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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먹튀 방지법’ 망각…프로야구 공멸의 길?


입력 2014.11.28 08:35 수정 2014.11.28 08:4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과도한 액수에 이어 옵션까지 정하지 않은 계약

부상 또는 부진에 빠질 경우 손실액 보전 방법 없어

강민호의 올 시즌 홈런 1개당 가치는 1억원에 달한다. ⓒ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의 올 시즌 홈런 1개당 가치는 1억원에 달한다. ⓒ 롯데 자이언츠

미칠 듯한 FA 몸값 인플레이션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프로야구 FA 시장은 26일 원소속팀 구단과의 우선 협상이 막을 내리며 총 8명의 선수가 계약을 완료했다. 이들의 계약 총액 합계는 무려 395억 5000만원. 타 구단 협상에 나선 선수들이 11명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액이었던 지난해 532억 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먼저 SK 최정이 4년간 총 86억원의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 강민호가 갈아치운 4년간 7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투수 쪽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윤성환이 4년간 총액 80억원으로 팀 동료 장원삼(4년 60억원)의 투수 최고액을 경신했다. 불펜 투수인 안지만의 몸값은 무려 65억원에 이른다.

과도한 몸값 거품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스타플레이어들의 잇따른 해외진출과 지나친 영입 경쟁이 만들어낸 FA 몸값 상승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형편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 우려가 되는 사항은 각 구단들 스스로가 안전장치를 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옵션’이 제외된 계약서다.

최정은 86억원 중 계약금이 42억원, 그리고 11억원의 연봉을 4년간 받게 된다.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옵션은 없다. 삼성 윤성환(계약금 48억원+연봉 8억원)과 안지만(계약금 35억원+연봉 7억 5000만원), 조동찬(계약금 12억원+연봉 4억원), 그리고 한화 김경언(총액 8억 5000만원)도 마찬가지다. 내년이면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가 되는 박용택도 4년 50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8억원)을 오롯이 수령한다.

옵션을 추가한 SK 김강민(총액 56억원, 계약금 28억원+연봉 6억원+옵션 4억원)과 조동화(4년 총액 22억원, 계약금 8억원+연봉 3억원+옵션 2억원)의 계약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정도다.

지난해에는 강민호(계약금 35억원+연봉 10억원)와 장원삼(계약금 30억원+연봉 7억 5000만원)만이 옵션이 없었고, 정근우와 이용규는 각각 7억원의 옵션이 매겨져있었다.

FA 계약에서의 옵션은 구단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이른 바 ‘먹튀 방지법’으로 통한다.

가장 좋은 사례는 2011년 박용택의 첫 번째 FA 계약이다. 당시 염가 계약이라는 말이 무성했지만 박용택의 지난 4년은 가장 훌륭한 FA 교과서로 평가 받고 있다.

박용택은 소속팀 LG와 4년간 최대 34억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플러스 인센티브가 과도하게 책정된 ‘반쪽 대박’이었다. 그동안 FA 선수들에게 크게 데인 LG가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박용택의 보장금액은 총액의 50%도 안 되는 15억 5000만원(계약금 5억원+연봉 3억5000만원)이며, 나머지 18억 5000만원은 옵션으로 책정됐다. 옵션 내용은 비공개였지만, 박용택의 3년간 기록을 평균화해 경기 수, 타율 등에 따라 플러스-마이너스 옵션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박용택은 대부분의 옵션을 충족시켰다.

해설자로 변신한 박재홍도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2006년 FA 자격을 얻은 박재홍은 소속팀 SK와 기간 2+2년 총액 15억원(계약금 5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이라는 이색적인 계약을 맺었다. 즉 첫 2년간은 15억원을 받고, 옵션을 달성하면 계약기간이 2년 추가된다는 뜻이었다. 꾸준한 활약을 펼친 박재홍은 2008시즌 연봉 4억원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2년간 총 12억원(계약금 2억원+연봉 4억원+옵션 2억원)의 계약이 자동으로 성사됐다.

삼성 심정수는 마이너스 옵션 조항으로 ‘먹튀’ 피해를 크게 줄인 사례다. 삼성은 심정수와 최대 60억원의 계약을 맺었지만, 플러스 및 마이너스 옵션 10억원을 매겼다. 이로 인해 심정수의 보장액은 50억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심정수는 계약 기간, 플러스 옵션을 2억원 밖에 챙기지 못했고 급기야 마이너스 옵션으로 2억 5000만원을 뱉어내 실질적으로 받은 총액은 49억 5000만원에 그쳤다.

현재 타 구단과의 협상에 돌입한 선수들의 대부분도 옵션이 제외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계약 후 선수가 부진 또는 부상에 시달려 ‘먹튀’가 되더라도 구단으로서는 손쓸 방도가 없다.

옵션이 없는 강민호의 연평균 수령 액수는 18억 7500만원. 하지만 강민호는 올 시즌 타율 0.229 16홈런 40타점에 그쳤다. 롯데는 강민호의 홈런 1개를 보기 위해 약 1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막대한 지출에 대한 책임은 구단 측에 있지만 피해는 잠재적으로 팬들에게 다가올 수 있다. 구단 운영비를 메우기 위해 입장료 또는 관련 상품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고, 잉글랜드의 축구처럼 중계료를 내고 야구를 시청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2012년 이택근과 50억원의 깜짝 계약을 체결한 넥센은 그해 목동 구장의 티켓값을 대폭 끌어 올렸다.

선수들 간의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고액을 경신한 최정의 연평균 몸값은 무려 21억 5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내년 시즌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의 약 79.6배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격차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는 LA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로 2600만 달러(약 268억원)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50만 달러)과는 52배 차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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