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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회장 하영구…'관피아' 대신 '찍어주기'?


입력 2014.11.28 18:46 수정 2014.11.28 18:52        이충재 기자

금융노조 회의실 점거로 인근 호텔서 진행 '밀실인사'논란

은행연합회는 28일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사진은 전국은행연합회 건물 전경. 지역정보포탈 이미지 캡쳐. 은행연합회는 28일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사진은 전국은행연합회 건물 전경. 지역정보포탈 이미지 캡쳐.

‘관치금융’ 논란 속에 전국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선출됐다. 은행연합회는 28일 오후 총회를 열고 하 전 행장을 제12대 회장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은행연합회 회장 선출 과정은 밀실-관치 논란으로 얼룩지며 파행을 거듭해 왔다. 이미 하 전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역대 은행연합회장 10명 중 8명이 경제관료 출신으로 ‘관피아 천국’으로 통했지만, KB사태 이후 관피아 퇴출 바람이 불면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에서 찍어준 인사가 내려오는 관행에서 벗어나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언질을 주면 은행장들이 만장일치로 회장을 뽑아주던 게 ‘관행’이었다.

특히 관치-밀실인사 논란은 이날 회장 선출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초 은행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회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급하게 장소를 인근 호텔로 옮겨 회장선출을 진행했다.

금융노조가 ‘하영구 내정설’에 낙하산-관치-보은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회의장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관피아 피했더니 찍어주기?…감사원 공익감사 등 진통 이어질 듯

이에 하 신임 회장은 선출 직후 “금융노조가 이번 회장 선출 절차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금융노조는 은행연합회의 파트너로서 굉장히 중요한 관계이므로 만나서 대화해 오해가 있으면 풀고, 우려가 있으면 불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정됐다는 말을 들은 바 없기 때문에 내정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노조의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영파트너로서 오해가 있다면 풀어나가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임은 전 국민을 기망하며 이뤄진 사상 최악의 '관치 낙하산 인사'”라며 “이를 관철한 금융당국과 관치인사에 굴복한 은행장과 기관장들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장 선출의 여파로 은행연합회에는 한동안 파열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감사원에 공익감사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번 인사 책임규명과 관련자 처벌에 나설 것이라며 행정소송 등을 비롯한 총력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하 전 행장을 12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추천했고, 이어 총회에서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이사회는 국민·우리·신한·하나·씨티·스탠다드차타드(SC)·산업·농협·전북은행 등 10개 은행장과 은행연합회 회장 및 부행장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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