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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도우미들이 자연산이라고 해명하는 나라


입력 2014.11.30 08:43 수정 2014.11.30 09:04        데스크 (desk@dailian.co.kr)

<굿소사이어티 칼럼>성형 미인들은 넘치고 난세의 영웅은 안나오고

"한 중년 여인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응급수술을 받는 동안 그녀는 마취상태에서 염라대왕을 만나는 경험을 했다. 그녀는 염라대왕에게 "제 일생은 이제 끝난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너는 아직 이곳에 올 때가 안 됐다~~ 앞으로 43년 2개월 1일이 남았느니라."고 대답했다. 40여 년의 남은 날들을 멋지게 살기 위해 그녀는 얼굴성형과 지방흡입시술까지 하고 날씬한 미녀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 후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염라대왕 앞으로 불려간 그녀는 "저는 여기 올 때가 아직 멀었는데 왜 저를 부르셨나요?"라며 따져 물었다. 염라대왕 가라사대……. "미안하게 됐도다. 내가 그대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느니라.”"

우스갯소리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2012년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인터넷 사이트인 환구망(環球網)이 “한국 드라마는 세계를 풍미하고 있지만 대부분 여주인공은 성형수술의 작품”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도 한 중국 언론이 개회식에 동원된 도우미들에 대해 성형 의혹을 제기했다. "인터넷상에서 모두 같은 얼굴이다…… 모두 수술한 듯한 모습이라는 말이 난무했다"며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성형대국(成形大國)이다.

강남에는 1개 대로에 100개에 달하는 성형외과가 줄지어 서있고 인조 미녀, 인조 미남이 넘쳐난다. 최근에는 한류 드라마의 영향으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도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224명의 도우미들이 모두 '자연 미인'이라며 학생들이라 성형을 하지 않았다는 안하니만 못한 변명으로 빈축을 샀다.

인조 미인들이 넘쳐나는 성형대국

우리 사회의 성형수술 열풍은 인기 여배우나 탤런트, 꽃미남 연예인, 아이돌 K-Pop그룹 멤버들의 마네킹 같은 얼굴이나 몸매가 각종 방송매체와 인터넷 사이트의 화면을 누비는 탓이 크다. 우리 사회의 외모중시풍조는 남성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서울시의 ‘2014 통계로 본 서울 남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 남자 중 49.4%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하여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16.9%)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성형외과들의 경쟁 상대는 다른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아니라 여행사나 백화점이라고 한다. 여윳돈이 생기면 몸에 칼을 대는 성형을 물건을 사거나 여행 가듯 쉽게 결정한다는 얘기다.

2년 단위로 발표하는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ISAPS(The 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의 세계 미용성형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형수술 총 건수에서는 미국이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1위를 지켰고, 중국, 브라질, 일본, 멕시코, 한국 등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대비 성형수술 건수는 한국이 1위라고 한다. 2014년 8월 보건의료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시술되고 있는 성형 부위는 신체 전 부위에 걸쳐 성형 무려 136곳이며, 각종 성형기술만도 무려 940가지라고 한다.

미인대회 상품으로까지 등장한 지존의 성형기술

지난 8월 한국의 한 단체가 주최한 미인대회(지난 5월 서울에서 개최)에서 우승한 미얀마 소녀가 왕관을 들고 도망친 후 미얀마에 돌아가 기자회견을 열어 주최측이 전신성형과 성접대를 강요했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 대회 주최측은 "아웅(우승자)의 불성실함을 이유로 우승을 취소했고 그가 1000만원 상당의 가슴 성형 수술을 받은 뒤 우승 왕관을 들고 잠적했다"고 주장했다. 진실은 결국 밝혀지겠지만, 문제는 주최측이 "대회는 상금이 없는 대신 수상하게 되면 뷰티매니지먼트(beauty management) 등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데 아웅 양 스스로 가슴수술을 선택했다.”라고 주장하듯 성형수술이 미인대회의 상품으로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미인대회에 우승한 미인이 또 성형을 하듯 여성의 더 예뻐지려는 욕심은 끝이 없겠지만 국제미인대회 우승자가 우리나라에서 성형을 할 만큼 우리나라가 성형대국이 되어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가 얼마 전에 쓴 “어머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시고”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재미있다. 기사 내용도 내용이지만 한 성형외과 광고카피에서 따왔다는 헤드라인이 요즘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묘사한 걸작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국여성 10명 중 7명은 쌍꺼풀이 아닌 외꺼풀로 태어나는데 성인이 되면 거의 모두 쌍꺼풀을 갖는단다. 그 이유를 물으면 바보다.

