않다”고 지적했다.

현실에 따른 제도 개선 필요하나 논란 불가피

그렇다면 이 같은 논란과 오해, 우려 속에서도 끊임없이 한국형 이민법 제정 움직임이 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국적법과 출입국관리법은 원칙적으로 혼인이주를 제외한 이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 즉 불법체류자로 분류된 외국인은 비자를 갱신해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체류기간 연장 없이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외국인 수는 20만명이 넘는다. 이들 가운데에는 엄격한 고용허가제와 출입국 제도 탓에 체류기간 연장이 무산된 사례도 있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우리나라에 왔다가 정착에 실패하고 ‘밑전’도 잃어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 한 사례도 있다.

특히 불법체류자 중 대다수는 무(無)비자 상태로 국내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거나 산업현장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이들의 국내 체류 중 태어난 아동은 한국적 정서를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불법체류 이주민들의 존재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면서도 제도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불법체류자들은 단속에 적발되지만 않는다면 자국으로 쫓겨나진 않지만, 제도적으로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반쪽짜리 시민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아동의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취학 전에 입국하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의 경우, 기본적인 교육과 의료혜택을 받는 데에도 제약이 따른다. 부모의 출신 때문에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 하는 것이다.

정 의원과 임 의원이 각각 아동복지법과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991년 우리나라가 가입한 UN 아동권리협약의 규정에 따라 불법체류자의 자녀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법안들이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쟁점은 역시나 ‘돈’이다. 국내법을 어긴 외국인들을 위해 왜 우리 국민의 혈세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두 의원이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 내 동의를 얻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경우, 아동뿐 아니라 불법체류 중인 부모에게도 체류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민 합법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