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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왕조 3대 세습 떠받친건 당간부 세습이었다


입력 2014.12.17 08:45 수정 2014.12.17 11:17        김소정 기자

<북한 3대세습 해부③>최현→최룡해, 박정호→박명호

김정은, 평양시 ‘불법 체류자' 처리 후 2010년 당대회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인 17일 새벽 평양 만수대언덕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참배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주민들은 강추위 속에 두터운 외투를 입고나와 줄을 지어 동상에 참배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인 17일 새벽 평양 만수대언덕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을 참배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주민들은 강추위 속에 두터운 외투를 입고나와 줄을 지어 동상에 참배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3대세습으로 정권을 유지해온 것에는 김정은 일가를 보좌하는 최고위급 간부들의 세습이 강력한 배경이 됐다. 김정은 체제 들어 첫 총정치국장 자리에 오른 뒤 2년만에 해임됐던 최룡해 당 비서는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부상하며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빨치산 출신으로 김일성 주석을 도왔던 최현의 아들 최룡해나 김일성과 각별했던 박정호의 아들이자 역도산의 사위 박명철 등이 아직까지 건재한 것은 북한의 간부 세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간부 세습을 주요 통치 수단으로 삼는 것은 할아버지 김일성부터 손자 김정은까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세습을 하면서 당과 군을 번갈아 내세우며 벌이는 숙청으로 당과 군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국방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들고, 군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직제를 만들어 군 간부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시켰으며, 리제강 1부부장을 필두로 한 당 조직지도부의 불만을 샀다.

결국 리제강은 의문의 교통사로 사망했으며, 리제강의 사망을 주도한 장성택은 김정은 집권 2년만에 처형됐다. 배후에 리제강의 직속 부하로 성장한 조연준 조직지도부 1부부장이 있다. 집권 3년차를 맞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노동당 정치를 부활시키면서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를 강화시켰다.

하지만 정권을 이어받으면서 최룡해를 발탁하고 이로 인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숙청 여파는 언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지 모를 일이다.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2008년 보안부의 정치국장, 조직부국장, 선전부국장이 한날 한시에 숙청되는 사건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 관련기사 ‘보안부 정치국장, 조직부국장, 선전국장 한날 한시에 숙청 사건’


당시 김정일의 신변에 관한 일은 북한 내부에서도 극소수 간부만 알 정도로 비밀 사항이었다고 한다. 특히 보안부의 정치국장 등 3명의 간부의 숙청이 반정부 시위 진압용 장비를 사들이자는 무역국의 주장을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북한 지도부가 갖고 있던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불안감은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전 김경희, 최룡해 등과 함께 대장 군사칭호를 수여받았던 2010년 당대표자회의가 한차례 연기됐던 숨겨진 일화에서도 나타났다.

북한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그해 9월 초에 개최될 예정이던 당대표자회의를 열기 위해 대표자부터 아래 세포 단위까지 모든 참석자를 선출하고 대회 준비를 마쳤지만 불시에 평양시 불법 체류자 검거 지시가 내려지면서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특별 지시로 알려진 검거 대상에는 평양시에서 떠돌던 꽃제비와 미거주자들, 증명서없이 불법으로 평양에 체류하던 사람들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8월 한달 내내 평양시 보위부, 보안부, 군인들이 총 동원되어 단속 대상을 잡아들였다. 당대표자대회는 이런 소동을 겪고 난 뒤 9월28일에 열렸다.

또한 대북소식통은 2011년 3월 김정은의 지시로 간부 자제들의 평양 거주도 일정 기간 제한됐던 새로운 일화도 전했다. 당시 김정은은 지정된 계층의 간부 자제들에 대해 군사복무를 마쳐야 대학 진학을 허락했으며, 무조건 지방대학에 보내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3년간 현장체험을 해야만 평양으로 입성시키는 지시를 내렸다. 간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로 보인다.

최근 유엔에서 인권 문제로 총 공세를 받은 김정은은 올해 김정일의 사망 3주기 행사를 지난해와 달리 12월17일 당일 추모행사로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김정일 사망 2주기 당시 12월 한달을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주민들의 음주가무와 여행, 결혼식, 회갑연 등을 모두 자제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군부대 현지 시찰을 강화하면서 군부 달래기에 힘써왔다. 그러면서 이른 시기임에도 자신의 우상화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그런 한편, 북한 매체 앞에서 눈물짓는 모습도 곧잘 보이면서 이미지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방송은 지난달 19일 수산사업소를 방문한 김정은이 공연을 보던 중 예술소조원이 ‘김정은 덕분에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 물고기 대풍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시울을 훔치는 모습을 여과없이 내보내 주목받았다.

지난 2008년 1월 김정은에 대한 승계를 확정하는 김정일의 특별 지시가 중앙당, 인민무력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에 하달됐다. 대략적인 내용은 ‘동무들이 지금까지 나를 받들어 일을 잘해 온 것처럼 앞으로 청년장군 김정은 대장 동지를 잘 받들어 모시고 수령님이 개척한 주체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수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3년 만에 북한 내부에서는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의 고생이 미국과 한국의 경제봉쇄 정책 때문이 아니라 개혁개방 정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각이 고개를 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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