서울 압구정역 안에 설치된 각종 성형외과 선전광고. ⓒ연합뉴스 서울 압구정역 안에 설치된 각종 성형외과 선전광고. ⓒ연합뉴스

‘영웅난과 미인관’과 ‘미인계’

중국에는 ‘영웅난과미인관’(英雄難過美人關: 영웅은 미인의 관문을 넘기 어렵다)이라는 격언이 있고, 중국 전래(傳來)의 '삼십육계(三十六計)’ 병법(兵法)에 미인계(美人計)가 있다. 미녀를 이용하여 적을 속이는 미인계는 ‘삼십육계’ 중 패전계(敗戰計: 전세가 불리해질 때 쓰는 계책)의 첫 번째 계책으로 삼십일계(三十一計)이며, 주위상책(走爲上策, 전략상 후퇴하는 책략)의 삼십육계는 패전계의 마지막 계책이다.

‘미인계’나 ‘영웅은 미인의 관문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은 미녀만이 영웅을 얻을 수 있다는 말과 상통한다. 그러니 “어머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시고”라는 세상에 성형을 해서라도 영웅을 얻겠다는 여인들의 안간힘을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이들의 영웅은 연예인일 수도 있고, 조건 좋은 배우자일 수도 있고, 사회에서의 출세일 수도 있고, 만족스런 미모의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성형수술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성형 열풍이 몰고 온 사회적 문제점들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선, 과거에는 대학입시를 마친 고3 학생들이 주로 찾던 성형외과가 요즘은 방학이 되면 연예인을 꿈꾸거나 연예인을 닮은 '얼짱'이 되려는 중고생들로 북적댄다.

수차례에 걸쳐 얼굴뿐만 아니라 신체 곳곳을 성형하는 것은 물론 수술 결과가 맘에 안 들면 다시 복원수술까지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성형수술 비용 마련을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성형수술을 계속 받다가 결국 성형 중독이나 우울증에 빠지거나, 성형수술의 부작용이나 실수로 사망하거나 자살하는 일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술(醫術)과 상술(商術)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일했던 성형외과 의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하루에 많게는 15명까지 수술했다"고 털어놓았듯이, 돈 벌기에 급급한 일부 병원들이 각 수술 별 수술시간을 정해 놓고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수술을 한다니 수술 사고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성형수술 피해자들은 재수술을 받거나 병원을 상대로 한 이기기는 쉽지 않은 소송 등으로 오랜 세월을 고통에 시달리며 결국 물심양면의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하는 성형수술피해 상담 건수가 2008년 1698건에서 2010년 2948건, 2013년 4806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구제 사례는 2008년 42건, 2010년 71건 등 전체 상담 건수의 2.5%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서울 압구정 지하철역 구내에만 110여 개의 성형수술 광고가 붙어 있고 병원들의 환자 유치 상술로 양악(兩顎) 수술을 하면 눈 코 수술을 덤으로 해주는 등의 끼워팔기 식 수술까지 판을 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소문난 성형수술 기술은 많은 외국인들을 불러들여 외화벌이에 기여를 하기도 한다. 특히 ‘한류’ 덕택에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가 국내관광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요즘, ‘인조미녀(人造美女)’가 되려는 성형수술 관광객이 ‘요우커’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바가지요금 논란 속에서도 성형수술을 위해 강남의 고급 오피스텔이나 호텔에서 묵으면서 적게는 수백 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 정도를 쓴다고 한다. 성형수술에 1억 원 이상을 쓰는 ‘요우커’들에게는 고급 호텔에 벤츠, BMW 등 수입승용차가 제공되고, 1억5000만 원 이상이면 특급호텔과 전용운전기사 겸 통역자가 딸린 롤스로이스 승용차까지 제공된다고 한다.

미국의 유명 MC 겸 코미디언 조앤 리버스(Joan Rivers, 1933~2014)는 지난 2012년 자신이 무려 739번의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내 몸은 나의 신전이다. 그리고 나의 신전은 늘 새로운 인테리어가 필요하다”며 성형수술을 찬양하기도 했다. 그녀는 결국 성대수술 도중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지 못하고 지난 9월 4일 향년 81세로 병원에서 사망했다. 우리사회에 팽배한 외모지상주의(外貌至上主義)와 청소년들의 연예인 열병, 성형 중독증, 수술 사고나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 자살, 우울증, 소송 등 성형수술 열풍의 후폭풍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성형수술의 조기(早期) 대물림?

공자(孔子)의 '효경'(孝經)에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라는 말이 있다. ‘너의 신체와 모발과 피부는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니라.’라는 뜻이다. 불감훼상(不敢毁傷)의 효도는 고사하고 부모가 먼저 신체발부(身體髮膚)를 당당하게 훼상(毁傷)하는 요즘 세태에 어찌 이런 교훈을 논할 수 있겠는가 마는, 성형수술 열풍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닭이 오리로 성형하고 그림 같은 호수 위를 우아하게 휘젓고 다닐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오리 알은 낳지 못한다. 세계최고의 성형기술로 미남, 미녀가 된 젊은 부모들도 결국 자신들을 닮지 않은 못 생긴 자식들을 데리고 나다닐 수밖에 없으니, 결국 부모들이 서둘러 어린 자식들까지 성형 수술시키려 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나라가 육신(肉身)을 뜯어고치는 의사(醫師)가 아니라 정신(精神)을 뜯어고치는 의인(義人)들로 성형대국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글/이철영 (재)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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